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꼭지'에 대한 놀라운 진실… 우린 지금까지 수박을 잘못 먹었습니다

2020-06-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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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 없으면 반값에 팔리는데 과연 옳을까
꼭지가 되레 수박의 맛을 해칠수도 있는데…

1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수박 등 과일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1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수박 등 과일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수박은 꼭지가 달려 있어야 싱싱한 것일까. ‘T’자 형태의 꼭지가 달린 수박은 꼭지 없는 수박보다 최대 3배가량 비싸게 팔린다. 아무리 싱싱한 수박이라도 꼭지가 없으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 수박 농가들이 “수박이 2만원이면 꼭지가 1만원”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박에 달린 꼭지는 재배 농가에 ‘골칫덩이’나 다름없다. 소비자들이 수박 꼭지를 보고 싱싱한지 판단하기 때문에 수확할 때 수박보다는 꼭지가 더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반 과정에서도 꼭지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기에 품이 많이 들어간다. 당연히 수박 가격과 직결돼 있는 인건비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애지중지 다루는 꼭지가 정작 수박 맛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 음식 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올린 글에 따르면 수박에 남겨진 꼭지가 말라가면서 수박의 수분과 영양분을 빼앗는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수박을 출하할 때 꼭지를 전부 자른다. 꼭지를 없애면 수박을 더 맛있게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농가 일손을 줄여 수박을 더 값싸게 즐길 수 있는 셈.

경남도농업기술원은 'T'자 형태의 꼭지가 붙은 수박과 꼭지를 제거한 수박을 같은 조건에서 저장하고 관찰한 결과 경도ㆍ당도ㆍ영양소 등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수박에 유통기한을 표기하고 꼭지를 남기지 않고 수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컬러 수박과 미니 수박. / 이마트 제공
최근 유행하고 있는 컬러 수박과 미니 수박. / 이마트 제공
황교익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수박 꼭지를 애지중지하는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농민신문사에 다닐 때에 수박꼭지 문제를 인지했다. 신문사에서 보내준 일본 연수에서 보고 깨달은 일이었다. 이후 농업 현장에서 이 사례를 수시로 이야기했다. 농협 등에서 꼭지 없는 수박을 내었다가 소비자 반응이 없자 곧 사라졌다. 2010년 7월 수박꼭지 문제를 내가 연재하고 있던 네이버 지식백과 팔도식후경에서 지적해뒀다. 그해 8월에 경남농업기술원에서 이 문제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크지 않았다. 꼭지 없는 수박이 나왔다 사라졌다 했다. 농업기관과 농협에서 꾸준히 꼭지 없는 수박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 올해 마침내 꼭지 없는 수박이 대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농수축산물 등 먹을거리와 관련한 잘못된 관습을 바꾸는 일이 간단하지가 않다.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강력하게 저항을 하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와 관련한 관습이 사실 가장 보수적이다. 그러든 말든 밀어붙이면 반드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무엇이 합리적인지 깨닫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식문화판의 일은 긴 호흡이 필수이다. 성과가 당대에 나타나지 않음을 알고도, 욕을 먹으며, 밀어붙이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페이스북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페이스북

home 채석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