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대자보'로 유명한 인하대 유도부를 찾아갔다
2016-03-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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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유도부 인하유도회는 '코믹 대자보'의 원조다. 2005년 시작해 올해로 11년째 이
인하대 유도부 인하유도회는 '코믹 대자보'의 원조다. 2005년 시작해 올해로 11년째 이런 대자보를 만들고 있다. 매년 화젯거리를 센스 있게 패러디하는 능력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못지 않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올해도 인하유도회 신입부원 모집 대자보는 '웃음 폭탄'을 선사했다. 이들은 BJ 철구 유행어 "앙~ 기모띠"를 패러디한 "앙~ 검은띠" 대자보가 학교 안팎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이밖에 화제를 모은, 2016년 버전 대자보 문구는 이렇다.
"Ah Choo~ 널 보며 메치기가 나올 것 같아~" (걸그룹 러블리즈 노래 '아츄' 패러디)
"어남유. 어: 어차피 남: 남편은 유: 유도부" (tvN '응답하라 1988' 관련 유행어 패러디)
"행운의 여보세요~ 오늘도 메쳐주세요!" (EBS '보니하니' 코너 패러디)
이번에 동아리 홍보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2만2000원이다. 대자보를 쓰기 위해 전지 100장(2만원)과 먹물 1통(2000원)을 산 게 전부다. 서예 붓은 있던 걸 사용했다. 남은 먹물은 2년 정도 더 쓸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대자보를 내걸었는데 벌써 신입부원 10명(4일 오전 기준)이 들어왔다고 했다.
인하유도회 학생들이 어떤 계기로 코믹 대자보를 만들게 됐는지,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모으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들의 '끼'도 엿보고 싶었다. 인하유도회 학생들을 지난 2일 오후 만나봤다.

인하대 학생회관 5층 동아리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유도 훈련을 겸하는 장소였는데 땀 냄새보다 진한 먹물 냄새가 더 강하게 풍겼다. (여기... 서예 동아리 아니죠?)


운동기구 사이로 대자보를 쓰기 위한 서예 붓, 벼루 대신 먹물을 담아둔 일회용 그릇이 놓여 있었다. "누가 보면 대자보만 쓰는 줄 알겠네" "디카프리오님의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축하합니다. (존 마샬고 졸)" 등 SNS에서 아직 접하지 못했던 '신작'도 보였다.
인하유도회 학생들 첫 인상은 과묵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더니 잘 웃지도 않았고 말수도 별로 없어 보였다.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가볍게 말 몇 마디를 나누자 본색(?)을 드러냈다. 금세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말투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대자보 속 드립은 이들의 '생활 언어'였다.


코믹 포스터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신 부장은 "인쇄하는 포스터는 돈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전지에 서예 붓으로 글씨를 써서 내걸었다"며 "유도 동아리 하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어 재밌는 문구를 넣게 됐다. 실제로 우리 분위기도 유머러스하다"고 했다.
홍보부장 임경룡(19·통계학과) 씨는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토대로 유도와 관련된 문구를 대자보에 넣는다"며 "다만 아이디어는 메모해두지 않는다. 각자 즉흥적으로 써내려간다"고 말했다.

인하유도회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현장에서 '즉석 제안'을 해봤다. 이들의 유머감각·창의력·순발력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입부원 웃기기·난데없는 발레부 홍보·유도로 이행시 짓기 등 3가지 미션을 부탁했다. 재미를 가미한 일종의 '달인 테스트'였다.
사전에 얘기를 하지 않아 모두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미션 도전~"을 외쳤다. "깔깔깔" "크크크" 코믹 포스터 달인들은 어느새 짓궂은 제안을 즐기고 있었다. 인하유도회 학생들의 좌충우돌 미션 도전기를 영상에 담아봤다.

미션 #1 신입부원 웃기기 (유머감각)
'전유성을 웃겨라' 콘셉트 미션이었다. 이날 인하유도회에 처음 들어온 '2학년 신입부원' 이예승 씨(19·행정학과)를 의자에 앉게 했다. 잘 웃지 않을 것 같아 섭외했다. 그는 첫 날이라 훈련부장 김한울 씨 도복을 빌려 입었다. 김한울·정택철(18·조선해양공학과)·임경룡·노승일 씨(23·화학공학과) 등 네 사람이 차례로 웃기기 도전에 나섰다.
미션 #2 발레부 홍보한다면? (창의력)
유도부 홍보에 매진하는 이들에게 '발레부 홍보'를 부탁했다. 발레부 신입부원 모집 대자보를 작성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난데없는 제안에 훈련부장 김한울 씨(왼쪽)와 홍보부장 임경룡 씨가 서예 붓으로 글자를 쓱쓱 서내려갔다. 이들 손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했을까.
미션 #3 유도로 이행시 짓기 (순발력)
순발력을 알아보기 위해 유도로 이행시 짓기를 부탁했다. 지난해 인하유도회 부장이었던 박돈영 씨(왼쪽·23·물리학과)와 노승일 씨가 출전했다. 제한시간 30초를 줬다. 시간이 넉넉하지 못했던 걸까. 미처 이행시를 짓지 못한 사람도 나왔다.

ps. 인하유도회 대자보는 인하대에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었다. 새 학기, 역도부 등 다른 동아리도 이들처럼 코믹 대자보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공부하느랴 취업 준비하느랴 바쁜 요즘 대학생들. 이들 덕분에 메말라 버린 '엔도르핀'을 충전할 수 있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