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생존자에 막말한 의원, 유승민의 아버지였다

2020-05-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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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주남마을 버스 총격사건 생존자에 막말한 유수호 의원
유수호 의원, 유승민 의원의 친부였던 사실 다시금 논란 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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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주남마을 버스 총격사건 생존자에 막말한 의원이 유승민 의원의 아버지, 유수호 씨로 밝혀졌다. 해당 '막말 파문'은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등에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특집 '그녀의 이름은' 편이 방영됐다.

1980년 5월 23일 계엄군은 광주 주남마을 앞길을 가던 버스에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18명 중 15명이 즉사했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이 중 2명은 인근 뒷산에서 총살을 당했고 총살을 입은 여고생 홍금숙 씨만 살아남았다.

주남마을 총격사건 생존자인 홍금숙 씨는 사건으로부터 9년 뒤 청문회에 증인으로서 자리에 섰다. 홍금숙 씨는 "저희들이 차에서 살려달라고 여학생들이 몇 명 있었거든요. 그런데 살려달라고 손을 흔들고, 그런데도 총알이 계속 날아오니까…"라며 증언을 이어갔다.

이하 SBS 'SBS 스페셜'
이하 SBS 'SBS 스페셜'

홍금숙 씨는 "대검을 딱 들이대면서 하는 말이 너도 유방 하나 잘리고 싶냐고 그러더라고요"라며, 떠올리기에도 고통스러웠을 증언을 힘겹게 마쳤다.

이에 주제에서 벗어난 의아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발언의 주체는 유수호 의원이었다. 유수호 의원은 "혹 실례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증인 결혼했습니까?", "앞으로 결혼할 생각은?"이라며 말문을 텄다.

이어 "왜 묻는가 하니 본 의원은 오늘 아침에 아주 깊이 생각을 했습니다. 기왕 결혼을 하려면 경상도 남자와 좀 결혼을 해서 이 쓰라린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증인이 역사적인 그런 사명, 그런 씨앗을 한 번 심어줄 용의는 없습니까"라고 황당한 질문을 쏟아부었다.

발언하는 유수호 의원
발언하는 유수호 의원

유수호 의원의 발언을 다시금 떠올린 홍금숙 씨는 그때의 상황에 대해 "황당했죠. 그걸 질문이라고 합니까"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결혼은 어느 누구와 어느 지역과도 할 수 있는 건데 여성이나 저 자체를 무시하고 했던 발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기분이 매우 불쾌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제가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그러면 혹시 만약 제가 의원님의 아들하고 결혼한다면 승낙할 수 있냐고 그러니까 그 답변을 못 하셨어요"라고 밝혔다.

황당한 질문을 한 유수호 의원은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유승민 씨의 친아버지로, 당시 자민련 소속이었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5년 민주정의당에 입당했고 3년 후 제13대 총선에 출마하여 대구 중구에서 당선됐다.

'광주민중항쟁과 여성' 저자 이춘희 씨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가부장적인 정도가 심할수록 여성들의 활동이나 삶에 대해 더 주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시 사회는 5·18 항쟁에 참여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여성들을 존중하기 보다는 은근히 비하하는 태도에 그쳤다. 그로 인해 사실을 밝히고자 했던 여성들은 숨을 수밖에 없었다.

'SBS 스페셜'이 방영되며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시대감성이 막장이다", "힘겹게 증언하고 숙연한 분위기에 진행자가 질문 없냐고 그러니까 기껏 한다는 말이…", "저런 질문을 한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댓글창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댓글창

한편 지난 12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제주와 광주, 베트남을 기억하다'를 주제로 '2019 광주 평화기행 워크숍'에서 당시 계엄군이었던 A 씨에 따르면 "계엄군은 광주 시민들이 동료 군인들을 사살한 것으로 오해하면서 감정적인 양민학살을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A 씨는 "학살과 암매장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당시 계엄군일 것"이라며 "신원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가족들이 유해라도 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네이버TV, SBS 'SBS 스페셜 그녀의 이름은'
home 최정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