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와 "너희가 더 불편해"라는 사람들

2016-07-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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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SNL코리아 시즌7"뭐가 대체 그리도 불편한 건데. 니편 내편 가르는 게 더 불편

tvN 'SNL코리아 시즌7

"뭐가 대체 그리도 불편한 건데. 니편 내편 가르는 게 더 불편한 건데.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넌 언제나 불평"

지난 11일 tvN 'SNL코리아 시즌7-나만 불편해?'코너에서 그레이가 프로불편러를 저격하며 한 랩이다.

프로불편러(프로+불편+er). 온라인상에서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문제 없는 걸 지적하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프로불편러와 짝꿍처럼 붙어다니는 말도 있다. "언냐들 이거 나만 불편해?". 여초 커뮤니티 말투를 흉내 낸 말이며 프로불편러를 조롱할 때 자주 등장한다. 처음 '프로불편러'라는 말은 '여성 폄하'에 대해 사사건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을 향한 표현이었지만, 이제는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문제 제기를 하는 이들을 부정적으로 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됐다.

그래도 여전히 여성 관련 이슈에서 '프로불편러'라는 표현은 많이 등장한다.

지난달 12일 KBS '1박 2일-이화여자대학교' 편 방송 후, "왜 여대생은 꽃이 되어야 하나" 항의가 쏟아졌다는 내용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위키트리

댓글에는 "프로불편러가 또"라며 여성 외모 비하와 여성 혐오가 담긴 비난이 이어졌다. '메퇘지'는 여성 중심 커뮤니티 메갈리아 회원과 돼지를 합친 말이다.

문화평론가이자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인 손희정 씨는 "지겹다, 지나치게 까탈스럽다, 귀찮다, 피곤하다, 꺼져라 등의 말은 페미니스트, 장애인 인권활동가,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생태주의자가 늘 들어왔던 말"이라고 했다.

유난히 여성 관련 이슈에 등장한 프로불편러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현상에 대해 손 씨는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더 시끄럽고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때때로 프로불편러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언어로 조목 조목 잘 따질 때가 있다"며 "그럴 때 반박하려는 사람들이 반박 이유를 잘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프로불편러가 여성 비하와 관련된 이슈에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지난달 21일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한 군인 남성이 치어리더들과 트와이스 '치어 업' 춤을 춰 화제였다.그러나 누군가 춤 추는 군인을 보고 규정 위반이 아니냐며 민원을 넣었다. 사람들은 그를 '프로불편러'라 부르며 비판했다.

유튜브, wyvernsbaseball

이 경우처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서 '불편함'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프로불편러'에 대한 피로감을 강하게 나타내는 네티즌도 많아진다.

pixabay

대학원생 최모(26) 씨는 포털 사이트 뉴스와 각종 커뮤니티 글을 자주 확인하고, 댓글까지 읽는 편이다. 그는 "프로불편러는 늘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그 근거를 정확하게 적지 않아 답답하다"며 일부 프로불편러의 표현 방식을 지적했다. 그는 "'내 의견에 동조해서 너희가 논리적으로 비판해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숨는 거다"라고 했다.

반면 대학생 구모(22) 씨는 "사회 구조 등에 대해 성찰하는 발언은 무조건 '위선'이라고 비난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차라리 프로불편러로 남겠다"며 불편함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이들과 '프로불편러'를 비난하는 사람들 의견이 팽팽하다.

apester

문화평론가 손 씨는 "앞으로 프로불편러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들은 인터넷 표현 양식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손 씨는 "프로불편러 중에 사람들을 선동하고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조롱하고 조리돌림하면서 수치심을 주는 경우가 있다"며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트위터 셀렙(유명인사)들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악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내가 인터넷에서 마주치는 '프로불편러'들은 대책 없이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들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불편한 이유, 일의 원인, 자신이 겪은 일 등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며 "우리 사회가 프로불편러 말에 마음을 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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