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아이템이 된 '수능 샤프'... 중고장터서 10배 가격에 팔린다
2017-11-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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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수능 샤프'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다.

"수능 샤프 구합니다. 돈을 내서라도 사고 싶어요"
요새 '수능 샤프'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다. 중고장터에서 1~2만원대에 팔릴 정도다. '수능 샤프'는 매해 대학 수학능력시험장에서 수험생에게 일괄 지급되는 샤프 펜슬을 말한다. 시중에선 구할 수 없다. 수능 샤프에는 '~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수능 봤던 사람들만 받는 것…특별한 느낌"
SNS에선 "시험 안 보고 수능 샤프만 받고 나올 수는 없나요?", "수능 샤프 받으러 수능 치러 간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재수를 준비하는 수험생 A씨는 지난해 수능 시험 때 지급된 '2017학년도 수능 샤프'를 구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받았던 수능 샤프를 잃어버린 게 너무 아쉬웠다"며 "2017 수능이라고 쓰여있는 분홍색 샤프는 작년에 수능 봤던 사람들만 받는 거니까 뭔가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능 샤프' 때문에 수능을 보는 이도 있다. 수시 합격생인 B씨는 수능 점수가 필요 없다. 하지만 "수능 샤프라는 기념품만이라도 받고 싶어서" 수능을 1교시만 치고 나올 생각이라고 했다.
B씨는 "수능 샤프는 년도마다 달라지는 데다 재수를 하지 않는 이상 다시 수능 샤프를 가질 기회가 없어서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 샤프가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하다고 알고 있다. 팔면 값도 꽤 나간다더라"고 덧붙였다.
수능 샤프로 시험을 앞둔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박지현(19) 씨는 고3 시절, 수능을 잘 본 선배에게서 받은 '수능 샤프'로 공부했다고 했다. 박 씨는 "원래 그런 걸 잘 안 믿는 편인데도 괜히 그때는 불안해서 마음이 급해졌던 것 같다"고 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김윤주(23) 씨도 고등학교 선배에게서 수능 샤프를 물려받은 기억이 있다. 김윤주 씨는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하는 선배들이 (수능) 시험 보고 오면 후배들은 '좋은 기운을 받아야지' 하면서 물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능 샤프는) 수능 보기 전까지는 볼 수 없는 물품”이라며 당시 선배에게 수능 샤프를 받고 “신기하고 기념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기억했다.
물론 수능 보기 전 연습 삼아 '수능 샤프'를 써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수험장에서는 개인 샤프는 지참할 수 없고 수능 샤프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샤프 대신 개인 연필을 지참해 쓸 순 있다.
◈ 수능 샤프 13년…"다채로운 색상 변화"
수능 샤프는 원칙적으로 수능 시험날 전까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올해 2018학년도 수능 샤프 제조업체로 선정된 '유미상사' 관계자는 "수능 샤프 색깔은 매해 달라지는데, 수능 시험날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입찰 조건에 포함돼 있다. 그래서 회사 내부에서도 그해 수능 샤프 색깔을 알고 있는 직원은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초기 수능 샤프는 검은색, 파란색, 남색 등 짙은 색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조금 더 다채로운 색상을 띠고 있다. 2006, 2008, 2009학년도 수능 샤프는 짙은 파란색 계열이고, 2007, 2010학년도 수능 샤프는 검은색이다. 2011학년도 수능 샤프인 ‘제니스’ 샤프도 짙은 남색이다. 반면 2012~2017학년도 수능 샤프부터는 하늘색, 청록색, 연두색, 연보라색, 핫핑크색 등으로 나왔다.



수능 샤프는 대체로 평가가 좋은 편이다. 보통 수능 때 지급받은 수능 샤프를 대학 가서도 즐겨 쓸 정도로 그립감이 안정되고 필기감이 부드럽다는 평이 많다. 일부 블로거나 SNS 이용자들은 일부러 매해 수능 샤프를 구해 필기감 후기를 남길 정도로 수능 샤프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역대 최악의 수능 샤프라는 2011학년도 수능 샤프는 "한 획을 긋기도 전에 뚝뚝 부러졌다"며 당시 수많은 수험생들의 원성을 샀다. 당시 수능 샤프에 불량이 있다며 평가원에 이의제기를 하는 글도 줄을 이었다. 2011학년도 수능을 치렀던 C씨는 그해 수능 샤프에 대해 "수리 영역 시간에 수십 번은 눌러봤다"며 "(문제를 풀다) 화가 많이 나서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능 샤프가 생긴 건 2005학년도 수능인 2004년 11월 17일에 일어난 대규모 부정행위 사태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2006학년도 수능시험 부정행위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수능 샤프가 수험생들에게 일괄 지급된 것은 이 대책의 일환이었다.
약학대학 입학시험이라고 불리는 피트(PEET) 시험에서도 샤프 펜슬을 일괄 지급한다.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입학 자격시험인 미트(MEET), 디트(DEET) 시험에서는 샤프 펜슬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다가 올해부터 지급을 중단하고 개인 필기구를 허용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인 리트(LEET) 시험에서는 주관식 논술 문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샤프 펜슬을 지급하지 않고 볼펜 등 개인 필기구를 지참해 쓰도록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