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에 존재하는 '신부 납치' 문화 (사진)

납치혼의 일종인 '신부 보쌈'이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까지 "신부 보쌈은 범죄"라며 자제에 나설 정도다.

신부 보쌈은 납치한 여성과 강제 혼인하는 악습으로, 여성을 '재산'으로 인삭하던 과거에 주로 행해졌다.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소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유행했다. 한국에도 '과부 보쌈', '과부 업어가기'라는 비슷한 문화가 조선시대까지 있었다.

문명이 발달하며 이런 풍습은 자취를 감췄지만, 여전히 일부 국가에선 '전통'이란 오명 아래 행해지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대표적이다.

키르기스스탄에는 '알라 카추(Ала качуу·잡고 달아나기)'라는 납치혼 문화가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해 알라 카추 명목으로 납치되는 현지 여성은 1만여 명이라고 한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알라 카추를 하다 적발될 경우 최대 10년 형에 처하도록 최근 법을 개정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알라 카추는 종족 번영을 위해 다른 부족에서 여성을 잡아오던 중앙아시아 일부 유목 민족 풍습에서 비롯됐다. 다만 이 과정은 합의 아래 이뤄졌고, 여성이 원하면 이혼도 가능했다고 한다. 알라 카추처럼 여성 동의 없이 이뤄지는 게 아닌 일종의 의식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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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KBS1 교양 프로그램 '특파원 보고 - 세계는 지금'에서는 키르기스스탄의 젊은 여성들이 처한 충격적 현실이 소개됐다. 많은 현지 남성이 여성을 납치해 결혼하는 걸 전통처럼 여겼고, 여성의 저항은 '좋은데 싫은 척' 하는 걸로 생각했다. 방송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전체 결혼의 50% 이상이 신부 보쌈으로 이뤄지고, 대부분 여성 동의 없이 이뤄진 강제 결혼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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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현지 문화 평론가는 "(알라 카추는) 가정을 꾸리는 방법 중 하나다. 요즘은 남자가 청혼하면 매번 (여자가) 거절한다. 속으로 청혼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거절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여성이 거절하면 순결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성이 청혼을 수락하면 결혼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으로 생각될 것"이라고 했다.

이웃 나라 카자흐스탄도 상황은 비슷하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난 5월 "카자흐인은 이슬람 민족 중 여성을 가장 존중하고 친한 자매로 대한다"며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보쌈이 범죄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길을 가던 평범한 유부녀가 보쌈 대상으로 몰려 모르는 남성에게 납치되고, 현역 군인도 가세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여성 측 결혼 지참금이 부족하거나, 부모 의사에 반하는 결혼일 때 합의 아래 남성이 여성을 납치 형식으로 데려가기도 하지만, 그 외엔 불법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문화 평론가 러셀 클레인바흐는 "보쌈으로 한 결혼에서 남편의 폭력이 더 많다. 이혼율도 더 높다"며 "보쌈 결혼 후 이혼한 여성이 결국 가족에게 거부당하고 매춘하게 되는 비율도 높다. 그녀들은 자살률도 높다"고 '세계는 지금'에 지적했다.

이어 "경찰과 공무원 대부분이 '신부 보쌈'이 불법이라는 걸 모른다"며 "안다고 해도 오랜 전통이라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