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빌딩 화재 때 한국인 10명 구한 외국인, 뜻밖에도 현재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
2020-04-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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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구하려고 했던 분이 숨져 죄책감에 괴로워해”
“자기가 불에 타는 모습이 계속 생각나 제대로 잠도 못자”
알리씨는 지난달 3월 23일 밤 강원 양양군의 3층짜리 원룸에서 불이 나자 건물에 뛰어들어 입주민 10여명을 구한 의인이다.
그는 계단이 막히자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입주민을 구하다 목과 귀, 손 등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외국인으로선 두 번째로 ‘LG의인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불법체류자인 그에게 영주권을 부여해야 마땅하다는 국민 요구가 빗발치면서 알리씨는 국민적인 관심 인물로 떠올랐다.

그런데 장선옥 양양 손양초등학교 교감에 따르면 알리씨는 현재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주민과 함께 치료비를 모으는 등의 방법으로 알리씨를 곁에서 돕고 있는 장 교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알리씨는) 그 사고 이후로 거의 잠을 못 자고 있다. 상처가 아픈 것도 있지만 눈을 감고 잠에 들면 그 불에 자기가 타는 모습이 계속 생각나 깨어나고 잠을 못 이룬다고 얘기했다. 또 화재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구하려고 들어갔던 원룸에 있었던 분이 후송 중 돌아가셨는데, 자기가 조금 더 일찍 들어갔으면 살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됐다고 그 죄책감으로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 그래서 저희가 심리치료를 받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감은 알리씨가 국민 성원에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너무 어려운 현실에서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늘 보면 고개 숙여서 인사를 한다”고 밝혔다.
사회자인 김현정 앵커는 “좋은 분”이라면서 알리씨를 한껏 칭찬한 뒤 “그런 알리씨가 불법체류자라는 게 발각돼 강제추방 날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젯밤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법무부가 비자를 발급하는 동시에 영주권까지 부여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장 교감은 “진짜요? 진짜… 그것까지 나올 줄 몰랐어요”라면서 감격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후 “제가 알리씨의 체류 연장을 하면서 신원보증인이 됐다. 끝까지 알리씨를 잘 보살펴 국민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도록 애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