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어떻게 남는가” 성폭력 피해자 심리 그린 웹툰 5선
2017-11-10 18:10
add remove print link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성폭력 고발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관계자들 진술이 엇갈리며 '진실 공방'도 벌어지는 가운데 피해자 또는 가해자 신상 정보가 유포되는 등 인권 침해 논란도 있다.
성범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사실이 크게 알려지면 알려질 수록 피해자에게 도리어 2차, 3차로 가해가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또 피해자 행동이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피해자 심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피해 사실을 의심하며 진술을 거짓말로 몰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폭력 피해자 심리를 그린 웹툰 5선을 정리했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피해자 심리를 구체적으로 짚으며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하는 웹툰을 모아봤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다.
1. 콘스탄쯔 이야기

네이버웹툰에서 약 2년간 연재된 장수웹툰이다. 그림체도 예술이지만 무엇보다 성폭력 피해자를 둘러싼 2차 가해 환경을 고발하는 내용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주인공 '센 언니' 콘스탄쯔는 왜 성폭력 사건에서 옷차림이나 늦은 밤길이 문제가 되지 않는지 조목조목 따지며 성폭력 가해자를 응징한다. "노출 어쩌구 하는 핑계를 들은 피해자들은 한여름에도 반팔조차 못 입을 수 있어." 중간 중간에 비속어와 욕이 섞인 대사가 불편한 독자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심리 묘사로 작품 속 피해자 캐릭터 '지민'이 실존 인물 아니냐는 의문을 많은 독자들이 제기했지만, 작가는 가상 인물이라고 밝혔다.
2. 애플 에이지

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에 올라왔던 작품이다. 작가가 연재를 중단한 상태다.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몸을 학대하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을 탓하는 수많은 시선을 감내하면서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임신에 대한 공포 때문에 불안감에 휩싸인다. 사후 72시간까지 유효한 피임약도 있지만, 의사의 처방이 따로 필요하기 때문에 무너진 몸과 정신을 수습하는라 바쁜 피해자가 혼자 알아서 챙겨 먹기란 쉽지 않다.
낙태도 성폭행이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불안을 이기지 못한 피해자는 제 몸을 제 몸처럼 여기지 못하고 학대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이 자살하지 않도록 수호하는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악마에 맞서 어떻게든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배반당하기 일쑤고, 피해자들은 자꾸만 자살 유혹으로 빠져든다.
3. 아, 지갑 놓고 나왔다

다음웹툰에서 연재됐던 작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2017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이다. 미혼모 선희와 어린 딸 노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희는 유복한 집안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다. 어릴 땐 똑똑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다 친척집에서 사촌 오빠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실수라며, 덮으려고만 하는 시댁과 남편에 맞서 선희 엄마 경자는 선희만 데리고 집을 나온다.
선희는 충격으로 사건에 대한 기억은 잊어버린 채 환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사람들 얼굴이 비둘기, 백조, 닭으로 보이고 심지어 자신의 얼굴도 일그러져 있다.
무책임한 남자친구 때문에 갖게 된 어린 딸 노루만 유일하게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런 노루마저 교통사고로 선희를 떠난다. 이 웹툰은 성폭력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단순한 그림체로 담백하게 전달한다.
4. 사람은 누구나

투믹스에서 연재된 작품이다. 가족 성폭력이 왜 오랜 기간 지속되는지 피해자 심리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수진은 원하지 않은 관계를 친오빠에게 강제적으로, 지속적으로 당하면서도 아무런 행동 변화를 취하지 않는 스톡홀름 증후군 증상을 보인다.
오빠를 증오하는 마음과 예전처럼 오빠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며 조금씩 정신을 갉아먹는다. 수진은 자신의 처지를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실제로 연재 초반 이 작품을 '근친물'로 착각하는 댓글들이 있을 정도로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피해자 심리는 일반에게 매우 낯설다. 성폭력 가해자가 "너도 즐겼잖아", "우린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는 논리에 자주 악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톡홀름 증후군이 성폭력 피해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심리라고 지적한다.
5. 그래도 되는家

다음 웹툰에서 연재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성폭력에 대해 진짜 가족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주요 스토리는 가족 내 성차별과 장자 차별 구조를 다루고 있지만, 후반부에서 그런 가부장제가 친족 성폭력을 어떻게 은폐하기 쉬운지 고발하고 있다.
주인공 은성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큰집의 모든 만행을 이해해주는 부모가 답답하다. 혼자 '미친 X' 소리를 들어가며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강요하는 가부장 구조에 저항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가족이란 이름이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은성은 여동생이 어릴 적 큰집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안을 제대로 뒤집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