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에 번지는 '스마트폰 더치페이' 문화
2016-06-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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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xels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대학생 이지민(20)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대학생 이지민(20) 씨는 친구를 만나면 '더치페이'를 한다. 지난 주말 친구들과 밥 먹고 나서 이 씨는 자기 카드로 계산했다. 친구들에겐 "Venmo me (벤모 미)~"라고 말했다.
"Venmo me"
'벤모'라는 동사도 있었나? 영어 사전에 없다고 당황할 필요 없다. '벤모'는 신조어다. '벤모'는 가입자끼리 돈을 주고받는 모바일 앱 이름이다. '구글(Google)'이 '구글로 검색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쓰이듯 벤모(Venmo)도 '벤모로 더치페이할 돈을 보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 씨는 "여러 명이 더치페이할 때나 식당에서 계산 시간을 줄이고 싶을 때 한 사람이 대표로 계산한다. 그 다음 친구들이 벤모 앱으로 각자 자기가 내야 할 돈을 전송해준다"고 했다.
2012년 첫선을 보인 벤모 송금서비스는 2016년 현재 미국 젊은 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앱 가운데 하나가 됐다. 벤모는 '더치페이'에 특화한 기능이 있다. 사용자는 함께 쓴 금액의 1/n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상대에게 보내는 기능이다. 이 씨는 "친구 대부분이 이 앱을 사용한다"며 "비밀번호나 지문인식으로 간단히 돈을 보낼 수 있어 간편하다"고 했다.

한국에도 이런 앱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모바일 '간편송금' 앱이다. 개인 통장이나 카드를 앱과 연결해두면 5~6자리 비밀번호만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공인인증서로 은행 앱을 열고,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ARS 인증까지 하는 기존 '모바일 계좌이체'와는 확연히 다르다.
대표적인 간편송금 앱으로는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가 있다. 토스는 지난해 2월,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6월, 카카오페이는 올해 4월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더치페이'에 간편송금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n로 나눈 금액을 상대에게 보내는 방법이다. 직장인 송리원(31) 씨는 "회사 동료들도 쓰기 시작하는 추세다. 더치페이 문화가 바뀔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희영(24) 씨도 더치페이를 하다가 송금 앱을 처음 알게 됐다. 김 씨는 "친구와 밥을 먹고 대표로 카드결제를 했는데, 친구가 앱으로 돈을 보내줬다. 편해 보여서 나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계산이 깔끔하게 끝나서 좋다"고 했다.

토스 안지영 이사는 "최근 간편송금 앱이 더치페이나 빌린 돈을 갚는 데에 많이 쓰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 이사는 "송금시장이 이제는 초기 단계를 벗어나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치페이'를 공략한 서비스도 등장한다. 현재까지 나온 간편송금 앱에는 '송금' 기능은 있었지만 '더치페이'만을 위한 기능은 따로 없었다.
다음 달 우정사업본부는 간편송금 앱 '포스트페이'에 더치페이 기능을 신설한다. 대표로 계산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우정사업본부 황동연 주무관은 "앱에서 상대방 연락처를 누르면 대상자들에게 1/n으로 나뉜 금액 알림이 전송된다. 알림을 통해 바로 송금이 가능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앱 더치페이'가 친구 사이를 껄끄럽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미국 경제매체 콰르츠는 몇 가지 사례를 들며 "친구들한테 '얼마 달라' 말하지 않고, 앱 메시지로 보낼 돈을 청구하기에 관계가 인색해지곤 한다"고 보도했다.
콰르츠는 미국인 스테파니(24) 사연을 소개했다. 스테파니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가 꺼내온 와인을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더치페이 청구'를 받았다. 스테파니는 "친구가 직접 따라준 와인에 돈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