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4000억원 구로 신사옥에서 ‘방준혁 신화’ 다시 쓴다

2020-07-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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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아닌 구로에 위치한 ‘3N’ 넷마블
‘넷마블 신화’ 쓴 방준혁 의장의 선택

지밸리 지스퀘어. 넷마블이 연내 이사할 신사옥이다. / 김성현 기자
지밸리 지스퀘어. 넷마블이 연내 이사할 신사옥이다. / 김성현 기자

봉제·의류제조업에서 태동했지만 현재는 IT 기업이 밀집해 있다. ‘지밸리(G-Valley)’로 불리는 서울 구로구 얘기다. 구로공단이 있던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엔 연말 ‘지밸리 지스퀘어’, 넷마블의 신사옥이 들어선다. 현 넷마블 임대 사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최근 주춤한 기색이 역력하나 넷마블은 업계 ‘톱3’다. 판교에 적을 둔 여타 IT·게임 업체와 달리 구로에 동떨어져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넷마블이 새 둥지를 틀고 순항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넷마블은 3N의 명맥을 잇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최근 받고 있다. 야심작 ‘A3: 스틸얼라이브’는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고, 1분기 영업이익률(3.8%)도 3N 중 가장 낮았다.

지난해 영업이익률(9.3%)을 봐도 넥슨(28.2%), 엔씨소프트(38.0%)와 나란히 놓기 모호한 수준. 여기에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유수의 기업들이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주력 게임의 부재가 특히 두드러진다.

넷마블엔 넥슨, 엔씨소프트에 없는 뭔가가 있다. 자본금 1억원, 직원 8명을 데리고 지금의 넷마블을 일궈낸 인물,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다.

CJ그룹에 넷마블을 매각하면서 업계를 떠나는 듯했던 방준혁 의장은 2011년 돌연 복귀해 모바일 게임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PC 시장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엔 파격적인 시나리오였다. 방 의장은 “5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의 말대로 됐다. ‘방준혁 매직’이 발휘한 덕분인지 무려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가 흥행했고 엔씨소프트와 협업한 ‘리니지2 레볼루션’까지 연타석을 쳤다. 2017년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시가 총액(1일 기준)은 약 8조6000억원. 최근 렌털업체 코웨이와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양 옆에 장착했다.

모든 결실은 이처럼 방 의장으로부터 시작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넷마블이 하반기 이사한다. 장소는 여전히 구로. 총 4000억원을 투자한 지하 7층, 지상 39층짜리 규모의 건물에 새 둥지를 튼다. 연면적만 18만㎡에 달한다.

일각에선 넷마블이 넥슨 엔씨소프트 등이 위치한 한국의 실리콘밸리(판교)가 아닌 구로를 고수하는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한다.

방 의장은 2016년 신사옥 건립 업무 협약식에서 “28년간 구로구에서 살았고, 떠나면서 다시 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가난한 기억이 많았다”며 “2005년 이후 11년 동안 넷마블은 이곳(구로)에서 성장했다. 이젠 글로벌로 나아가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구로를 넷마블 터전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셈.

구로에서 시작해서 꿈을 이룬 덕분인지 방 의장의 ‘구로 사랑’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넷마블 측은 신사옥의 사용 용도나 입주가 확정된 계열사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으나, 업계는 최근 인수한 코웨이 등이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넷마블 신사옥 조감도
넷마블 신사옥 조감도

방 의장은 구로를 국내 최고의 산업단지로 조성할 심산이다. 앞서 “구로는 지역 주민들이 쉴만한 쉼터나 공원이 많지 않아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만들어 지역쉼터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구로를 상생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방 의장은 말했다.

넷마블 외에도 영상,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IT·게임 콘텐츠 기업 및 4000평의 공원, 스포츠센터, 의료집약시설, 컨벤션센터, 산업박물관, 게임박물관 등 주민 편의를 높이는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장에 갔더니 이르면 다음달 완공될 것으로 보였다. 바로 옆엔 동종 업체 NHN 계열사가, 맞은편엔 에이스하이엔드타워가 자리했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A(32)씨는 “굴지의 게임 회사 넷마블이 구로에 더욱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는 판교와 비교할 때 질서정연한 곳은 아니다. 건물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까닭에 널찍한 느낌을 주기엔 다소 부족하다.

다만 이곳은 넷마블 역사가 시작한 곳이자 방 의장이 선택한 곳이다. 게임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넷마블은 하반기 여러 신작을 내놓으면서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며 “신사옥으로의 이전이 반전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ome 김성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