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구현'한 듯 의기양양했던 유튜버…알고 보니 생사람 잡았다
2020-01-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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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뛰어난 유저 '핵쟁이'로 몰아간 유튜버 아론 페이지
프로게이머 '에디슨' 선수가 자기 부계라고 밝혀
프로게이머가 뛰어난 실력 때문에 핵(치팅 프로그램) 유저로 의심받는 촌극이 또 벌어졌다.
지난 5일 게임 스트리머 아론 페이지는 유튜브 채널에 '새해 첫날부터 핵 의심 유저를 두 번 만났습니다'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아론 페이지는 게임 '오버워치'를 하다 만난 한 트레이서 유저가 핵을 사용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해당 트레이서 유저는 일반적인 게이머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면서도 섬세한 조준 실력과 남다른 판단력을 보였다. 아론 페이지는 "사람이면 엄청 잘하는 프로거나 그럴 거 같다", "리그에서도 탑 프로 플레이어만 할 수 있는 플레이"라고 말했다.
아론 페이지는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몇 가지 정황을 근거로 해당 유저를 블리자드에 핵 사용 유저로 신고했다.

영상이 게재된 후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선 "핵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그러자 아론 페이지는 블리자드로부터 해당 계정이 영구 정지됐다는 신고 처리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핵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의 트레이스 유저가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22일 애틀렌타 레인 소속 에디슨(김태훈) 선수는 트위터에서 "무분별한 박제와 계정영구 정지 때문에 해명글을 쓴다"며 글을 게재했다. 에디슨 선수는 국내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중 최정상급 딜러 이용자로 꼽힌다.
무분별한 박제와 계정영구 정지 때문에 해명글 씁니다https://t.co/BHaTuMTIPe연습용 계정으로 게임하는데 다짜고짜 디스코드에 박제가 됫니 뭐니 쌍욕하면서 핵으로 몰고가서 게임도 못 하게 만들고 이제는 이런영상 박제까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 하면서 막말하는거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 ATL Edison (@Edison_OW) January 21, 2020
에디슨 선수는 아론 페이지 영상 링크를 첨부하며 "연습용 계정으로 게임하는데 다짜고짜 핵으로 몰고 가서 게임도 못 하게 만들고 이제는 이런 영상 박제까지 하고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막말하는 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에디슨 선수에게 "영구정지는 왜 당했냐"고 물었다. '정말로 핵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정지는 왜 당했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에디슨 선수는 "저는 모른다. '불법 프로그램 감지로 인해 영구 정지'라고 메일이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핵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계정 정지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어떤 방법으로 핵을 감지하는지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에디슨이 입장을 표명한 후 아론 페이지 유튜브에는 사과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자 아론 페이지는 문제가 된 영상을 비공개한 후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사과 영상에서 아론 페이지는 누군가가 핵 의심 영상 속 이용자를 사칭한 탓에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오버워치 프로게이머가 뛰어난 실력 때문에 핵 사용 의심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에는 게구리(김세연) 선수가 핵 사용 의심을 받으며 곤욕을 치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