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안 쓰면 못 알아봐서 슬퍼요” 블랙 나인 인터뷰

2017-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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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탈락한 블랙 나인을 두고 시청자들은 '일반인 진출자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이하 전성규 기자
이하 전성규 기자

185cm 키에, 복싱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목에는 황금색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이었다. 항상 얼굴 절반을 가린 모자를 쓰고 '쇼미더머니6'에 나왔던 그는 이날은 모자 없이 얼굴을 훤히 드러냈다.

"오늘은 모자는 벗으시고 검은색 옷만 입으셨네요?"

래퍼 블랙 나인(Black Nine·26)은 미소지었다. "사실 머리를 못 만져서 방송에서 항상 모자를 썼어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헤어스타일 손질을 받았죠."

그는 "더러워져도 티가 안 나서" 검은색 옷을 입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블랙 나인은 지난 1일 종영한 Mnet '쇼미더머니6'를 대표하는 '스타' 래퍼다. '쇼미더머니6'에는 래퍼 슬리피 등 이미 이름이 알려진 래퍼들이 대거 등장했다.

블랙 나인은 이들과 달리 무명 래퍼였다. 분전 끝에 본선 무대를 앞두고 아쉽게 탈락했다. 시청자들은 '일반인 진출자의 기적'이라고 했다.

블랙 나인은 경연 내내 단백하고 깔끔한 랩 실력을 선보였다. 그는 '흑구~ 흑구~'라는 특유의 시그니처 사운드는 시청자들 귀를 사로잡았다. '흑구'는 블랙나인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블랙 나인은 "그냥 이름이 블랙 나인이라서 단순하게 흑구라고 지었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흑구~흑구'를 좋아하실지는 상상도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제 이름이 흑구인지 아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포털 사이트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블랙 나인이 아니라 흑구로 검색하세요"라고 했다.

블랙 나인의 '쇼미더머니' 도전기는 험난했다. 사실 그는 '쇼미더머니' 삼수생이다. '쇼미더머니4'와 '쇼미더머니5'에도 도전했지만 1차 탈락했다.

블랙 나인은 '쇼미더머니6'에 합격하려고 수많은 벌스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번에도 사실 자신은 없었어요. 그래도 미친 듯이 준비했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랩 할 수 있게. 심사위원이 타이거 JK 형님이었던 것도 저에게 천운이었죠. JK 형님은 무명 래퍼들에게 관심이 많으셨어요. 제 랩을 알아봐 주셨죠."

블랙 나인은 '쇼미더머니6' 이후 자신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한국체육대학 재학 당시에 블랙 나인은 갑자기 우울증과 공황 장애를 앓게 됐다. 때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방에 누워있는 것밖에 할 수 없게 되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이유는 성격에 있다. 언제든 걸렸을 성격이다. 지금 걸린 게 오히려 늦은 것 같다"고 했다.

블랙 나인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많이 달라요. 어떤 일이 있으면 머릿속으로 수없이 가지치기를 해요"라며 "이런 성격이 저를 힘들게 했어요"라고 했다.

'쇼미더머니6' 심사위원으로 나온 타이거 JK는 그런 그에게 용기를 줬다.

블랙 나인은 "JK 형님이 세상 밖으로 나오라고 계속 응원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는 "아직 완벽하게 우울증과 공황 장애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JK 형님을 만나고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다른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라고 했다.

타이거 JK와 블랙 나인의 인연은 '쇼미더머니6'가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블랙나인은 타이거 JK가 수장으로 있는 '필굿뮤직' 소속 아티스트가 됐다. 일부 힙합 팬들은 "두 사람이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냐. 짜고 치는 판이었다"고 넘겨 짚기도 했다.

블랙 나인은 "의정부 같은 동네에 살긴 했지만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에요. 제가 팬이었어요. 가끔 볼 수 있을까 하고 사무실 앞을 왔다 갔다 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쇼미더머니6' 탈락 후 타이거 JK가 블랙 나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블랙 나인은 "타이거 JK 형님이 저에게 소속사가 있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이상하게 저한테 끌리신데요"라며 "필굿뮤직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계약을 결정했어요"라고 밝혔다.

'쇼미더머니6'에 함께 출연했던 래퍼 우원재 씨도 타이거JK 만큼 그에게 힘을 줬다. 블랙 나인과 우원재 씨는 타이거JK-비지 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블랙 나인은 우원재 씨가 '운명의 단짝'이라고 느껴질 만큼 통하는 것이 많다고 했다.

"원재랑은 성격부터 생각하는 것까지 전부 비슷해요. 쇼미더머니6를 하면서 얻은 소중한 인연이죠."

블랙 나인은 '쇼미더머니6' 최종 무대 탈락 후 우 씨와 나눈 얘기에 대해서도 말했다. 우원재 씨는 파이널 무대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블랙 나인은 "워낙 친한 사이라 그냥 어떤 응원도 위로도 안 했어요"라며 "원재가 저 떨어진 후 '떨어진 XX'라고 놀렸었거든요ㅋㅋ 그래서 저도 '우승도 못한 XX'라고 장난 쳤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쇼미더머니6'로 단짝이 된 두 사람은 함께 음악 작업을 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블랙 나인은 요즘 어떤 기분을 느끼며 살고 있을까? 블랙나인은 최근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도 그를 알아본 남성 팬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저한테 이런 순간이 오네요. 모든 것이 진짜 꿈같아요. 이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이죠. 올해 안에 꼭 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쇼미더머니를 찍으면서 정말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그는 '쇼미더머니'로 얻은 사랑을 '음악'으로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인터뷰하는 동안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저 같은 사람도 음악을 해요. 이제 제가 만든 음악들로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힘 좀 내라고."

블랙 나인은 허리를 곧게 세운 후 힘주어 말했다. 눈빛은 그 어떤 순간보다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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