“저도 어남류인 줄 알았어요” 박보검 인터뷰

2016-02-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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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보검(23) 씨는최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최택 역으로 출연

배우 박보검(23) 씨는 최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최택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극중 순수하면서도 저돌적인 '반전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가 한창 방송되는 와중엔 주인공 덕선 남편으로 '어남류', '어남택' 등 다양한 말이 오갔다. '츤데레' 성격인 정환과 이어질 거라는 '어남류'가 좀 더 우세했다. 이와는 달리 드라마는 덕선이가 택이와 이어지는 '어남택'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결말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어남택'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까?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배우 박보검 씨를 만났다. 그는 검정색 니트에 청바지, 운동화 등 수수한 차림으로 기자를 반겼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할 땐 드라마에서 덕선이와,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대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는 "실제 성격도 택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 주어진 일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택이만큼 바둑을 잘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하 위키트리

이어 드라마 결말부터 화제가 됐던 장면, 향후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풍문으로 떠도는 열애설 이야기도 먼저 꺼내 눈길을 끌었다. 연기에 있어선 진지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달리 열애설 등에 대해선 장난스럽게 반응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와 나눴던 대화내용을 정리했다.

- '응답하라 1988'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끝이 났다.

워낙 따뜻한 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큰 영광이었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제가 이자리에서 인터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1988년이면 태어나기 전이다. 그때 감성을 이해하기 좀 어렵진 않았나.

그 당시 노래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노래를 들어도 어떤 감성인지 팍 와닿진 않았다. 그래서 가족들한테도 물어보고 했는데. 작가님이 대본을 자세하게 써주셔서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그때 그시절을 알 수 있게끔 작은 소품들까지 잘 표현해주셨다.

- 극중 덕선이 남편이 누군지에 대해 '어남류', '어남택'라는 말이 오고갔다. 결국 택이 남편이 됐는데.

어쩌다 남편이 택, 그래서 어남택인 것 같다.(웃음) 저도 제가 남편인줄 몰랐다.

그냥 짝사랑하는 역할인 줄 알았다. 덕선이가 초반에 선우 좋아하다 나중에 정환이 좋아하지 않았나. 그래서 둘이 되는 줄 알았다. 택이가 자꾸 마음을 표현하긴 해도 결국엔 '어남류'겠거니 했는데, 진짜 택이랑 돼서 놀랐다.

- 남편인 걸 알았을 때 어땠나.

"와, 나야?"하면서 신기하고 어리둥절했다.

- 극 중에서 사랑을 쟁취하는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

그렇다. 여주인공과 이뤄지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감독님께서 "너네들이 다 이작품 주연이고 주인공이다"라고 말씀하셨고, 저도 이 시리즈에 합류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누가 남편이 되든 간에 덕선이가 행복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드라마 자체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내가 남편이 되어야 해", "남편이 되고 말거야"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키스신을 찍었다고 들었다.

혜리 씨랑 저, 둘 다 작품에서 처음 해보는 키스신이었다. 너무 쑥쓰러웠는데 되게 덤덤한 척 하려고 했다. 그런 때일수록 남자 배우가 더 잘 챙겨주고 리드해줘야한다는 얘길 들은 영향도 있었다.

카메라 감독님도 그 장면이 예쁘게 나오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이하 tvN '응답하라 1988'
이하 tvN '응답하라 1988'

- 키스장인이란 말도 들리더라.

제가요?(정말 놀라면서 원래 큰 눈이 더 커졌다.) 꿈속 키스 장면이 최대 조회수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너무 신기했다.

- 촬영할 때 NG는 없었나.

코가 많이 눌리기도 했고, 콧물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감독님이 예쁘게 잘 찍어주셔서 좋았다.

- 극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진짜 많다.

택이가 "영화 보자, 우리"라고 말하면서 자기 마음을 처음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너무 설렜다.

정환이가 덕선이에게 "하지마, 소개팅"한 장면도 되게 설레더라. 촬영할 때 그 자리에 있진 않았다. 나중에 방송 나올 때 시청자 입장으로 봤다.

제일 명장면이라고 생각했던 건 재혼 문제를 두고 아빠와 택이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아빠도 너처럼 옆에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하자 택이 웃으면서 "아빠가 행복하면 저는 다 좋아요"라고 한다. 그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 "영화보자"고 할 때 설렜다고 했는데, 실제로 좋아하는 이성에게 그렇게 해본 적 있나.

너무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난다). 데뷔하고나서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나라 누나랑 열애설이 났다고 하는데, 왜 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죄송하기도 하고 연락 드리기도 좀 쑥쓰럽다. 그렇게 기사가 나서.

- 지금 좋아하는 분은 있나. 팬 말고 또래 이성 분 중에.

좋아하는 여성은 많다. (집요하게 묻자) 누군지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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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형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다. 친구같으면서 엄마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

- 드라마에선 혜리 씨와, 현재 뮤직뱅크에선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둘 중에 이상형에 더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한 분만 선택하긴 어렵다. 두분 다 이상형이다.

- 드라마가 끝난 후 tvN '꽃보다 청춘'에 끌려갔다.

'꽃보다 청춘'에 나가고 싶단 생각을 하긴 했다. 또래 사람들과 멀리 여행가서 추억 만드는 프로그램이 많은 건 아니니까. 만약 내가 간다면 난 누구랑 갈까 생각했는데, 그 꿈이 되게 빨리 실현돼서 놀랐고, 영광이었다. TV에서만 보던 나영석 피디님을 실제로 봤을 땐 너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행도 너무 즐거워서 저한텐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 같다.

- 고생스럽지 않았나. 입국사진을 보니 얼굴이 많이 탔던데.

되게 까매졌다. 다행히 지금은 조명이 어둡고 메이크업도 잘 됐다. 그래도 고생스러웠기보다는 즐거웠다. 저보단 다른 형들이 많이 고생했다.

배우 박보검 씨가 tvN '꽃보다 청춘' 촬영을 마치고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뉴스1

- 다시 작품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번 '응팔' 성공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착하고 순진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이미지가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걱정은 안 드나.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을 보면 시청률과 역할 비중을 떠나서 배울 점이 되게 많았다. 저한테는 모든 작품 활동이 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작 때문에 낙담하거나 그렇진 않을 것 같다. 그냥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고 사랑해주시는 거니까. 그거에 연연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응팔 이전에 출연했던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 사이코패스 연기도 했었다. 되게 신선하고 재밌었던 경험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그런 악역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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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작으로 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되게 많다. 교복 입고 청춘로맨스물도 찍어보고 싶고, 액션도 해보고 싶고,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되게 해보고 싶은 장르와 역할이 많다.

-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작품 하나 하나할 때마다 만나는 선배님 모두가 롤모델이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연기를 하는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선배님들이 되게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분들 좋은 점을 모두 제 껄로 만들고 싶단 소망이 더 크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든다. 누군가 "박보검이 제 롤모델입니다"라는 말을 하는 걸 듣고 싶다는 생각. 그런 사람이 되려면 많은 사람의 본이 돼야 하지 않나. 그래서 좀더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아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게 제 꿈이기도 하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박보검이란 사람은 어떤 역할을 줘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잘 소화해내더라"는 칭찬을 받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사진 = 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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