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나리오 같다” 나이키 직원이 밝힌 국가대표 기성용 삶

2019-01-31 12:20

add remove print link

기성용 선수, 지난 30일 대한축구협회 통해 대표팀 은퇴 선언
A매치 110경기 소화하며 10골 기록

뉴스1
뉴스1

기성용 선수가 국가대표팀 은퇴를 발표한 가운데 그와 가깝게 지내던 나이키 마케팅 직원 글이 주목을 받았다.

이 직원은 31일 인스타그램에 기성용 선수가 훈련하는 영상과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사진 여러 장을 장문의 글과 함께 게시했다.

View this post on Instagram

스완지에서 M4 고속도로 타고 3시간 반을 달려 히드로로. 12시간 비행하고 한국 도착하면 차타고 파주로. 도어 투 도어로 하면 약 24 시간 걸리는 일정을 두달에 한번 꼴로 한다. 난 두번 해보고 더하기는 싫었다. 글래스고나 뉴케슬로 바꿔도 걸리는 시간은 비슷. 그걸 10년 동안 했다. 키 대한항공 탑승 마일리지만 100만이 넘는다. 이미 작년에 100만을 넘겼으니 유럽서 탄거 그리고 아시아나 까지 합치면 족히 200만 마일은 탔을거다. 출장 다녀와서 가장 힘든 날이 이틀째 또는 삼일 째인데 키는 제일 힘든날 약 40,000 명 앞에서 자기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레오 메시나 네이마르 얘기들 많이하는데 남미 강팀들 프렌들리 다 유럽에서 한다. 네이마르는 샤흐드골에서 제트기 타고 한시간 반이면 왠만한 곳 다 가는 셈이다. 타블로이드 보면 모든 프리미어리그 축구 선수들의 삶이 롤렉스, 페라리, 돔페리뇽 그리고 미인들로 가득한 삶일 것 같이 보인다. 키는 아니다. 키는 아무것도 없는 (오후 다섯 시면 황량한) 스완지에서 식사를 하고 산책 한번 하고 스카이 스포츠를 틀어 축구를 본다. 초저녁이면 성경공부를 하다 일찍 잔다. 다음 날 오전에 일어나면 초음파랑 충격파 치료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시리얼 때리고 바로 훈련장으로 간다. 경기 날도 다를 바가 없다. (뉴카슬집은 아직 못가봤다. 엄청 행복한 가정에서 사신다. 독거 노인이라고 묘사한거 아니다. 생활이 축구에 맞춰져야 도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완지 팬들은 키에게 아쉬운 게 있었다. 경기력이 절정일 때면 또 저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와야 한다. 몸 성히 오면 괜찮은데 가서 다쳐서 오면 팬들은 화가 난다.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유럽에서 축구라 함은 무조건 리그가 최우선이다. 대외 컵 이랑 국제대회에 환장하는 건 우리 정서다. 키는 그런 반응을 알면서도 대표팀 일정이 나오면 그거에 맞춰 또 몸을 만든다. 스완지 훈련장에서 페이스를 올리기 위해 혼자 남아 뛴다. 몸을 더 올려서 대표팀 가야하니까. 재능 위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 그리고 절제로 저기까지 갔다. 110 경기는 잘하면서 저렇게 살아야 찍는 숫자다. 나는 마모로 인하여 고장났던 키의 절개된 무릎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여기다 올릴까 생각도 했지만 1. 키가 싫어할 거고 2. 인스타그램 게시물 규정 위반으로 삭제될 거 같았다. 수술후라 피는 거의 없는 사진이지만 그 무릎 안을 꿔멘 걸 보면 끔찍하다. 부상 당해도 인상 한번 팍 쓰고 끝나는 키인데 그 무릎 수술하고는 진통제를 때려 맞아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무릎 째고 한달 만에 산 타더니 파주에서 2017년 여름 내내 재활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운동하고 아파도 티 안내고 짬뽕 이랑 탕수육 (찍먹) 먹고 내려주고 집에 갔다. 여름 내내 파주에서 재활만 했다. 수술하기 전에 이미 파탄난 무릎 가지고 스완지에서 경기 뛰고 저 힘든 일정으로 한국 와서 매번 최종예선 캐리 했다. ‘기성용 최종예선 수치’ 이렇게 한번 검색해보시길 세간의 의혹(?) 과 평가와 다른 데이터가 나올거다. 사람은 소위 자신이 이룬 모든 것들이 ‘자기가 잘나서’ 아니면 ‘내가 노력해서’ 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특히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포츠 스타들은 ‘에고’가 결국 실력으로 승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심하다. 하지만 키는 주변의 도움을 잘 안다. 팀 스태프 가장 먼저 챙겨주는 것도 키고 동료 선수들과 주변인들에게 잘해주는 것도 키다. 스폰서를 키처럼 챙기는 선수는 많지 않다. 자신이 가는 길에 동참하여 함께 돕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따듯함. “내가” 우선시 되는 밀레니얼들에게 찾기 힘든 덕목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키는 스폰서에게 최고의 선수다. 필드 위나 밖에서나. 키는 축구를 끝내고 나서도 나를 매우 괴롭힐 게 분명하지만 (키는 발이 예민해서 축구화를 엄청 가린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게 있어서 키랑 함께 보낸 5년, 40여회의 A 매치가 나의 나이키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었다고. 밤에 만나 떡볶이 먹기, 경기 끝나고 치킨 뜯거나 육회 비빔밥 때리는 게 가장 큰 일탈인 키를 일년에 다섯 번씩 한국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행복했고, 베스트 낚시꾼 키랑 더 이상 호텔 방에서 장난 칠수 없다는 것 그리고 피파 선수 입장 앤썸 나오기 전, 터널로 들어가는 키랑 하이파이브를 더 이상 못한다는 것 나는 그게 X라 슬플뿐이다. #기성용

A post shared by John HJ Kim (@johnhjkim) on

그는 기성용 선수가 "스완지에서 고속도로 타고 3시간 반을 달려 히드로로, 12시간 비행하고 한국 도착하면 차 타고 파주로, 도어 투 도어로 하면 약 24시간 걸리는 일정을 두 달에 한 번꼴로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성용 선수는 그걸 10년 동안 했다"며 "출장 다녀와서 가장 힘든 날이 이틀째 또는 삼 일째인데 기 선수는 제일 힘든 날 약 4만 명 앞에서 자기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기성용 선수 삶이 타블로이드 신문에 나오는 화려한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 삶과는 다르다며 "기성용 선수는 아무것도 없는 (오후 다섯 시면 황량한) 스완지에서 식사를 하고 산책 한번 하고 스카이스포츠를 틀어 축구를 본다"고 말했다.

직원은 "뉴캐슬 팬들은 기성용 선수가 국가대표에 차출된 후 가서 다쳐서 오면 화가 난다"며 "재능 위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 그리고 절제로 저기까지 갔다. (국가대표) 110경기는 잘하면서 저렇게 살아야 찍는 숫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마모로 인하여 고장났던 기성용 선수의 절개된 무릎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며 "부상 당해도 인상 한번 팍 쓰고 끝나는 기성용 선순데 그 무릎 수술하고는 진통제를 때려 맞아도 잠을 잘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미 무릎이 좋지 않던 기성용 선수는 그럼에도 늘 대표팀 경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직원은 "수술하기 전에 이미 파탄난 무릎 가지고 스완지에서 경기 뛰고 저 힘든 일정으로 한국 와서 매번 최종예선 캐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소위 자신이 이룬 모든 것들이 ‘자기가 잘나서’ 아니면 ‘내가 노력해서’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특히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포츠 스타들은 ‘에고’가 결국 실력으로 승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심하다. 하지만 기성용 선수는 주변의 도움을 잘 안다"고 했다.

이어 "기성용 선수는 축구를 끝내고 나서도 나를 매우 괴롭힐 게 분명하지만 (기성용은 발이 예민해서 축구화를 엄청 가린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내게 있어서 기성용 선수랑 함께 보낸 5년, 40여 회의 A매치가 나의 나이키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었다고"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기성용 선수는 이 글에 "모두가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어떤 변명과 어떤 후회도 없지만, 팀 동료들을 떠나 슬프다"고 영어로 댓글을 달았다. 그는 "도움에 감사하며 아마 시간이 조금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 선수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지난 30일 공식적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home 조영훈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