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팔린 배달의민족’을 바라보는 전혀 색다른 시각

2019-12-20 11:13

add remove print link

딜리버리히어로 내 김봉진 대표 위상 최고위급 급부상
자기 지분 넘기고도 ‘DH 경영권’ 쥐는 결과 이끌어내

지난 17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봉진 대표와 김범준 차기 대표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우아한형제들
지난 17일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김봉진 대표와 김범준 차기 대표가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우아한형제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회사를 넘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결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 ‘토종’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DH가 모기업인 요기요를 견제했다. 두 업체는 수년간 할인 쿠폰을 남발하는 등 각축전을 펼치며 서비스 경쟁을 이어왔다. 그러나 김 대표가 4조8000억원에 회사를 매각한 탓에 토종기업이 독일 기업에 넘어갔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매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DH 내 김 대표 위상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딜을 통해 김 대표는 자기 지분을 넘겼음에도 DH 경영권을 쥐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김 대표가 보유한 우아한형제들 지분은 고작 13%. 나머지 87%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보유했다. DH는 지난 13일 이 87%를 현금으로 인수하고 김 대표 지분은 DH 지분과 맞교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김 대표는 DH 내 개인 주주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DH 경영 참여에 따른 영향력 행사 또한 가능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DH의 글로벌 자문위원회 3인 멤버로 합류하며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CEO, 에마누엘 토마신 CTO와 함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됐다.

특히 김 대표는 우아DH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아시아 12개국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우아DH아시아는 딜리버리히어로와 김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함께 투자해 만든 합작법인이다.

주목할 점은 DH와 김 대표가 각각 지분 50%를 투자하는 형태로 우아DH아시아가 설립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김 대표는 아시아에 뻗어 있는 국가별 사업본부에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서 경영권과 지분을 함께 갖게 됐다. 한 마디로 손 안 대고 코를 푼 셈이다.

일각에서는 배달의민족 경영방침이 외부 영향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우아DH아시아일 가능성이 크다. 배달의민족 또한 김 대표 경영권 아래 놓이는 것이다.

물론 DH도 밑지는 장사를 하진 않았다. DH가 딜리버리히어로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당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DH 주가는 23.29%나 급등했다. DH 투자자들이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플랫폼 노하우와 콘텐츠 저력을 인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IT분야가 그렇듯 배달 앱 시장도 인수합병이 일어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며 “배달의민족이 한국에서 아무리 잘해도 고립될 수 있어 이번 M&A는 생존과 동시에 성장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A 이후에도 우리는 아시아 경영과 국내에서 배달의민족 경영에 집중할 것이므로 국내시장의 경쟁 상황은 지금처럼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