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부수고 불매 운동" 중국 SNS 애국주의 열풍

2016-07-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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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NS에서 애국주의 바람이 심상찮게 불고 있다.&최근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는

중국 SNS에서 애국주의 바람이 심상찮게 불고 있다. 최근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는 아이폰이나 미국산 자동차를 부수고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이들은 KFC, 맥도날드 등 미국 대표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하고 국산품 사용을 '애국'으로 여긴다. 중국 관영지 인민일보가 '중국은 조금도 작아질 수 없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자 순식간에 전파(트위터 리트윗에 해당)가 300만 건을 넘었다. 

이하 웨이보

 

발단은 한반도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판결이다. 지난 8일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4일 후인 지난 12일에는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중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 연달아 나오자 중국 젊은층은 중국 SNS인 웨이보(微博)를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은 가장 먼저 불매 운동 타깃이 됐다. 웨이보에서는 "중국에서 아이폰 7이 출시 당일 완판된다면 미국 체면만 세워주는 셈"이라며 아이폰 7 불매 운동을 조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 사용자들이 쓰던 아이폰을 부수고 인증샷을 찍어올리기 시작했다. 

 

액정이 깨진 아이폰을 웨이보에 인증한 남성에게 지난 22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남성은 위키트리에 "과거 아이폰을 구매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며 "앞으로 아이폰뿐 아니라 모든 미국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불매 운동이 애국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중국을 경제적으로 이용만 하는 국가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때가 왔다"고 답했다. 

중국 언론 매체 기자라고 주장하는 한 웨이보 이용자는 같은 날 "한반도 사드 배치, 필리핀 손을 들어준 남중국해 판결은 전 세계가 중국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중국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제 미국과 대결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아이폰에 침략(侵略)이나 나라가 망한다는 뜻의 루천(陆沉)이라는 단어를 치면 연상 단어가 '중국'으로 나온다"며 "미국과 애플의 계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산 자동차도 불매 운동 대상이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미국산 차를 박살냈다"며 부서진 차량 사진을 웨이보에 올렸다. 해당 자동차가 실제 미국 제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게시물에는 '옹호 댓글'이 쏟아졌다.

 

젊은 중국 여성들도 비교적 덜 과격한 방식이지만 마찬가지로 강한 애국주의를 표출하고 있다. 몇몇 화장품 회사는 "미국, 일본, 한국, 필리핀 제품이 아닌 위대한 조국 제품"이라며 애국주의 마케팅을 했다. 젊은 여성들은 중국산 마스크팩을 들고 인증샷을 찍으며 국산품 애용 운동에 동참했다.

 

한 의류업체는 웨이보에 구단선(중국이 인정하는 남중국해 해상경계선)을 표시한 지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광고하기도 했다. 티셔츠에는 '중국은 조금도 작아질 수 없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해당 광고를 '전파'한 웨이보 이용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자신을 92년생 여성이라고 밝힌 이용자는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고 국제 판결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이런 행동들을 통해 중국 인민들이 뭉치면 이만큼 강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젊은층, 특히 지우링허우(90后)라고 불리는 1990년대생들이 광적인 애국심을 표출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과거 애국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인식되어 온 세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에 대한 신뢰가 한몫한다. 시진핑 주석이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면서 중국 젊은층이 국가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중국몽'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중국 젊은층에도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뜻으로 시진핑 주석 정치 비전이다.

백 소장은 현재 젊은층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중국 90년대생들은 한국 젊은층과 마찬가지로 취업이 어렵고, 주택난도 겪고 있다. 답답한 상황에서 탈출구가 없다보니 '애국주의'로 표출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중국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란 세대다. 이 때문에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높고 국익에 대한 집착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광적인 애국주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지난 25일 "아이폰을 부수고 필리핀 망고를 사 먹지 말자고 하는 것이 무슨 애국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 칭다오(靑島)에 파견 나가 있는 직장인 우동완(남·27)씨 역시 광적 애국주의에 반대하는 중국 내 목소리도 많다고 전했다. 우동완 씨는 "온라인에서는 과격한 방식으로 애국심을 표출하는 젊은층들이 대부분인 것 같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가깝게 지내는 중국 동료들 중 그 누구도 아이폰을 쓰고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으로 '애국'과 '매국'을 나누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 CCTV 한국 특파원인 탕신(唐鑫) 기자는 "개인적으로 아이폰을 부수 거나 불매 운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에서도 이런 행동을 지적하는 주장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애국주의라는 이름만 빌려서 불법 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일본과 영토 분쟁이 있을 때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은 애국이 아니라 불법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이성적인 목소리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 대한 적대감은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몇몇 네티즌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다는데도 아직까지 송중기를 '국민 남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류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한류, 한국 제품 인기는 건재하다. 

백원담 소장은 "관영지인 인민일보에서도 상주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러한 반대 흐름에 기대를 거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어떤 계기로, 어떻게 불매 운동이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황재호 교수 역시 "중국도 사드 배치를 두고 한국이 애매하고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에 대한 섭섭함이 있다. 한국에 대한 적대감, 불매 운동으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외교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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