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봉단·단일팀... 평화올림픽 올인한 문재인 정부에 '청년'은 없었다

2018-02-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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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에게 민족 화해와 같은 담론은 오히려 꼰대와 아재의 고지식한 잔소리로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 / 이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 이하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평창 동계올림픽 기조는 '평화 올림픽'이다. 북한 핵 실험·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를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반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평창 올림픽에 '북한'은 있지만 '청년'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젊은 자원봉사자 홀대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강행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평창 올림픽 개막 전부터 젊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푸대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실한 식사, 불편한 잠자리, 방한대책 미비, 셔틀버스 불편에 정부의 무관심까지 겹쳐 이들의 불만은 날로 높아졌다.

지난 5일 한 자원봉사자는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댓글을 남겼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안고 왔으나 그것이 커다란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누군가는 실망을 넘어서서 두려움이 됐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창렬'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며 "많은 기대와 봉사정신을 안고 평창을 찾은 자원봉사자들과 단기인력들을 기억해주고 조금만 더 신경 써달라"고 했다.

강추위에 힘겨워하는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
강추위에 힘겨워하는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 처우를 사전에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 대책은 지난 2일이 돼서야 나왔다.

이날 조직위는 부실한 식사에 대해 "계획보다 1주일가량 빠른 (1월) 22일부터 식음 서비스를 시작하다 보니 초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지난달 말부터는 매일 1인당 3000원 상당의 간식을 별도로 제공한다"고 했다.

조직위는 추위 때문에 방한용품을 개인 구매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건물에 칸막이와 천장을 설치하고, 열풍기 등 난방기 1000대를 추가 배치하겠다"며 "야외 근무자에게 핫팩 등 방한용품을 구매해 배포하겠다"고 했다.

조직위는 "숙박환경 개선을 위해 자원봉사 취소자 등으로 발생한 공실을 활용해 객실 정원을 하향 조정하겠다"며 "일부 기숙사에 설치된 코인 세탁기도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7일 평창올림픽선수촌을 방문해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과 기녕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7일 평창올림픽선수촌을 방문해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과 기녕사진을 찍고 있다

자원봉사자 논란으로 여론이 나빠지자 청와대도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들을 격려하는 글을 SNS에 남겼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추위가 매섭다. 이 추위 속에서도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참으로 대견하고 장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 겨울, 자원봉사자들 헌신을 꼭 기억하겠다.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7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선수촌을 방문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 메뉴로 밥, 메추리알 장조림, 돈가스, 마카로니, 김치, 김치찌개 등이 나왔다.

김정숙 여사가 평창 자원봉사자들과 먹은 식사 메뉴
김정숙 여사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매우 춥고 부실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여러분들에게 위안이 될까해서 이렇게 오늘 나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팠다"며 "엄청 잘 해드리진 못해도 최소한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평화 올림픽'에 올인한 나머지 젊은 자원봉사자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부실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국가적 이벤트에 헌신과 희생의 정신으로 사람이 동원되는 시대는 지났다. 변화된 시대에 국민의식과 따라가지 못하는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으니 국민이 뿔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도 지난달 30일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할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젊은층 반발을 샀다. 당시 갑작스러운 '정치적 결정' 때문에 젊은 선수들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평화 올림픽'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주로 열을 올렸다.

'젊은 지지자들' 등 돌리는데도 남북 단일팀 강행하는 문재인 정부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뒤늦게 남북 단일팀에 대해 "제대로 헤어리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 부처 장·차관 워크숍' 마무리 발언에서 단일팀 문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구상하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 올림픽을 위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 입장을 미처 사전에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며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평화 올림픽'을 기조로 내건 평창 올림픽에 젊은층이 열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2030 여론'과 관련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지난 7일 진보 매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근식 교수는 "2030 젊은이들은 민족 담론이라는 거대 담론에 익숙치도 않고 친화적이지도 않다"며 "자유분방하고 실용적이고 유연한 2030에게 민족 화해와 같은 담론과 당위성은 오히려 꼰대와 아재의 고지식한 잔소리로 들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2030에게 화해 협력의 당위성과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주의 담론은 종북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탐탁지 않은 기득권 기성세대의 강요로 들린다"고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