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지속적으로 성관계 했다” 정신과의사 김현철 '그루밍 성폭력' 의혹

2019-05-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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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거부했으나 강제로 당한 것, 달라붙은 건 환자”
김현철 정신과의사, 환자 성폭력 의혹에 “내가 당했다” 반박

이하 MBC 'PD수첩'
이하 MBC 'PD수첩'

정신과의사 김현철 씨가 그에게 의존하는 여성 환자들과 성관계를 맺는 등 '그루밍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8일 MBC 'PD수첩'은 대구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의 실체를 파헤쳤다. 그는 2018년 이전까지 각종 언론매체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치른 스타 의사다.

그의 병원에서 일했던 직원은 "매사에 하는 말들이 음담패설이고 저한테 시계 같은 것을 보여 주면서, 자기의 성기가 이렇게 굵고 크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에게서 피해를 입었다고 고백한 여성은 최소 2명 이상이다. 환자 A 씨는 김 원장이 갑작스레 제의한 일본 여행을 따라갔다가 성폭력을 당했고, 그 이후로 여러 차례 성관계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환자 B씨 역시 자신이 김 원장에게 호감을 표시하자, 김 원장이 바로 성관계를 제안했고 자신은 거부하지 못하고 치료 기간 중에도 5차례 이상 성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B 씨는 "진료 보러 가면 자기가 성관계 하고 싶은 날은 그냥 진료실 안에서 호텔 예약 사이트를 열어서 마음대로 호텔예약을 하고 저한테 거기에 가 있으라고 했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을 믿었기 때문에 '내가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든 거다. 그 충격 때문에 자살시도도 하고 다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었다"고 토로했다.

환자가 자신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전이'라고 부른다. 환자는 전이된 감정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가장 신뢰하게 되거나 때론 연인처럼 성적인 감정도 느낀다.

해외에서는 우월한 위치에 있는 정신과 의사가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와 환자와의 성접촉을 성범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병원에서 일했던 직원은 "환자분들 중에 전이감정을 느끼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김 원장이) 나중에 뒤탈이 없을 만한 사람만 골라서 역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는 연애가 아니라 '정신적인 갈취'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PD수첩' 제작진과 만나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관계는 합의에 할 수도 있고 비합의에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자 분이 당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본인이 맨날 항상 마지막에 예약을 한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제가 퇴근해야 하는데 그분은 뭔가 일을 낼 거 같은 분위기였다"고 했다.

또 "저는 거절을 하고 싫은 내색을 다 냈었다. 달라붙은 건 두 분"이라고 덧붙였다.

곰TV, MBC 'PD수첩'

병원에 근무했던 직원 증언에 따르면, 김 원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급여를 허위 청구하기도 했다. 또 식약처가 2~3주 내 단기 처방을 권고한 마약류 의약품을 한 번에 6개월 치 가량을 처방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는 김 원장을 불러 이러한 사안을 조사했고, 지난해 3월 말 학회 설립 이래 최초로 회원을 제명했다.

의사 자격정지는 불가한 상태다. 최종 결정 권한이 있는 보건복지부 측에서는 "환자와의 성관계가 진료 중에 한 게 아니라 진료행위 외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저희가 행정처분할 수 있는 기준에 해당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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