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CJ대한통운, “택배 분류시간 절반으로 줄었어요”…휠소터 덕에 '차 한잔 여유'
2018-08-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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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차전 분류작업 효율 극대화…“올해말까지 178곳 터미널에 휠소터 도입”

“아침이 한결 더 여유로워졌다. 휠소터(Wheel Sorter)가 도입되기 전에는 배송량을 체크하면서 고객 문의에 응대할 여유조차 없었다. 6년째 택배 일을 하는 동안 가장 반가운 변화다”
9일 오전 8시께 찾은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는 이른 아침부터 나와 구슬땀을 흘리는 택배기사 김성훈(가명)씨가 밝힌 소회다.
양천서브터미널에는 총 18대 컨테이너 트럭이 아침에 도착한다. 여기에 실린 물량은 대략 4만1035개다. 도급업체 직원들은 트럭에서 짐을 내려 중앙 메인 벨트 위로 올린다. 택배상자는 ITS(Intelligent Scanner)스캐너를 한 번 거쳐 14개 갈래로 분류됐다. 벨트 중간마다 설치된 소형 바퀴가 회전 방향을 바꿔가며 상자를 담당 배송기사 레일로 불리는 ‘소트’로 보낸다. CJ대한통운이 1227억 원을 들여 전국 178개 터미널 중 145개에 설치한 자동 분류기 휠소터(Wheel Sorter)가 작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택배 상자도 언제가는 무인시스템으로 분류하는 시대도 올 수 있겠수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스처지나갔다.
현장에선 택배기사 5~6명이 한 소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각 택배기사는 소트에 물건이 오면 트럭 앞에 상자를 쌓는다.
지난해 12월 이곳에 설치된 휠소터 컨베이어벨트는 분당 120m를 움직이며 택배를 분류한다. 물건이 겹쳐 스캐너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외엔 오류가 3% 미만이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는 현저히 낮아졌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 본부장은 "휠소터가 투입되면서 한 개 팀이 상자를 분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가량 줄어든 3~4시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자동화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최 본부장 외에도 상당수 택배기사들이 이 시스템이 도입되고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남편과 딸, 예비사위까지 함께 택배업에 뛰어든 이창명(가명) 씨는 “10년 이상 택배 일을 하고 있다. 소트로 내 구역 물건이 오니 굳이 7시에 맞춰 출근을 안 해도 된다"며 "물건을 쌓기만 하면 되니 비교적 힘이 약한 여성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업이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자동화 기계가 설치되기) 이전에는 레일 옆에 딱 붙어 박스를 주시해야 했다. 화장실도 못 가는 상황이었다”고 설치전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터놓았다.
앞서 택배기사들은 휠소터가 도입되기 전 오전 7시까지 출근했다. 물건이 자동으로 분류되지 않아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 새 없이 지나가는 택배 상자를 지켜봤다. 그러다 자신의 담당구역 주소를 찾으면 육안으로 잡아 재빨리 챙기는 형식이었다.
7시라는 시간은 최소한 업무를 위한 출근 데드라인이었다면 현재는 9시에 출근해도 무방할 정도로 시간이 줄어들었다. 출근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분류작업 시간으로 빼앗기고 오후 나절에 접어들어서야 배송을 시작하는게 하루 일과였다. 배송을 마치면 저녁 9시를 넘기는 일도 부지기수 였다. 때문에 분류 작업 자체를 놓고도 택배기사와 사측의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류작업을 하는 택배기사는 사라지는 추세다. 같은 소트 소속 기사 5명이 각각 5~6만 원의 돈을 모아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고 오히려 빨리 배송을 나간다. ‘물류도우미’로 불리는 아르바이트 직원은 이날만 해도 100명 중 20명 정도였다.
15년째 택배기사로 일한 박동훈(가명)씨는 “화, 수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다. 예컨대 월요일의 경우 하루에 220~230개의 박스가 들어온다. 반면 화요일은 350~450개 물건이 들어온다”며 “가장 바쁜 이틀 동안 2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오후 12시께 출근해 아르바이트 직원이 쌓아둔 박스를 150개정도 챙겨서 1차 배송을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택배기사들의 수입인 ‘배송수수료’가 매년 떨어지면서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CJ대한통운 택배 단가는 지난 2002년 단가(3265원)보다 30% 하락한 2248원"에 불과했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또 최 본부장은 “자동분류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택배기사들이 ‘분류’를 위해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적재’를 하기 위해 출근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며 "이 때문에 일 2회 배송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올해 178곳의 지역 터미널에 휠소터를 도입할 계획이다. 택배기사들의 업무가 훨씬 수월해지고 분류작업에 따른 불만도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