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모바일’ 기대처럼 흥미롭긴 했지만… 올드 축구 팬들에겐 ‘고문’
2020-06-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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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강점 살려 콘텐츠 자체는 합격점
‘현질’ 수반돼야 레전드선수 뽑는 실정 여전

넥슨이 지난 10일 ‘피파 모바일’을 정식 출시했다. 200만명을 웃돈 사전 예약자 수, 비공개시범테스트(CBT) 기간 총 경기 횟수 365만회, 플레이 총 4만3183시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기대를 한껏 모은 만큼, 첫날부터 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기자가 직접 플레이한 결과, 다양한 콘텐츠나 매니지먼트 게임과 다른 조작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다만 ‘과금’을 수반하는 시스템엔 눈살이 찌푸려졌다. ‘올드’ 축구 팬들에겐 고문일 수도 있겠다.
게임은 유저 자신만의 포메이션 구성, 타 이용자와 대전이라는 점에서 PC 온라인 ‘피파 온라인4’와 유사하다.
유저들은 선호하는 선수를 ‘이적시장’에서 구매해 포메이션을 꾸린다. 피파 공식 라이선스를 보유해 36개 리그, 650개 클럽, 1만7000명 이상 실제 선수가 게임에 구현되는 점은 게임 매력도를 한층 높였다.

또한 구매한 선수의 능력치는 강화, 훈련, 스킬부스트를 통해 높일 수 있다. 출시 기념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만큼 코인 모으기나 선수 영입, 능력치 향상 등이 용이하다. 특히 일정 퀘스트를 완료하면 ‘피파 모바일’ 공식 모델 손흥민의 카드를 제공한다. 고가지만 이적시장에서 재판매할 수 없다는 게 흠이다.
가장 중요한 유저 간 대전은 ‘공격모드’, ‘일반모드’로 즐길 수 있다.
공격모드의 경우 이용자는 역습 상황, 절호의 기회 등 주어진 공격 상황을 시간 내 득점으로 성공시키면서 상대 유저와 경쟁한다. 득점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좋은 능력치의 선수로 포메이션을 구성해 전체 오버롤을 높이거나, 같은 국적·리그 선수로 팀을 꾸려 조직력을 갖출 때 유리하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 소속의 손흥민을 사용한다면, 리오넬 메시(스페인 라 리가, FC바르셀로나, 아르헨티나 국적)보다 황희찬이나 해리 케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 잉글랜드 국적)을 포메이션에 곁들일 때 조직력이 높아져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일반모드는 실제 축구 게임 형식이다. 유저들은 직접 꾸린 구단을 통해 상대방과 대전한다. 코너킥, 프리킥 상황을 고려해도 게임 시간은 5분 내외다. 간단한 화면 터치로 선수를 이동시키거나 슛, 패스, 수비를 할 수 있다.
세 시간가량 플레이한 결과 단순한 구단 매니지먼트식 모바일 축구 게임 시스템에서 벗어나 직접 선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모바일치곤 비교적 괜찮은 그래픽과 엔진, 포메이션 구성 재미 등의 장점도 모바일 축구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정한 게임 지체 현상, 터치로 진행하는 다소 불편한 조작 방식 등 단점도 보였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과금 시스템이었다. 게임사 비즈니스모델인 만큼, 유료형 아이템 결제를 어느 정도 수반하는 것에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벤트 페이지 등 게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FV(게임머니) 충전’ 유도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타 장르보다 연령층이 높은 만큼 ‘올드’ 팬들은 호나우두(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우 데 리마), 카를레스 푸욜, 지네딘 지단 등 레전드 선수를 희망한다. 현 시스템에서 ‘무과금’ 유저가 레전드 선수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10만원 이상을 투자하더라도 우수한 능력치를 갖춘 레전드 선수들이 나올 확률은 드물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현역 슈퍼스타를 사용하려고 해도 일정 유료 결제가 필요하다.
이 같은 시스템은 ‘피파 온라인4’와 같다. 한 유저는 기자에게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보다 접근성이 좋다”며 “학생들의 경우 ‘현질’ 유혹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저는 “주기적인 신규팩(유료 결제 아이템) 출시로 과금을 부추기는 ‘피파 온라인4’ 시스템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시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반응이 뜨겁다.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권에 진입했다. 커뮤니티에선 유저들의 갑론을박도 시작됐다. 과금 시스템을 탓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 모델이 변하지 않는다면 ‘피파 온라인4’처럼 유료 아이템 구매를 통해 좋은 선수를 얻는 방식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넥슨이 최근 현질 유도 문제로 물의를 빚은 만큼 ‘피파 모바일’에선 유의미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