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비정규직 스태프 해고 문제로 괴로워했던 이한빛 피디

2017-04-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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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한빛 피디 동생 이한솔 씨 페이스북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하다 지난

고 이한빛 피디 동생 이한솔 씨 페이스북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피디가 생전에 비정규직 스태프 해고 문제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 이한빛 피디 동생 이한솔 씨가 18일 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촬영팀을 해체하고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계약금을 회수하는 일을 형이 맡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가운데 이한빛 피디가 비정규직 스태프 해고 문제로 생전에 괴로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해 8월 11일 이한빛 피디는 지인에게 "드라마 촬영이 4분의 1정도 진행된 상태인데 윗선에서 편집본을 보고 '변화의 계기'를 찾는다고 촬영, 조명, 장비 팀 전원 교체를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이 피디는 "사측이 선지급된 금액 절반을 토해내라고 했고 스태프들은 전세, 대출금 상환 등으로 묶여 있다고 사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판을 끌어온 건 정직원이자 프로그램 책임자인 연출부인데 비정규직들만 희생양이 된다"며 "여긴 진짜 미친 세상이다"라고 토로했다.

이한빛 피디는 유서에 '관리자'로서 느꼈던 자괴감을 털어놨다. 이 피디 유서에는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네는 '노동 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팠어요. 물론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네들 앞에선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라고 적혀있다.

tvN측은 외주업체와 소속 스태프가 대거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상황에 대한 인정 및 상호 대화를 통해 (사측과 스태프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 관계가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아들은 입사 이래 월급을 세월호 유가족, KTX 해고 승무원, 기륭전자 비정규직 등에 기부할 정도로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촬영 중간 교체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계약금을 환수할 때 특히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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