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이 전설” 팬들 뒷목 잡게 만드는 영화 제목 번역 사례들

2019-02-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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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 제목 번역, 원제 의미를 해치는 사례들 많아
엉뚱한 영화 제목 번역으로 영화 팬들 실소를 불러일으킨 사례들

해외 영화를 우리나라에 개봉할 때 영화 배급사들은 한국 정서에 맞는 제목으로 바꾼다. 이때 제목을 다는 스타일은 배급사마다 영화마다 천차만별로 다르다.

배급사들은 대체로 정확한 뜻을 옮기기보다는 마케팅 관점에서 관객들에게 와닿을 만한 제목을 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영화들은 원제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으로 관객들에게 '초월 번역'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하지만, 그 반대인 사례들도 많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뜻을 잘못 옮기거나, 마케팅 욕심이 과해서 영화 제목을 전혀 엉뚱하게 바꿔버리기도 한다.

이처럼 엉뚱한 영화 제목 번역으로 영화 팬들 실소를 불러일으킨 사례들을 유형별로 모아봤다.

1. 오역은 '가을의 전설'이 전설

영화 '가을의 전설' 포스터
영화 '가을의 전설' 포스터

영화 '가을의 전설'(Legend of the Fall)은 영화 제목 오역 사례 중에서는 그야말로 '전설'로 꼽힌다. 본래라면 '몰락의 전설' 혹은 '타락의 전설'이 돼야 했다.

몰락, 타락을 의미하는 'The Fall'을 가을(Fall)로 착각해 벌어진 실수였다. 게다가 하필 영화 첫 장면이 낙엽을 비추는 장면으로 시작하는지라 오해를 키웠다.

이런 실수를 범한 건 한국뿐만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이 영화는 '가을의 전설'이라는 뜻인 'Légendes d'automne'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중의적인 의미라며 '가을'도 맞는 번역이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원작 소설 작가가 직접 몰락, 타락이란 뜻이라고 밝히며 논란을 일축했다.

2. 영화 배급사들의 끝없는 사랑 타령

왼쪽부터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포스터,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포스터
왼쪽부터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포스터,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포스터

로맨스 요소가 들어간 영화들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원래 제목에 없던 '사랑'을 붙이는 경우가 매우 많다.

연애에 서툰 30대 노총각이 헤어진 여자친구들과 재회하는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도 그런 경우다.

원제는 레코드 가게에서 일할 정도로 음악광인 주인공 설정에 맞춘 음향기기 용어로, '고충실도'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로맨틱 코미디로 관객들에게 적극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제목을 바꿨다.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위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한 것 같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를 시작으로, '사랑을 카피하다'(Certified Copy), '사랑과 영혼'(Ghost), '사랑의 레시피'(No Reservation), '그을린 사랑'(Incendies) 등 수많은 영화가 원래 제목에 있지도 않은 '사랑'을 달고 국내에 소개됐다.

3. 낚시성 제목

영화 '레옹2: 와사비' 포스터
영화 '레옹2: 와사비' 포스터

2001년에 나온 영화 '와사비'(Wasabi)는 국내에는 '레옹2'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감독 뤽 베송(Luc Besson·59)이 연출한 1994년 영화 '레옹'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작품이었다.

단지 주연 배우가 장 르노(Jean Reno·70)로 같다는 이유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영화를 속편인 것처럼 '낚시'한 셈이다. 이처럼 관계없는 영화를 유명한 영화 후속편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낚시성 제목'은 꽤 흔한 사례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그루트 역할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빈 디젤(Vin Diesel·51)이 주연을 맡은 영화 '에이리언 2020'(Pitch Black)도 원제와 전혀 다른 제목으로 소개됐다. 물론 그 유명한 '에이리언' 시리즈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4. 그런 영화가 있었나요?

왼쪽부터 영화 '컨택트' 포스터, 영화 '콘택트' 포스터
왼쪽부터 영화 '컨택트' 포스터, 영화 '콘택트' 포스터

지난 2017년에 개봉한 SF 영화 '컨택트'(Arrival)도 개봉 당시 제목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제목 의미를 한글로 옮긴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영어 단어로 바꾼 게 바람직하지 않은 번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다. 바꾼 제목이 1997년 영화 '콘택트(Contact)'와 비슷해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있었다. 마침 두 영화 모두 외계 생물체와 접촉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영화 팬들은 SF 명작으로 꼽히는 '콘택트' 명성을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슷한 제목을 단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러나 배급사 측은 두 영화 제목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고 있었으며, 나중에 관련 기사들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5. 일본도 만만치 않다

왼쪽부터 영화 '히든 피겨스' 국내 포스터, 일본 개봉판 포스터
왼쪽부터 영화 '히든 피겨스' 국내 포스터, 일본 개봉판 포스터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는 'NASA'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인 머큐리 계획에 기여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흑인 여성 수학자들 공로를 조명하는 영화다. 원제가 '숨겨진 인물들'이란 뜻을 지닌 이유다.

'히든 피겨스'는 일본에서는 개봉 제목을 놓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배급사인 20세기 폭스 재팬이 원래 계획한 제목은 '드림: 우리들의 아폴로 계획'이었는데, 이러한 사실이 개봉 전에 미리 알려지자 비판이 쏟아졌다.

원제 의미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폴로 계획 이전인 머큐리 계획 얘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 내용을 왜곡하는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배급사 측은 이 같은 제목을 단 이유가 "일본 관객들이 우주 개발하면 떠올리는 게 아폴로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판이 계속되자 결국 배급사 측은 부제를 뺀 '드림'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개봉했다.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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