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수준” 논란의 'BIS' 국어 40번, 은행원도 “어떻게 풀어?” 헛웃음

2019-11-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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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재직자들 “나라도 찍었을 것” “실무자 아니면 이해못해” 황당 반응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40번 문항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40번 문항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지난해에 이어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상위권 학생도 풀기 어려운 '킬러 문항'이 등장하면서 난이도 적절성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다룬 국어영역 40번 문항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권 실무자들도 고개를 젓는 문제가, 대입 수험생 실력 판단의 잣대로 타당하냐는 물음이 나온다.

40번 경제지문은 ‘국제적 기준의 규범성’에 대한 법학·경제학적 설명을 연계한 내용으로, 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맺은 바젤협약 I·II·III에 따라 BIS 비율 산출 조건이 바뀌는 양상을 서술했다.

이어 40번 문항은 BIS 비율 값 산출에 필요한 숫자를 제시한 뒤 선택지 중 알맞지 않은 내용을 고르는 문제였다.

출제위원장인 심봉섭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초고난도 문항이 아니다"고 밝혔는데, 과연 현업 종사자들의 체감 난이도는 어떨까?

19일 위키트리와 만난 한 은행원은 지문을 읽자마자 "수험생들이 풀 난이도는 아닌것 같은데"라고 단언했다.

한참 뒤에 답을 맞춘 그는 "고3 수준에서 지문을 100% 이해하고 푸는 건 힘들어 보이고 문맥상 유추를 통해 어찌저찌 답이 나오는 정도"라며 "선택지 내용을 하나하나 계산하는 건 나도 힘들고 시험 시간을 생각했을때는 더욱 불가능해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금융업 종사자는 기자가 문제를 보여주자 "이걸 어떻게 풀으라고"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경제 전문용어가 나와 놀랐다"며 "시간을 주면 풀 수야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나라도 찍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펀드업계 관계자는 "이건 은행 BIS를 다루는 실무자들이 아니면 정말 잘 모르는 개념이다. BIS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국어문항으로 출제된게 이해 안간다"며 혀를 내둘렀다.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해당 문항은 수험생들이 BIS 비율을 구하는 과정을 정확히 이해한 뒤 협약별 대략적인 비율 값을 계산해야 풀어낼 수 있는 문제다. 대입 수험생 실력 평가 기준의 허용치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해당 문제의 오답률은 75.7%로, 4분의 1의 수험생들만 정답인 5번을 맞춘 것으로 추산된다.

강원도 소재 현직 국어교사는 "용어와 내용 모두 생소했고 문제도 뒷번호에 배치돼 학생들의 부담이 컸을 것이다"며 "언어 독해력만으로 푸는 것은 어렵다. 지문에 제시된 법칙의 개념을 이해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생각의 영역을 시험하는 문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수능 커뮤니티에서는 '전문지식이 없으면 풀기 힘든 문제 아닌가', '암호 해독하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경제 단편소설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수능을 치른 한 재수생은 "말도 말라. 후에 풀이를 읽어 봤는데도 아직 이해못했다" "그 지문으로 확실히 실력이 나뉜 것 같긴 하다"라고 꼬집었다.

home 이다빈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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