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얼굴에 먹칠하고…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의 브랜드 ‘빈폴스포츠’

2020-06-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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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이서현이 공들인 빈폴스포츠 정리한다
이서현 유산인 에잇세컨즈의 사정 역시 신통찮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 뉴스1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 뉴스1
이쯤 되면 패션 사업에서 손을 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굴욕스럽게 만드는 게 아닐까.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 이사장이 공을 들였던 ‘빈폴스포츠‘를 포기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패션부문에서 빈폴스포츠 사업을 정리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이사장이 패션 사업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에 이 사장이 ‘에잇세컨즈’와 함께 큰 공을 들였던 브랜드를 접기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전국 빈폴스포츠 100여개 매장과 빈폴액세서리 50여개 매장을 내년 2월까지만 운영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당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빈폴스포츠를 2020년 가을겨·울 시즌까지 운영하고 철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사정은 현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임원들이 다음달부터 임금의 10~15%를 한시적으로 자진 반납한다. 다음달 1일부터 전 직원의 근무 체계도 주 5일제에서 주 4일제로 바뀐다. 역시 인건비 절감 차원이다.

삼성물산으로선 코로나19로 탓을 돌리고 싶겠지만 코로나19가 빈폴스포츠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빈폴스포츠 전신은 빈폴아웃도어다. 빈폴아웃도어는 아웃도어 의류가 붐을 일으킨 2012년 탄생했다. 회사로선 ‘빈폴’이라는 브랜드 네임에 기대고 아웃도어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상황을 이용하면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겠지만 성적이 신통찮았다. 노스페이스 등 다른 아웃도어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 빈폴아웃도어만의 개성이 없었다는 점이 패착이었던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빈폴스포츠 로고
빈폴스포츠 로고
매출액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제2의 승부수를 던졌다. 2018년 브랜드 네임을 빈폴스포츠로 바꾼 것.

이처럼 브랜드 이름을 바꾼다는 대형 결정을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도 스포츠라인 강화라는 방향성 말고는 제대로 브랜드 콘셉트조차 정하지 못하는 등 삼성물산은 갈팡질팡했다. 이 때문인지 매출액 상승이라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빈폴스포츠는 약 1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칭 당시 2015년 매출액을 ‘1조원’으로 잡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모에 가까운 실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삼성물산은 이서현 이사장의 유산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 이사장이 빈폴스포츠와 함께 공을 들인 브랜드인 에잇세컨즈의 상황도 뜨뜻미지근하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에잇세컨즈를 해외매출 10조원의 아시아 3대 SPA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현실은 가혹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7320억원을 기록했다. 에잇세컨즈가 삼성물산 패션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0~20% 수준. 에잇세컨즈의 추정 연간 매출은 1700억~3400억원인 셈이다. 경쟁사가 불매 운동에도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없이 초라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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