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게임업체들 “집에서 일하자”
2020-08-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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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또다시 기승… 판교도 재택근무 행렬
“재택근무 당연” vs “자영업자 생계 문제 직결”

“일보다는 건강이 우선이죠. 빨리 재택근무로 전환했으면 좋겠네요.”
18일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의 IT 회사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은 이 같이 말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을 비롯, 판교의 한 식당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IT·게임 기업이 밀집한 판교가 또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10시께 경기 성남에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광장. 평소와 달리 한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지근거리에 있는 H스퀘어(카카오 판교 오피스)의 한 카페는 좌석 수를 줄이고, 일부 음식점은 잠정 휴무에 들어갔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해 국내 확진자가 24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4일 103명을 기록한 뒤 5일 연속 세 자릿수다.
판교에도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 오피스 인근의 한 중식당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원격 근무에서 정상 출근 체제로 전환한 카카오는 지난 14일부터 다시 무기한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카카오 오피스와 인접한 엔씨소프트도 오는 19일부터 ‘전사 순환 재택근무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회사 임직원들은 28일까지 재택근무(이번 주 1일, 다음 주 2일)에 들어간다. 엔씨소프트 측은 “31일 이후 근무 방식에 대해선 추후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스페이스 광장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넥슨·NHN·네오위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넥슨은 사흘 정상 출근, 이틀 재택근무 체제인 ‘3+2’ 제도를 시작하기로 했다. 앞서 넥슨은 1주일에 하루만 재택근무하는 ‘4+1’ 근무를 시행해왔다. 넥슨 맞은편에 있는 NHN은 오는 28일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NHN 측은 “재택근무 기간에도 보다 강화된 사옥 방역 및 감염예방 조치들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네오위즈도 전사 재택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판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지난 14일부터 재택근무 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며 “재택근무는 오는 21일까지 실시하며, 확진자 추이에 따라 향후 근무 체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오위즈는 지난 5월 본사에 입주한 게임업체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함에 따라 재택근무를 시행한 바 있다.

위메이드 역시 전사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으며, 연장 여부는 확진자 추이에 따라 결정할 방침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각 법인별로 상황에 맞춰 순환 재택 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현재 몸이 아픈 직원이나 임산부 등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18일 휴무를 결정하고, 이번 주부터 재택근무 체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확진자 급증에 따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원격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불가피한 사유로 출근해야 할 경우엔 조직장 승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지하철 판교역 근처에서 만난 몇몇 직장인들은 조속히 재택근무 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직장인은 “자주 방문한 상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이전보다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며 “IT 기업 특성상 원격근무가 최적화된 만큼, 업무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울상을 짓는 요식업자들도 있었다. 한 자영업자는 “당연히 회사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는 등 추가 확진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3~4월 반토막 난 매출이 다시 회복하는가 싶더니, 다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생계와 연결된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대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