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파는 비타민 담배? '비타민스틱' 정체
2016-03-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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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향, 민트향 비타민 스틱 / 이하 위키트리담배같이 생겼지만 니코틴과 타르 대신 비타민이

담배같이 생겼지만 니코틴과 타르 대신 비타민이 들었다는 '비타민 스틱'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대부터 애연가인 40~50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비타민 스틱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궁금증을 직접 확인해 봤다.
비타민 스틱 구매는 어렵지 않았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역, 시청역 인근 약국 6곳을 무작위로 들어갔더니 4곳에서 비타민 스틱을 판매하고 있었다. 4곳 모두 잘 보이는 계산대 옆에 올려져 있었다. 가격대는 9000원에서 1만 5000원 사이였다.

약국에 진열돼 있는 비타민 스틱
비타민 스틱은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였다.
스틱을 문 채로 빨아들였다가 숨을 내쉬면 수증기가 나온다. 불투명한 수증기는 담배 연기 같았고 사용하는 동안 스틱 끝에선 붉은색 LED 불빛이 나온다. 장난감 같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담배가 연상됐다. 왜 '비타민 담배'로도 불리는지 알 듯 했다.
비흡연자와 흡연자 반응
비흡연자인 사람들도 비타민 스틱을 처음 접하자 "신기하다"며 눈을 떼지 못 했다.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사람도 큰 거부감 없이 비타민 스틱을 체험해봤다. 블루베리 향 비타민 스틱을 해본 뒤 이들은 "껌맛이 난다", "담배(같은 제품)에서 맛있는 향이 나니까 낯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흡연자들은 비타민 스틱을 재밌는 장난감같이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들고 다니면서 피울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흡연자들은 비타민 스틱을 자연스럽게 '금연보조제로 쓸 만 할까?'라는 시각으로 바라봤다. 대학교 1학년 때 부터 흡연을 시작했다는 양모(28)씨는 "전자 담배와는 달리 (비타민 스틱을 사용했을 때) 담배와 비슷한 느낌이 전혀 없다"며 "밍밍한 느낌"이라고 했다. 흡연자들은 "연기가 나오긴 하니 단순하게 뭔가를 핀다는 느낌 정도를 준다"며 "금연을 도와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비타민' 스틱이라는데, 비타민은 얼마나?
이모(28)씨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길래 비타민 스틱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비타민 스틱을 사용한 지 약 2주 정도 됐다.
이 씨는 "(이걸로) 금연을 시도하는 건 무리"라며 "운동 때문에 담배를 끊었고 이후 비타민 스틱이 건강에도 좋다고 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비타민 스틱 측도 홍보할 때 건강하고 경쾌한 이미지를 내세운다.


비타민 스틱 하나 당 평균 500회 흡입이 가능하다. (하루에 담배 반 갑에서 한 갑 정도를 피웠었다는 이 씨는 3~4일에 비타민스틱 1개를 쓴다고 했다) 스틱 하나에 든 비타민은 비타민A 900마이크로그램(1㎍은 1/100만g), 비타민B6 2밀리그램, 비타민C 60밀리그램 등이다. 일반 비타민제 1정에도 비타민C 100~1000밀리그램이 든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16일 비타스틱코리아 맹철영 대표는 "다른 비타민제에 비교해 (비타민 스틱에) 극소량 비타민이 들어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아로마 테라피처럼 정신적 안정을 찾는 정도를 기대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연보조제보단 기호식품에 가까운 비타민 스틱, 안전할까
맹 대표도 "비타민 스틱이 금연에 도움이 되겠단 생각은 했지만 그것만을 위한 건 아니다"라며 "새로운 기호식품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타민 스틱은 안심하고 즐길만한 기호식품일까?
대표적인 비타민 스틱인 '비타스틱'의 경우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니코틴 등 기타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은 것은 비타민 스틱에 든 '액상'일 뿐, 증기 형태로 들이마셔도 되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단 지적이 나왔다. 또 비타민 스틱은 아직 식약청에서 인정한 의약외품이 아니다. 의약외품은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제품이다.
비타민스틱은 의약외품 검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오는 10월부터 의약외품으로 관리될 예정이다. 16일 식약청 관계자는 "의약외품이 되면 안전성, 유효성 심사 등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비타민 스틱을 둘러싼 논란, '청소년 흡연 조장'

최근 비타민스틱을 청소년들이 공공연하게 사용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는 학생들이 담배 피우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부담 없이 손에 잡은 비타민 스틱을 계기로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게 될 경우다. 니코틴 등이 없긴 하지만 비타민 스틱은 담배와 닮은 점이 많다.
비타민 스틱 제품엔 미성년자에게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고, 일부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선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성년자 비타민 스틱 구매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없는 상태다.
지난 15일 방문했던 약국 4곳 중 3곳에서도 "미성년자도 비타민 스틱 살 수 있냐"고 묻자 "니코틴, 타르가 없으니 상관없다"고 답했다. 나머지 한 곳에서 "문제가 없긴 하지만 미성년자가 멋을 위해서 하려는 거면 그러지 마라"는 조언을 건넸다.
식약청 관계자는 "지금은 비타민 스틱이 공산품이라 판매행위를 제재할 수 없다"며 "식약청 허가 과정을 거치면 'ㅇㅇ세 이하'는 사용할 수 없다' 등이 정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비타민 스틱은 큰 인기를 끌다가 현재 안전성, 담배 조장 논란 등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적절한 규제와 검증을 거쳐 비타민 스틱이 안전한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