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에게 8000만원 주고 홍보 맡겼더니 벌어진 사태... 논란 확산
2026-04-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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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맨 김선태 '여수세계섬박람회'를 털어버렸다
“홍보를 가장한 공무원들의 SOS 신호” 반응까지
“존재감 없던 행사 알려진 것만으로 성공” 반응도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온라인을 뒤흔들고 있다. 발단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전남도가 홍보를 위해 8000만 원을 들여 섭외한 유튜버의 영상이 오히려 준비 부실의 민낯을 전국에 퍼뜨린 것이다.
구독자 161만 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전직 충주시청 공무원 김선태씨가 지난 4일 '여수 홍보'라는 제목의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홍보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공개 5시간 만에 조회수 76만 회, 이틀 만에 240만 뷰를 돌파했다. 숫자만 보면 대성공이다. 그러나 댓글 1만여 개의 내용은 전남도가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홍보라 쓰고 고발이라 읽는다." "광고비 내고 내부 고발했네." "홍보를 가장한 공무원들의 SOS 신호다."
김씨는 6분 8초짜리 영상에서 섬박람회 마스코트 '다섬이'를 "썩 매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 행사장은 공사판이었고, 섬 현장에서는 수년째 방치된 어구와 쓰레기가 카메라에 잡혔다. 영상 끝 무렵 김씨는 "솔직히 섬박람회에 제 브랜드 이미지를 붙이기가 싫다"는 말까지 남겼다.
공직 시절 충주시 유튜브를 맡아 100만 구독자를 끌어모은 김씨는 지방행정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누구보다 지자체 업무를 빠삭하게 아는 개인 사업자"라는 댓글이 2만 2000개 넘는 공감을 받은 것은 그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홍보 영상 속 허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현직 공무원들은 못하는 말을 대신 해준다", "공직 그만두니까 포텐이 터졌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가장 많이 소환된 단어는 '잼버리'였다. 2023년 전북 부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인프라 부실과 폭염 대응 실패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기억이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김씨 영상이 올라오기 닷새 전인 지난달 30일 JTBC 밀착카메라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국동항 인근에는 3개월째 치워지지 않은 대형 폐기물과 폐선박이 널려 있었고, 부행사장인 소경도와 개도에는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한 여수 시민은 카메라 앞에서 "676억 원을 들여놓고 아직도 이 모양"이라고 했다.
전남도가 공식 확인한 총예산은 676억 원이다. 김씨에게 지급된 홍보비 8000만 원. 김씨의 통상 기업 홍보 영상 제작비 3억 원 안팎(추정치)에 비하면 낮은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전남도는 싼값에 전국적 이슈를 만들었지만, 그 이슈의 내용이 문제였다. 
전남도는 부랴부랴 댓글 대응에 나섰다. 공식 유튜브 계정으로 영상 댓글창에 직접 글을 올려 "댓글 하나하나 모두 읽고 있다. 더 철저히 준비해 그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박람회 일정(9월 5일~11월 4일, 61일간)과 프로그램도 함께 공지했다. 돌산 진모지구 주행사장 8개 전시관 운영, 금오도 비렁길 트레킹, 개도 섬 캠핑, 요트투어·카약·갯벌 체험 등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주 행사장 공정률은 현재 73%. 오는 6월까지 도로포장과 부대시설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전시관과 문화공간 8개소는 텐트형 시설물이라 설치 기간이 길지 않다고 설명했다. 20m 높이 랜드마크 조형물은 공정률 40% 수준이며, 7월 말까지 전체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수 현지에서 올라오는 댓글은 온도가 달랐다. "지금도 박람회 부지는 흙밭", "여수시민들 사이에서도 섬박람회 여론이 최악"이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9월에 박람회 한다는 걸 이 영상 보고 처음 알았다"는 댓글에 1만 개가 넘는 공감이 몰렸다. 개막 5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박람회 자체의 인지도가 전국적으로 바닥이었다는 얘기다.
"존재감 없던 행사가 전국에 알려진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실제로 이번 영상 덕분에 섬박람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는 반응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그 인지도가 기대감이 아닌 불안과 불신을 등에 업고 퍼졌다는 점에서, 전남도와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가 남은 5개월 안에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