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하묘지 '카타콤'에 대한 오싹한 사실 9가지

2017-03-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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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동굴에 묻는 로마 풍습을 따른 지하묘지” 등이다.

유명 레지스탕스 지도자 이름을 딴 프랑스 파리(Paris) 앙리 롤 탕기 거리에는 온통 초록색으로 칠한 집 모양 건물이 있다. 입구를 따라 약 20m를 내려가면 '낭만의 도시' 파리는 온데간데없고 전혀 딴 세상이 시작된다.

바로 카타콤(Catacomb)이다.

위키피디아

파리 남부 지하에 똬리를 틀듯 자리 잡은 카타콤은 기독교 성인 세바스찬의 무덤 '아드 카타쿰바스(Ad Catacumbas·웅덩이 옆)'에서 이름을 따왔다.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엇갈린다. "기독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만든 모임 장소", "시신을 동굴에 묻는 로마 풍습을 따른 지하묘지" 등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이탈리아 로마, 시라쿠사, 나폴리 등 유럽과 유라시아 일부에도 카타콤을 만들었다. 하지만 파리 카타콤은 성격이 좀 다르다.

18세기 파리는 지금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도시 곳곳이 시체 썩는 냄새로 들끓었다. 묘지에 묻을 돈이 없어 방치된 시신들이었다. 프랑스는 1786년부터 2년에 걸쳐 이 시신들과 파리 근교 대형 묘지의 유골들을 폐 채석장으로 옮겼다. 이 채석장이 바로 파리 카타콤이다.

프랑스 정부는 카타콤을 대중에 개방한 19세기 이후 몇 차례 보강공사로 내부를 정비했다. 안에는 화장실이 없다. 입장료는 10유로(약 1만 2000원)다.

파리 카타콤에 대한 오싹한 사실 9개를 소개한다.

1. 어떤 이들은 카타콤 안에 '지옥 문'이 있다고 주장한다

Pixabay

가끔 발생하는 실종자 때문이다.

카타콤은 구조가 복잡하다. 묘실을 지나면 다른 묘실이 나오고, 두 갈림길을 지나면 세 갈림길이 나오는 식이다. 파리 카타콤은 몇년 만에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니다. 기원을 따지면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오른다. 긴 시간을 거쳐 복잡다단한 구조가 됐다는 뜻이다.

몇몇 사람은 카타콤에 지옥과 연결된 문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종자들 모두 이 문을 통해 지옥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이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진지하게 퍼졌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파리 카타콤에는 지옥문이 없다. 소문에 불과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2. 시신 500만구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히는 500~600만구 사이다. 핀란드 전체 인구수(2016년 6월 CIA 자료 기준·약 544만 명)와 맞먹는다.

3. 전체 길이가 약 300㎞로 알려졌다

1857년 제작된 파리 카타콤 지도 / Wikipedia

대중에 공개 안 된 코스까지 합친 거리다. 일반인 관람 코스는 입구에서부터 약 2㎞로, 1만 1000㎡(약 3327평) 정도다.

4. 길을 잘못 들면 영영 못 나올 수 있다

프랑스 경찰이 카타콤 곳곳에 보초를 서고, 순찰하는 이유다. 안이 복잡해 까딱하면 길을 잃는다.

일반에 개방된 2㎞ 외에는 모두 출입금지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대부분 철조망이 쳐져 있다. 하지만 없는 곳을 발견했다고 호기심에 들어갔다간 영영 못 나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카타콤 전체 거리는 약 300㎞다. 서울에서 대구 거리 정도다.

5. 귀신이 목격됐다

이렇게 음침한 곳에서 귀신이 목격되지 않았다면 그게 바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해외 용자들이 고프로나 캠코더를 들고, 이른바 '카타콤 솔플(솔로플레이)'하며 찍은 영상이다. 귀신 같은 게 찍혔다고 하는데, 판단은 각자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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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중에 개방된 카타콤 구간은 전체 대비 0.6%에 불과하다

카타콤은 전 구간을 합치면 300㎞쯤 된다. 여기서 관광객에 허용된 건 2㎞다. 약 0.6%만 개방된 셈이다.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로 안전 문제다. 안이 좁고 복잡한 카타콤은 길을 잃으면 나오기 힘들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9세기 이래 카타콤에서 실종된 사람은 수백, 수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두 번째는 훼손 문제다. 카타콤은 프랑스 문화재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은 카타콤에 있는 해골을 기념품처럼 갖고 나간다. 문화재 훼손 행위다. 현지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안 그래도 엄청난 크기의 카타콤을 대중에 전부 공개할 경우 이 훼손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7. 한 남성은 카타콤에서 길을 잃었다가 11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파리 육군병원 경비원 필리베르 아스페르(Philibert Aspairt)는 1793년 카타콤에서 실종돼 11년 만인 1804년 한 낡은 갱도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갱도 바닥에 묻혀 있었다. 그가 왜 여기까지 갔는지는 모른다. 카타콤에는 현재 그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필리베르 아스페르 추모비 / Wikimedia

8. 카타콤 실종자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프랜시스 프리랜드(Freedland)는 2000년 미국의 초자연현상 프로그램 '스케어리스트 플레이스 온 어스(Scariest Places on Earth)'에 30분 분량 다큐멘터리 '로스트 인 더 파리 카타콤(Lost in the Paris Catacomb)'을 공개했다.

유튜브, creepypaste

카타콤을 찾은 프리랜드는 우연히 캠코더 하나를 입수했다. 캠코더에는 정체불명 영상이 찍혀 있었다. 어떤 남성이 카타콤 안을 헤매다가 뭔가를 보고 도망치는 내용이었다. 영상은 남성이 캠코더를 버리고 줄행랑치며 끝났는데, 이 캠코더가 바로 프리랜드가 주운 것이었다.

프리랜드는 프랑스 정부에게서 카타콤 전 구간 수색 허가를 받고 탐사팀을 꾸렸다. 프리랜드는 탐사팀과 남성이 있을 만한 곳을 6시간 동안 수색했다. 하지만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프리랜드가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게 바로 '로스트 인 더 파리 카타콤'이다.

프리랜드가 카타콤에서 입수했다는 영상은 아직도 진위 여부가 분분하다.

9. 2004년 카타콤의 한 묘실에서 비밀 영화관이 발견됐다

2004년, 프랑스 경찰은 파리 16구 인근 카타콤에서 영화관처럼 보이는 공간을 발견했다. 이곳은 카타콤 공식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곳이었다고 한다.

먼저 책상과 자동 촬영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카메라는 누군가 이 근처를 지나가면 자동 촬영을 시작하게 설정돼 있었다. 개 짖는 소리도 내게 돼 있었다. 경찰은 "사람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추측했다. 또 극장에서나 볼법한 대형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비롯해 1950년대 고전 누아르에서 최신 스릴러 영화가 구비돼 있었다.

경찰은 "천장에서 나치 문양(卍) 2개가 발견되고 (유대인을 뜻하는) 다비드의 별이 그려져 있었지만, 극단주의 단체가 만든 건 아닌 것 같다"며 "솔직히 누가,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gupo francês UX -URBAN EXPERIMENT t – que recria e transforma espaços abandonados da cidade em zonas de livre expressão...

Posted by Erig Elaine on Saturday, 21 July 2012

경찰은 이곳을 발견한 지 3일 뒤, 전기 기술자를 불러 어디서 전력을 끌어오는지 조사했다. 기술자는 "전화선, 전기선 모두 끊어진 상태"라고 했다. 경찰은 첫 번째 수색 때 발견하지 못했던 쪽지 한 장을 찾았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를 찾지 마"

미스터리는 7년 만에 풀렸다. 2011년 미국 IT매체 기즈모도에 따르면 이 영화관은 프랑스의 급진적 예술가 단체 '레 우쓰(Les UX)'가 1999년 만들었다. 공사 기간은 1년 6개월이었다고 한다.

레 우쓰는 영화관을 만든 이유로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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