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실화냐" 마트 식품코너 직원들이 말한 별의별 진상손님들

2017-03-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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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송곳' "육즙도 많고 쫄깃쫄깃한데 이런 비싼 고기는 제 분수에 안 맞는다는 생각

JTBC '송곳'

"육즙도 많고 쫄깃쫄깃한데 이런 비싼 고기는 제 분수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환불해주세요"

JTBC 드라마 '송곳' 1회에서 배우 박혁권 씨가 반 넘게 먹어치운 '한우 꽃등심'을 마트 직원에게 내밀며 한 말이다.

이런 진상 고객, 실화일까?

정상적으로 완성했을 때 코카콜라 리본패키지 모습(왼쪽)과 사람들이 끈을 잡아당겨버린 코카콜라 리본패키지 / 코카콜라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콜라 사진이다. 지난 1월 한정판으로 출시된 '코카콜라 리본 패키지'로 포장지 흰색 부분을 당기면 리본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사진 속 제품은 포장지가 너덜너덜하게 벗겨져 있다. 사람들이 호기심에 리본을 만들어 보려고 포장지를 당겼다가 망가뜨린 것으로 보인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사진상으로는 한국(매장)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후 매장 고객들이 쉽게 당겨볼 수 없도록 포장지를 개별 포장해 부착해놓은 코카콜라 리본 패키지가 등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 A씨는 "SNS에 돌아다니는 진상 손님 일화는 대부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A씨는 "부츠 사갔다가 1년이 지나서 가죽이 벗겨졌다며 환불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오히려 여기서 만든 신발(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냐고 따지더라"고 했다. 식품 매장에 특히 진상 고객이 많다고 한다. 그는 "시식 코너에 도시락통을 들고 다니며 음식을 하나씩 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한 대형 마트 양재점을 찾았다. 마트 전체 면적은 1만 2855㎡(약 3800평)에 달한다. 식품 매장도 계산대 위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넓었다. 평일이지만 손님으로 붐벼 시식 코너를 줄서서 이용했다.

이 대형 마트는 워낙 식품 종류가 많고 매장 규모가 넓어 다양한 진상 고객들이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네티즌은 "(이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과일 포장을 뜯더니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과일을 쓱쓱 깎아 애들에게 먹이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구매하기도 전에 뜯어 먹고 방치한 마트 식품들 / 온라인 커뮤니티

기자가 찾아간 날에는 눈에 띄는 진상 손님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해당 마트에서 일한 직원들 말은 달랐다. 마트 음식을 마음대로 뜯고 먹고 마시는 손님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먹은 걸 계산도 하지 않고 가는 경우도 있냐"고 묻자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이커리 담당 직원 B(여)씨는 진상 손님의 표적이 되는 건 꺼내먹기 쉬운 크루아상 빵, 쿠키 등이라고 했다. 그는 "쇼핑하는 동안 먹고 (남은 건) 계산대 앞 리턴 카트(return cart)에 넣고 가버린다"라고 말했다. 개봉과 동시에 상품 가치를 잃은 음식들은 그대로 폐기된다.

빵 시식을 도맡고 있던 직원 C(여)씨는 "신제품이 나오면 (포장 뜯고) 많이들 드신다"며 "먹은 다음 다른 곳에 몰래 (남은 음식을) 숨겨놓고 간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크루아상. 용기를 열면 바로 빵을 집을 수 있게 포장돼 있다

매장 곳곳에는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은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식품 코너 직원들 사이에서 고객의 진상 행동은 '자체 시식'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자신이 먹어보고 싶으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뜯어서 먹어본다는 의미다.

초콜릿이나 사탕 포장이 뜯겨 있는 경우도 종종 본다고 했다. 이곳에서 일한 지 5개월째라는 한 직원은 제품 훼손하는 손님을 일주일에도 2~3번씩 본다고 했다.

심지어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과자 코너 직원 D(여)씨는 "(용기에 담긴) 초밥 다 뜯어 먹고 아무데나 버리고 가는 사람도 봤다. 고기 먹는 분도 있었다"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 시선이 의식됐는지 진상 손님은 한 쪽 구석에 숨어 초밥을 먹었다고 한다.

마트 식품 매장에서 파는 초밥. 냉장보관하지 않으면 폐기해야만 한다

손님들의 호기심과 이기심에 망가진 식품들은 전부 폐기 처리된다. 피해를 당해도 마트는 적극적인 제재를 취하진 못하고 있다. 진상 손님을 직접 보게 되면 "계산 전에는 뜯지 마시라"고 직원이 말하는 정도다.

유통업체 관계자 A씨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감수한다"고 했다. 몰래 음식을 뜯어 먹기 때문에 진상 손님을 현장에서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고객이 포장을 뜯어서 음식을 먹는 현장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보게 되면 계산해주셔야 한다고 말씀은 드리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대응 지침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업소비자 전문가협회 관계자는 "각 기업이 (진상고객) 사례를 너무나 많이 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트 식품을 먹고 계산은 하지 않는 등의 진상 행동은 엄연히 재물 손괴이므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마트 진열대 등에 안내문을 붙이면 되지 않을까?

이 관계자는 "'뜯어보면 안 돼요' 이런 상식적인 것을 안내문으로 붙이는 것은 수준 낮은 매장이라는 뜻 아니겠나. 그 자체가 창피한 일이라... 기업들이 그렇게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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