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유행, '삼성서울병원 치매 예방 퀴즈' 정체를 ARA봤다

2017-03-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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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terstock "모든 문제를 맞히면 앞으로 12년간 치매 걱정 없다"는 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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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를 맞히면 앞으로 12년간 치매 걱정 없다"는 전 세계 의학계를 까무러치게 할 초성 퀴즈가 SNS에서 화제다. 라임(Rhyme)을 맞췄는지 문제도 딱 12개다.

만든 곳은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다. 게시물마다 조금씩 설명 차이는 있지만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에서 만들었다", "모두 다 맞히면 12년간 치매 걱정 없다"는 내용은 꼭 들어간다.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가 개발한 뇌훈련 퀴즈 12문제인데, 모두 다 맞히면 향후 12년간 치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합니다. 다음 제시된 자음을 보고 동물 이름을 맞혀보세요.^^

1. ㄱㄹ

2. ㅋㄲㄹ

3. ㅇㄹㅁ

4. ㄷㄹㄴ

5. ㅎㅁ

6. ㅊㅅㅁ

7. ㄲㅁㄱ

8. ㅁㄷㅈ

9. ㄷㄹㅈ

10. ㄷㅁㅂ

11. ㄷㅅㄹ

12. ㅊㅅ

답은 여기를 참조하자. 필자는 3번 빼고 다 맞혔다. 향후 11년은 걱정 없겠다. 문항이 추가된 다른 버전도 있다. 15개짜리 퀴즈인데, 이쪽은 "12년이나 15년간 치매 걱정 없다"는 설명은 없다. 역시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퀴즈는 정말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에서 만든 걸까? 난도만 봐서는 잘 판단이 안 선다. 안 그래도 온 나라가 가짜(Fake) 뉴스 때문에 시끄럽다.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거짓 정보는 용납할 수 없다. 소싯적 재능을 살려 키보드를 좀 퉁겨 봤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어렵지 않게 단서 하나를 찾았다.

2015년 1월 6일자 조선일보 '신문은 의사선생님' 코너에 실린 그래픽 뉴스다. 문제의 12개 초성 퀴즈를 확인할 수 있다. 표제는 "삼성서울병원·뇌신경센터가 개발한 뇌훈련"이다. 내용도 거의 똑같다. 조선일보 뉴스는 초성 중 일부 글자가 힌트로 주어진 반면, SNS 버전은 모든 문항이 얄짤없이 초성 처리된 게 그나마 차이점이다.

[신문은 의사선생님] 삼성서울병원·뇌신경센터가 개발한 뇌훈련
하지만 전 세계 의사들 동공에 지진을 일으켰던 "다 맞히면 12년간 치매 안 걸림"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남은 방법은 한 가지. 삼성서울병원에 직접 확인하는 길뿐이다.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15일 "2014~15년 사이에 조선일보 측 의뢰를 받아 해당 퀴즈를 만들었다. 12년 동안 치매 예방되고 이런 건 아니고 뇌를 훈련하는 퀴즈"라며 "치매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되는 건 맞다"고 덧붙였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런 퀴즈 백날 맞히며 "난 문제 없어"라고 정신승리를 자부하는 것보다, 술·담배 끊기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치매 예방에 훨씬 도움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플로리다 마운트시나이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2015년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의심되거나 초기 단계라고 진단받은 60세 이상 938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결과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한 사람일수록 치매 발병 시기가 앞당겨진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두 잔 이상 매일 술을 마신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4.8년 빨리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렸다.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들은 2.3년, "에라 모르겠다"며 술, 담배를 함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8.5년 빨리 치매가 찾아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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