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덩어리” 액체 괴물에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분 다량 검출돼

2019-01-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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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인기있는 액체 괴물(슬라임)에서 유행성분 다량 검출돼
시중에 판매하는 190개 제품 중 76개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유해물질 검출, 리콜조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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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 인기가 높았던 장난감 '액체 괴물(슬라임)'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일부 제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유해성분도 검출됐지만 이를 규제할 만한 마땅한 제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대학원 연구팀은 액체 괴물이라 불리는 점액질 형태의 장난감의 성분을 검사해 한국환경보건학회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슬라임 30개를 분석한 결과 25개(83.3%) 제품에서 붕소함량이 기준치(30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8개 제품은 1400㎎/㎏을 넘었다.

붕소 화합물은 생식 및 발달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과다 노출되면 생식 기능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서는 어린이들이 이 물질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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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국가기술표준원은 액체 괴물 190개 제품을 정밀 조사해 76개 제품에서 위해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액체 괴물 76개에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였던 방부제 일종인 CMIT·MIT 성분과 간·신장 등 손상을 유발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그리고 시력장애, 소화기 및 호흡기 장애 유발 가능한 폼알데하이드가 다량 검출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많은 어린이들이 액체 괴물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2017년 8월부터 2개월간 만 0~12세 자녀를 둔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액체괴물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중 45.8%인 4580명이 최근 3개월 이내에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린이 2명 중 1명은 액체 괴물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박현진(35) 씨는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 슬라임 카페도 따로 있는데 거기도 자주 간다"면서 "몸에 좋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나라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류혜정 (34) 씨 역시 "내 아이가 안 써도 주변에서 다들 쓰니까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유튜브에도 액체 괴물 관련 영상이 너무 많아서 부추기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해외에서 인기있는 슬라임 전용 유튜브 채널
해외에서 인기있는 슬라임 전용 유튜브 채널

이처럼 액체 괴물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규제는 미비하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은 유해물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치 적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수거, 교환 명령(리콜 명령) 등 소극적 조치만 내리고 있다.

유행성분 검출된 76개 액체 괴물 제품에 대해서도 국가기술표준원이 리콜 조치를 내렸지만 전량 회수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 물질인 CMIT·MIT 성분 역시 지난해 2월부터 어린이 완구와 문구류에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리콜된 제품이 시중에 버젓히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번 조사에서도 액체 괴물에 해당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붕소 화합물에 대한 유해성이 입증되며 올해 1월 1일부터 붕소 기준이 시행됐지만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에 대해선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에 대한 명확한 기준치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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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박송이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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