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점유율 1위’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테라 돌풍에 전전긍긍

2019-10-3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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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가 논란 이어 음주운전 경력 모델 기용
테라 인기 의식한 마케팅, 초반부터 김 빠져

하이트진로 테라의 거침없는 기세에 맥주 시장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테라는 40일 만에 100만 상자(약 3000만 병)가 판매됐고 3개월 만에 300만 상자(약 9000만 병)를 돌파했다. 지난 8월 말에도 600만 상자 넘게 팔렸다.

테라의 기세는 놀라울 정도다. 2억병 판매를 돌파하기까지 카스는 173일, 하이트는 312일 걸린 데 반해 테라는 16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테라 돌풍에 오비맥주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테라에 힘 입어 지난 7, 8월 하이트진로 맥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약 96% 상승한 데 반면 오비맥주 카스의 3분기 판매량은 16% 이상 쪼그라들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비맥주 모회사 버드와이저 APAC East 부문의 올 3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7% 감소했다. 오비맥주 국내 판매량이 부진한 때문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테라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오비맥주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출고가 논란과 음주운전 모델 기용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부터 카스 병맥주(500㎖) 출고가를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5.3% 올렸다. 그러나 7개월 만인 지난 21일 다시 가격을 되돌렸다.

오비맥주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개그맨 김준현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논란을 자초했다.
오비맥주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개그맨 김준현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논란을 자초했다.

오비맥주는 내년 종량세(출고가가 아닌 생산량 기준인 세금을 매기는 것)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 소비 증진을 위한 행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테라 돌풍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인지 오비맥주의 행보는 최근에도 도마에 올랐다. 오비맥주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개그맨 김준현과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손나은을 카스 모델로 발탁했다. 그러나 김준현의 경력이 문제가 됐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바라는 국민정서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일각에선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었다. 이로 인해 스타셰프 고든램지를 모델로 선보인 지 2년 만에 새 모델을 발탁해 의욕적으로 카스 마케팅 활동에 돌입하려고 한 오비맥주의 행보는 초반부터 김이 빠지게 됐다.

업계는 지난 7월 중순 출시한 테라 생맥주의 판매가 늘면 하반기엔 하이트진로의 판매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맥주 시장점유율 1위 오비맥주와의 격차도 급격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2%, 하이트진로가 25%, 롯데주류가 7%, 수입맥주 등이 16%를 차지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달 서울 강남, 여의도, 홍대 식당에서 맥주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테라가 61%, 카스가 3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테라가 신제품 효과를 등에 업고 카스가 80% 이상을 점유하던 서울 주요 지역을 빠른 속도로 침투 중이다. 현재는 직장인 상권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서울 외곽, 수도권으로 인기가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는 공장 회전율이 빠른 제품으로 ‘갓 만든 생맥주의 맛’을 내세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스 모델 김준현씨와의 계약엔 변동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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