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로 힘 잃는 中 화웨이…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2020-08-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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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차 제재 방안으로 반도체 구할 방법이 막힌 화웨이
LG유플러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미치는 영향 분석

화웨이 / 이하 뉴스1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를 향한 견제에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미 상무부는 지난 17일 중국 화웨이에 대한 3차 제재를 발표했다. 그동안의 제재보다 더 강하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은 화웨이에 제품을 납품할 때 미국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화웨이로 하여금 어떤 반도체도 납품받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 세계에 반도체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네덜란드 ASML 등이 있다. 이들 중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를 만들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화웨이는 제품을 만들 때 쓰는 반도체를 구할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 국무부는 화웨이 계열사 38개를 거래금지 명단에 추가했다. 여기에는 베이징, 홍콩, 파리, 베를린, 멕시코 등 세계 21개국에 있는 화웨이 클라우드 사업이 포함돼 있다. 기존에 제재받던 기업과 합쳐 이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총 152개다. 

미국의 제재에 화웨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일본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동통신용 기지국에 사용되는 반도체 재고를 최대 2년 치 확보했다. 또한 적극적으로 반도체 인재 영입에 나서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구할 길을 막아놔도 향후 2년간 화웨이의 통신망 사업은 무리 없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제재의 실효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신망 사업 이야기다. 필수 반도체를 납품받지 못하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제조 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7%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 내수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달성한 이 점유율은 앞으로 하락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본격적인 제재로 힘을 잃을 화웨이.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과 실적이 떨어진다면 그것이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화웨이 장비 교체하지 않겠다는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국내에서 화웨이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LG유플러스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3년 4G LTE 전국망을 구축할 때부터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 전체 5G망 중 화웨이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미·중 갈등의 고조와 화웨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은 LG유플러스 입장에서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달 21일 미국 국무부에서 LG유플러스가 언급되기도 했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정보통신 담당 부차관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이 (화웨이처럼)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LG유플러스가 과연 미 정부의 요청대로 화웨이를 버리고 다른 통신장비를 도입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지금까지 쓰던 장비를 버리고 새로운 기지국을 세우려면 교체비용만 수조원에 달하는 데다, 한창 추진 중인 5G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쓰던 화웨이 장비를 유지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보복 여지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화웨이 5G 장비 구매를 중단하고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할 것이라고 선언한 영국 정부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화웨이를 거절한) 모든 결정과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라며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처럼 섣불리 움직이기 곤란한 LG유플러스지만 최근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혁주 LG유플러스 CFO는 지난 7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을 통해 “화웨이 장비 이용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화웨이 건 관련해서 스트레이어 부차관보의 발언은 보편적 수준에서 미국 국무부가 취하고 있는 전략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의 제재 강화 발언이 보편적인 내용에 불과하며, LG유플러스 내부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 CFO는 이어 “고객 서비스, 우려하는 화웨이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 장비를 당장 교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수출에 단기적인 타격…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17일 제재 방안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역시 규제 적용 업체에 포함된다. 이들 업체가 생산한 D램과 낸드플래시 역시 화웨이에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반도체 시장에서 화웨이가 ‘큰 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달러(약 24조8000억원)로 전 세계 3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양을 구매했다. 현재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매출 가운데 6%,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가운데 15%에 이른다. 두 업체의 수출액을 합하면 10조원 안팎이 된다. 당장 수출길이 막히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을 손해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반도체 구매 시장이 화웨이 독점도 아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대체할 회사들이 많다는 이유다. 스마트폰 시장에는 중국의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이 있고, 5G 통신장비 시장에는 에릭슨, 노키아 NEC 등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D램과 낸드 플래시 수요는 궁극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각에서 나오는 전망이다.   

◆스마트폰 점유율 오를까… 기회 노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삼성전자
LG전자

앞서 말했듯 현재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번 제재로 인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한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는 시장을 확장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이번 제재로 인해 올 한 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는 좋은 기회이다.

반면 국내 업체들이 얻을 반사이익이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매출이 대부분 중국 내수 시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통신원의 ‘2020년 7월 중국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중국산 브랜드 휴대전화 출하량은 2072만4000대. 전체 출하량의 92.9%를 차지한다. 화웨이, 비보(vivo), 오포(OPPO), 샤오미 등 기업이 매출 상위권에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선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비보’나 ‘오포’ 등의 수혜가 가장 크다”고 했다. 화웨이 생산량이 감소해도 그 대안으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휴대폰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점유율은 1.2%로, 판매량으로 치면 170만대 수준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가 사업에서 물러나는 만큼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일부 이득을 볼 가능성도 제기됐다. 

home 황찬익 기자 sim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