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대입구역에서 홍콩인·중국인 충돌 발생 (영상)

2019-11-0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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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 중국인·홍콩인 심경 현장 인터뷰
홍콩인들 집회에 중국인들 항의... 홍대입구역 일대 혼잡

이하 권상민 기자

홍콩 시위로 인한 중국-홍콩 갈등이 국내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6시, 홍대입구역 9번출구 앞에서는 재한 홍콩인 100여 명과 한국인 활동가들이 모여 홍콩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구호를 외치고 지나가는 한국인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줬다.

하지만 이를 본 중국인들이 항의하면서 9번 출구 일대는 험악한 분위기가 일었다. 시위 장소 한편에 자리 잡은 중국인 30여 명은 중국 국가를 부르고 스마트폰으로 오성홍기를 띄우며 시위를 방해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양 측이 충돌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치는 한편, 홍콩인들이 사전에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집회할 권리가 있다며 중국인들을 제지했다. 하지만 시위가 끝나고 일부 홍콩인이 홍대 '걷고 싶은 거리'로 이동,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는 벽보를 붙이자 중국인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홍콩인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착용한 마스크를 중국인이 강제로 벗겼다고 주장했다.

위키트리는 당시 현장에 있던 중국과 홍콩 유학생들 생각을 들어봤다.

한국 유학 3년 차라는 중국인 A는 "홍콩 사람들이 왜 다른 나라(한국)까지 와서 저런 시위를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중국인 B는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중국 지도자들이 잘 처리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너무 관여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앳된 얼굴의 C는 오성홍기를 띄운 스마트폰을 높이 들고 눈물을 흘렸다. 기자가 왜 우냐고 묻자 "어렸을 때부터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고 배웠다. 지금 이 상황을 보고 있으니 정말 슬프다"고 답했다. 그는 "홍콩인들의 5대 요구(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시위대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는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며 한국인들이 진상을 알아주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홍콩인 D는 이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인터뷰를 자청했다. 그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될 때 일국양제라는 약속이 있었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시위를 하는 것이다"라며 "중국인들은 우리가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우리 목표는 5대 요구"라고 반박했다.

홍콩인 E와 F는 한국인들에게 시위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홍콩 소식을 많이 알려주길 바란다"며 "'Glory to Hongkong(홍콩 시위 주제가로 한국 이름은 '영광이 다시 오길'이다. 한국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비슷하게 볼 수 있다)'을 한국어로도 개사했으니 같이 불러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홍콩 민주화를 둘러싼 재한 중국·홍콩인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내 홍콩 지지 움직임도 조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열리던 국내 시위는 한국인 활동가들이 합류하며 정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화권 민주화 운동 단체도 최근 한국 활동을 시작했고 조슈아 웡은 지난달에만 두 번이나 한국을 콕 집어 홍콩 지지를 요구했다.

홍콩과 민주화 운동을 공유하는 동시에 중국과 이해관계가 밀접한 우리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