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SNS 괴롭힘으로 죽었는데 가해자는 고작 벌금 500만원이랍니다”

2020-05-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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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부모가 청와대 청원에 남기며 법원 판결 비판
메시지 수십 통에 극단적 선택했지만 협박 '무죄'…명예훼손만 인정

SNS로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여학생 사건에서 가해 남학생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부모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남기며 판결을 비판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은엽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A(18)군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군은 피해자 B(사망 당시 15세)양을 성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 이하 셔터스톡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 이하 셔터스톡

사건은 지난 2018년 9월 12로 거슬러 올라간다. B양 부모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B양은 전 남친이자 선배였던 A군에게 SNS 메시지를 수십 통 받았다.

A군은 한때 B양 친구였다 사이가 틀어진 다른 친구에게 "B양이 예전에 너 욕을 한 적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자 이를 따지려는 듯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A군은 B양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이 글 안 보면 찾아간다', '얼굴 못 들고 다니게 해주겠다', '학교 앞으로 잡으러 간다' 등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A군은 급기야 B양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SNS에 게재했다. B양 부모에 따르면 해당 글에는 B양을 향한 성희롱 댓글과 폭력적인 댓글들이 이어졌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결국 글이 올라온 날 오후 B양은 인천시 남동구 한 고층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 등이 적힌 유서가 함께 발견된 점으로 미뤄 B양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명예훼손 외에도 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낸 걸 협박으로 봤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로 판단했다. 공포심을 일으키게 할 만큼의 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다.

B양 부모는"저는 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제 딸은 피의자가 보낸 메시지에 공포를 느꼈다"면서 "그 공포에 대한 행위는 결국 죽음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B양 부모는 "수십 통의 메신저로 한 협박이 명예만 훼손할 뿐 제 딸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면서 "부디 이 재판이 다시 제대로 된 심판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