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형들의 지독한 폭행...” 강한 선수가 카바디 국대 그만두며 쓴 글

2018-01-0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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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디 국가대표 강한 선수가 운동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하 강한 선수 인스타그램
이하 강한 선수 인스타그램

카바디 국가대표 강한 선수가 운동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한 선수는 8일 인스타그램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심각한 사건사고를 경험한 후 그 기억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통 받는 질병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저는 이 병을 몇 년 전부터 앓아오고 있었다"며 "중학교 시절부터 계속된 보육원 형들과 육상부 형들의 지독한 폭행 때문에 생긴 병이다. 온 몸에 피멍이 들었던 끔찍한 그 때의 기억을 저는 지금도 언제든 떠올린다"고 했다.

이어 "매주 한 번씩 이런 기억들을 억지로 지워내기 위해 병원에 다니고 있다"며 "하지만 차마 이런 이야기를 단 한번도 꺼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제 자신보다 '카바디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단 강한을 원했으니까"라고 전했다.

강한 선수는 "이제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며 "카바디 국가대표팀 합숙을 하게 되면서 대인공포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여태까지는 제가 팀에 방해가 되고 민폐가 된다는 생각에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한 선수는 "지금은 운동이 먼저가 아니라 제 스스로 몸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힘든 결정을 내렸다. 운동을 그만두기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 당분간은 치료 잘 받고,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강한 선수는 카바디 대표팀에게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강한 선수
강한 선수

강한 선수는 격투기와 술래잡기, 피구 등이 혼합된 종목인 카바디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해왔다. 지난 1일에는 "어딘가에 계시는 부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저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고 실망하지도 않는다"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보육원에 맡긴 부모님에게 "키우시지는 않았지만 낙태 안 하고 끝까지 출산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덕분에 이렇게 운동도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었다.

강한 선수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는데 죄송하다"며 "앞으로 더 멋진 강한으로 살아가겠다"고 위키트리에 밝혔다.

강한 선수가 SNS에 남긴 글 전문이다.

죄송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심각한 사건사고를 경험한 후 그 기억 속에서 지속적으로 고통 받는 질병입니다.

저는 이 병을 몇 년 전부터 앓아오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계속된 보육원 형들과 육상부 형들의 지독한 폭행 때문에 생긴 병입니다.

온 몸에 피멍이 들었던 끔찍한 그 때의 기억을 저는 지금도 언제든 떠올립니다.

매주 한 번씩 이런 기억들을 억지로 지워내기 위해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마 이런 이야기를 단 한번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제 자신보다 ‘카바디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단 강한을 원했으니까요.

지금도 검색창에 ‘카바디’를 치면 제 이름이 연관검색어로 뜹니다. 제겐 그닥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제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나 언론 카메라 앞에 섰을 때면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고 있는 제 진짜 모습을 억누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보육원 출신 국가대표를 원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렵습니다. 카바디 국가대표팀 합숙을 하게 되면서 대인공포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제가 이 병에서 깨어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도 커졌습니다. 여태까지는 제가 팀에 방해가 되고 민폐가 된다는 생각에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운동이 먼저가 아니라 제 스스로 몸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운동을 그만두기로 한 겁니다.

약 13년 동안 운동선수로서 저를 도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치료 잘 받고, 더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카바디 대표팀에게도 죄송합니다. 대표팀 생활하면서 선배님 감독님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지만 끝내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