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괜찮아" 3만원 이하 '광화문 맛집' 10선
2016-08-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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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김영란 법'이 시행된다. 일각에서는 식사 대접하기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도 나

다음 달 28일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관공서·언론사가 밀집한 서울 광화문 주변 식당가가 술렁였다. 이제 공직자·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은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에게 3만원 이상 식사 대접을 받으면 처벌 받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누군가를 접대하거나, 누군가에게 식사 대접 받기 어려워 졌다는 아우성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음식점은 장사가 어려워졌다며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화문 주변에는 3만원 이하로 먹을 수 있는 '괜찮은 음식점'이 생각보다 많다.
이 가운데 가보면 좋은 '광화문 맛집' 10곳을 꼽아봤다. 광화문 주변에서 일하는 언론인·공무원 사이에서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맛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곳들이다. 비좁은 장소는 접대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이 점 역시 고려했다. 특정 음식에 치중하지 않게 한식·중식·양식·일식을 골고루 포함시켰다.
저녁시간대라 반주로 술도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음식점에서 1인 당 3만원이 초과돼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기 어려웠다.
광화문 맛집으로 고고씽~
1. 라 칸티나 (La Cantina)

'라 칸티나' 내부. 고전적인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 이하 위키트리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부근 삼성빌딩 지하에 있는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1960년대에 문을 열어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 씨가 즐겨 찾은 곳이기도 하다.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샐러드, 수프 등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한 '라 칸티나' 사장은 "우리 가게는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보다 질 좋은 재료를 쓰고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가게 안이 시끄럽지 않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좋다. 단체 손님을 위한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고전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이고 웨이터 가운데 중년 남성도 있다.
바닷가재 구이 등 6만원 대 비싼 메뉴도 있지만, 파스타나 피자는 1만원 대 중후반에 먹을 수 있다. 이곳 사장에게 3만원 이하 추천 메뉴를 부탁했다.

메인 메뉴인 해물 스파게티 '탈리아뗄레 페스카토레'(1만9000원)는 시금치 파스타에 새우, 홍합, 오징어 등 해물이 가득 들어있다. 맛도 좋고 양도 넉넉하다. 양파 수프 '주파 디 치폴레'(5800원)는 수프에 띄워진 치즈 토스트가 일품이다. 마늘빵 '판네 알 알리오'(1200원)는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1인 기준 총 가격은 2만6000원이다.
김영란 법이 시행되지만, 이 레스토랑은 별도의 메뉴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2. 효자동 맛집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한식집이다. 정부서울청사 공무원과 기자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생태·대구·민어 등 생선과 해산물을 주로 다룬다. 냉동이 아닌 생물을 재료로 쓴다는 점이 특징이다. 박유정 사장은 "조미료 하나 쓰지 않고 생선, 미나리, 조개로 시원한 맛을 낸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 4시부터 박 사장이 수산 시장을 돌며 사오는 재료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가게는 최대 40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다. 발 디딤돌과 천장은 한옥 형태 그대로다.
'효자동 맛집'은 김영란 법에 대비해 메뉴 구성을 바꿨다. 기존 20찬에서 5찬으로 반찬 수를 줄이고 가격은 1만 원씩 내렸다. 박 사장은 "단골손님들이 전에 먹던 메뉴를 먹고 싶다고 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가게 주 메뉴인 2만8000원짜리 대구지리와 2만5000원짜리 대구탕을 주문했다. 국내산 생대구와 미나리, 콩나물, 무, 바지락이 들어있었다. 맑은 국물에서 깊고 시원한 맛이 났다. 탱탱하고 차진 대구 살 식감이 좋았다. 미리 전화한 뒤 식당에 오면 일반 공깃밥 대신 '냄비밥'으로 먹을 수 있다. 밥은 추가 비용 없이 먹을 수 있다. 2명이 함께 한 식사 비용은 총 5만3000원이다. 1인 당 2만6000원 꼴이었다.

생대구뿐만 아니라 모시조개, 바지락, 순두부, 미나리가 풍성하게 든 '대구지리'
3. 강가 (Ganga)

청계광장 부근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에 있는 인도 음식 레스토랑이다. 광화문 주변 직장인들이 고급 인도 커리를 먹고 싶은 때 즐겨 찾은 곳이기도 하다.
2000년 서울 신사동에 처음 문을 열었고 이후 광화문·여의도·분당 등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레스토랑 측은 "20년 이상 인도에서 활동한 일류 요리사들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통 인도 음식을 만든다"고 메뉴판에 적기도 했다.
가게는 은은한 조명에 인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다. 내부 공간도 넓은 편이다. '강가' 주 메뉴는 커리고 가격은 1만원 후반에서 2만원 중반대다. 커리는 밥에 비벼 먹어도 좋지만 인도 전통 빵인 '난'(Nan)과 함께 먹는 게 더 맛있다.

'치킨 마크니'(2만5000원)는 강가를 찾은 이들이 즐겨 찾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큼직큼직한 닭고기에 토마토, 크림, 허브 등으로 맛을 낸 커리가 일품이다. 커리가 다소 붉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맵지 않다.
마늘과 함께 구운 '갈릭 난'(3500원)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걸죽한 인도 전통 요구르트 '라씨'(5500원·Lassi)도 커리와 함께 즐기면 좋다. 1인 기준 총 가격은 2만9500원이다.
4. 홍도참치

'홍도참치' 전경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 한가운데 있는 일본식 참치 집이다. 참치회를 무한 리필해준다. 1층에는 탁자, 2층에는 방이 있다.

가장 저렴한 코스 메뉴는 1인 기준 2만9000원이다. 참다랑어 비율은 20%로 다소 낮은 편이지만, 참치회를 좋아하는 손님에게 부담 없이 접대할 수 있다.

쏴아~~ 참치를 신선하게 먹을 수 있도록 드라이 아이스가 올려진다
이곳 참치회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회는 금세 입 안에서 녹는다. 참치는 부위별로 맛과 식감이 조금씩 달라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참치회를 먹기 전 죽, 초밥, 회무침, 탕수육, 은행구이가 나온다. 회를 먹은 뒤에는 튀김과 매운탕 또는 지리와 마끼를 먹을 수 있다. 가게 2층에 방이 있어 조용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5. 복성각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 근처에 있다. 광화문 주변에 있는 중국 요리 맛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가게 간판에 적힌 "화교 3대째 내려오는 전통 있는 맛집"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사람들로 붐비는 편이지만, 칸막이 방이 있어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복성각'에 있는 칸막이방
이 가게는 면발이 넓적한 '납작 짜장(6000원)', 알싸한 맛이 감도는 '마늘볶음밥(7000원)', 매콤·달콤·새콤한 맛 3가지 소스가 나오는 '삼색탕수육(2만원)'이 유명하다. 모두 다 시켜도 3만30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2명이 간다면 1인당 1만6500원 꼴로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메뉴를 원한다면, 1인 기준 2만5000원인 '디너 A' 세트를 주문해도 좋다. 해파리냉채, 설화게살수프, 팔보채, 중새우(칠리·크림·깐풍 소스 중 택1), 고추잡채와 꽃빵, 식사(짜장·짬뽕·볶음밥 중 택1)가 각각 나온다. 복성각은 콜라·사이다 등 탄산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기도 하다.
6. 토속촌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2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삼계탕 집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즐겨 찾은 맛집이다. 주말 낮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100m 넘는 긴 줄을 서기도 한다.

삼계탕에 들어간 영계는 크기가 작아 혼자 먹기에 부담이 없다. 찹쌀 죽까지 먹으면 배가 제법 부른다. 우유처럼 뽀얗고 진한 국물이 특징이다. 삼계탕만 먹었을 때 총 가격은 1인 기준 1만6000원이다. 누군가에게 든든한 보양식 한 끼를 대접하기에 좋은 곳이다.

뽀얀 국물이 특징인 '토속촌' 삼계탕
7. 해우리

남도 음식으로 상을 차리는 한정식당이다. 광화문 바로 앞과 서울시청 근처에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다.
광화문 점에 들어서면 정치인들이 다녀간 흔적이 눈에 띈다. 이들의 사인으로 한쪽 벽이 장식돼 있다. 정상돈 대표는 "국무총리도 가끔 오시고 정부청사에서도 많이 오신다"고 말했다.
주요 메뉴는 어린 생선 뼈회(세꼬시)와 해초류다. 해초에 회를 싸 먹으면 맛이 좋다. 홀과 방으로 식당은 구분돼 있다. 미닫이문이 달린 방은 작지만 조용해 오랜 대화를 나누기 좋다.


그동안 이곳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는 1인 기준 3만7000원짜리 코스였다. 김영란법 시행일에 맞춰 2만9000원짜리 메뉴도 출시한다.
3만7000원짜리 코스에는 뼈회(세꼬시용 광어 두 마리), 해초(톳과 곰치 등), 가이모노(멍게·해삼·가리비), 고등어 조림, 메밀국수, 샐러드, 깻잎 절임, 봄동 김치, 마늘·은행 구이, 매운탕, 채소류(깻잎과 상추)가 나온다.

전채요리인 가이모노
2만9000원짜리 코스에는 주 메뉴인 뼈회와 해초 위주로 구성된다. 전채요리인 가이모노가 빠지고 2마리가 들어가던 광어를 1마리 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렇게 해도 단가가 맞지 않으면 고등어 조림이나 은행 구이도 빼기로 했다.
3만7000원짜리 코스에서 가이모노를 빼고 광어회 양을 줄여 2만9000원 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사진을 밀면 2만9000원짜리 코스(오른쪽)를 미리 볼 수 있다
이곳 회는 쫄깃하고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해초와 함께 싸 먹는 전어 젓갈은 비리지 않은 편이다. 해초뿐만 아니라, 깻잎 절임이나 생김으로 싸 먹어도 맛있다. 매운탕은 미나리, 콩나물, 두부 등이 들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8. 이화고려도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오른편에 보이는 3층짜리 건물이다.
10년 넘게 이 식당을 찾은 한 단골손님은 "남편이 운영하는 약국 앞에서 국수나 팔아볼까 시작한 식당"이라며 "쑥칼국수를 팔아 건물을 올린 집으로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약사였던 남편도 약국을 접고 식당 운영에 합류했다고 알려진다.
이 곳 대표 메뉴는 '쑥국수전골'(1만2000원)이다. 숙주를 비롯한 채소류와 소고기, 쑥칼국수를 끓여 먹는 요리다. 접대용으로는 1인 기준 2만 원짜리 고려정식과 2만5000원짜리 이화정식이 있다.
고려정식은 해물파전과 표고탕수이, 쑥국수전골로 구성돼 있다. 5000원이 더 비싼 이화정식은 낚지볶음이 추가로 나온다.




표고탕수이는 표고버섯으로 만든 탕수육이다. 새콤한 소스가 표고버섯과 잘 어우러지고 식감이 뛰어나다. 해물파전은 두툼한 편이다. 파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다.
9. 남강
오리훈제찜이 유명한 식당이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9번 출구에서 걸으면 5분 정도 걸린다.

'남강' 전경

'남강' 내부
이곳은 근처 서울시청 공무원들에게 유명한 맛집이기도 하다. 3층으로 된 건물은 350석으로 제법 큰 규모다. 오리고기가 싫다면 낙지 전골 등 다른 메뉴도 있다. 오리훈제찜 1마리에 5만5000원인데 3~4명 정도 먹을 수 있다.

오리훈제찜
나무로 된 접시에 쪄서 나오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은 편이다.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부추에 싸서 먹으면 더 맛있다. 대나무로 찐 밥이 함께 나온다.
식당 관계자는 "오리고기가 기력 회복에 좋아 손님을 모시고 오기에 좋다"고 말했다. 3인 기준으로 오리훈제찜 1마리가 5만5000원(1인 당 1만8300원 꼴)이라서 주류나 음료를 추가로 주문하기에도 부담 없다.
10. 강서면옥

'강서면욕' 전경
이 집은 깔끔한 냉면 맛으로 손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을 둘 다 팔고 있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손님 취향에 맞게 대접하기 좋다. 왕만두와 녹두전도 맛이 괜찮다.

주 메뉴인 평양 물냉면은 한 그릇에 1만2000원, 함흥 비빔냉면은 1만 1000원이다. 만두는 개당 3500원, 녹두전은 1만2000원이다. 냉면, 만두, 녹두전 대신 불고기(한우 1인분 2만8000원, 미국산 소고기 1인분 1만8000원)를 시켜도 된다.

이 곳 냉면은 면발이 질기지 않아 가위질하지 않아도 된다. 왕만두는 배가 부를 정도로 크다. 손수 빚어 만든 왕만두 안에는 고기와 부추, 두부 등이 풍성하게 들어 있다. 평양 물냉면 1그릇과 만두 1개를 시키면, 1인 기준 총 가격은 1만5500원이다.
가볼 만한 3만원 이하 '광화문 맛집' 10곳을 지도에 표기했다.
지도를 누르면 맛집 위치를 자세히 볼 수 있다 / 구글 지도
*손기영·김수진·이정은 기자가 함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