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이 저격한 백종원 '12가지 막걸리 테스트'는 타당했을까?

2018-10-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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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에 따라, 손 온도에 따라, 용기에 따라 맛이 달라져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2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페이스북에 백종원 씨가 출연 중인 예능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진행한 12가지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황교익 씨는 "한 양조장의 막걸리도 유통과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라…"라며 "12개의 막걸리 브랜드를 미리 알려주고 찾아내기를 했어도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라고 적었다.

황 씨는 "이들 막걸리를 챙겨서 가져온 사람은… 다를 수 있겠지요"라며 백종원 씨를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글 마지막에는 '대구 대박 떡볶이집 할머니' 예시를 들며 "막걸리 맛을 잘 안다고 잘 팔리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황교익 씨 페이스북
황교익 씨 페이스북

당시 백종원 씨는 12가지 막걸리를 다 맞추는 것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그는 막걸릿집 사장이 이를 통해 자신 막걸리가 가장 맛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두고 SNS와 커뮤니티 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백종원 씨는 직접 다 맞췄다. 황교익 씨가 열등감을 느낄 뿐"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다른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면서 의아하긴 했다. 다 맞출 방법이 없다"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그렇다면 과연 방송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가 막걸릿집 사장에게 타당했을까?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막걸리 맛을 잘 구별하는 것과 잘 빚는 것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한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는 "기본적으로 백종원 씨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라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며 "술을 잘 맞추는 능력과 잘 빚는 능력은 무조건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막걸리 12종을 죽 깔아놓고 맞추는 것은 신공에 가깝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대중성 있게 공정화된 막걸리와 막걸릿집 사장이 만든 수제 막걸리를 비교해 후자가 혹평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대중성 있는 막걸리와 수제 막걸리는 추구하는 맛 자체가 다르다"라며 "가격도 다르고 쓰는 쌀도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 칼럼니스트는 "방송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백종원 씨가) 솔루션을 제공해도 말을 듣지 않은 이유였다"라고 말하며 백종원 씨가 진행한 테스트 자체도 사업화하고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는 일리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류 업체 관계자는 이 테스트에 대해 "막걸리 양조장이 한국에 대략 800~900개 정도가 있다"라며 "실질적으로 숙달되지 않은 전문가는 한번 맛 봐서는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막걸리 맛은 "온도에 따라, 손 온도에 따라, 용기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진다"라며 "전문적인 막걸릿집은 이에 유리잔과 사기잔에 따라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양조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해도 맛이 다르다"라며 "생막걸리는 날짜가 지나면서도 발효가 계속 이어져서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공정화 막걸리와 수제 막걸리를 비교하는 것이 아쉽다는 칼럼니스트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장인이 소량 생산하는 막걸리는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이라며 "전국에서 양산되는 막걸리는 이 맛 변화 요인을 통제해 냉장 유통되기 때문에 맛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편 당시 막걸릿집 사장과 백종원 씨 간 논쟁이 막걸리 업계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져왔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끌게 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home 조영훈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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