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봤던 방이 이 방이라고?…다방·직방 ‘허위매물’ 경쟁
2019-09-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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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인, “고객 유치 경쟁 때문에 너도나도 가짜 이미지 내걸어”
해당업체 담당 부서 만들어 관리·감독…“전수조사 어려워”

A씨는 몇 달 전 서울에서 단기로 살 원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앱을 이용했다. 적당한 가격의 마음에 드는 방을 발견하고 중개사와 해당 원룸을 방문한 A씨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앱에서 보았던 이미지와 방이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미끼 이미지’를 사용하는 허위매물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허위매물의 종류는 세 가지다.
실제 매물보다 가격이 낮게 기재된 경우, 위치 등 조건이 더 좋게 기재된 경우, 사용된 이미지가 실제 매물과 다른 경우다.
이 중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경우는 실사와 다른 이미지를 사용한 허위매물이다. 취재 결과 부동산 중개 플랫폼 앱에서 보증금과 월세를 낮게 조정할수록 이런 허위매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기자는 중개 앱을 통해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보증금 50만원, 월세 20만원 대의 쾌적해 보이는 원룸을 찾았다. 앱에서 본 방을 직접 볼 수 있냐고 상담을 신청하자 부동산 중개인은 “혹시 이런 앱을 처음 사용해보시느냐”고 물으며 방을 직접 확인해볼 것을 권했다.
현장에서 만난 중개인은 “죄송하지만, 이미지에서 보셨던 방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미지는 신경 쓰시지 말고 기재된 조건만 맞춰드린다”라고 말했다. 종전에 보았던 이미지는 해당 매물과 관련 없는 고급 오피스텔의 매물로 드러났다. 이날 방문한 같은 지역 두 개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미끼 이미지’로 낮은 가격에 비해 근사한 인테리어에 혹한 고객들이 중개인에게 연락하게끔 만든 광고용 이미지다.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담당 구역 매물을 다른 중개업소와 대부분 공유하고 있어 우리라고 무작정 실사를 사용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즉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고객들도 어느 정도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라며 “그래도 일단 깔끔한 사진으로 올려둬야 연락이 더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유통센터나 부동산거래정보망을 통해 여러 중개업소와 중개인이 매물을 공유하고 공동활동으로 거래 알선을 하는 공동중개계약 시장 상황에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어쩔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미끼 이미지’ 경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방을 구하는 고객들의 몫이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중개업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을 통해 조건에 맞는 방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업체들의 취지와 달리 싼 방을 구하기 위해서는 직접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해당 부동산 중개 플랫폼 업체들은 이런 허위매물을 관리하기 위해 담당 부서를 개설해 감독하고 고객센터로 허위매물 신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직방은 허위매물을 올리는 악성 중개업소를 탈퇴시키기 위해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은 직방 앱에서 본 매물을 방문했는데 그것이 허위매물일 경우에는 ‘헛걸음보상제’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직방 관계자는 “수많은 매물로 쌓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매물의 위치와 주변 시세를 고려해 의심되는 경우에는 검수에 착수한다”라며 “실제 모든 매물을 전수조사할 수 없고, 기준이 모호할 때도 있어 허위 이미지 단속에도 어려운 점이 많다”라고 하소연했다.
민간단체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를 통해서도 부동산 중개 플랫폼상의 허위매물을 신고할 수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관련 법규는 점차 강화될 예정이지만 일단 본인이 매물 정보를 꼼꼼하게 따지고 방을 계약하기 전에 여러 군데 방문을 해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