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모바일 야심작 ‘R2M’ 시작부터 민심 삐걱... “이벤트 운영 실수 보상하라”
2020-08-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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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로 지급된 뽑기권으로 일부 유저들 ‘꼼수’
유료 구매 유저들 박탈감 느끼지만 보상 충분치 않아

‘뮤 아크엔젤’로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웹젠이 최근 신작을 출시했다. 지난 25일 출시돼 27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무료게임 2위에 올라 있는 모바일 MMORPG ‘R2M’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공식 게임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웹젠의 게임 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유저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25일 오후 공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지사항 하나였다. 웹젠은 'R2M' 오픈 지연과 잦은 점검으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면서 유저들에게 사과하려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벤트 내용은 25~30일 매일 저녁 접속 유저들에게 ‘상급 변신 11회 뽑기권’과 ‘상급 서번트 11회 뽑기권’을 하루씩 번갈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취지는 좋았다. 유료 구매로만 얻을 수 있는 ‘변신’과 ‘서번트’는 유저들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바로 유저가 게스트 계정을 새로 만들면 이 ‘상급 변신 11회 뽑기권’을 계속 새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요즘 모바일 게임을 시작할 때 필수로 손꼽히는 과정이 있다. '리세마라'다. 게임 초반에 지급되는 ‘뽑기권’을 노리고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계정을 계속 다시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다른 게임에서 리세마라는 통과의례 취급을 받고 있고, 일부 게임은 아예 게임 초반 시스템의 일종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R2M’은 아니었다.
출시 직후 'R2M'엔 리세마라 요소가 없었다. ‘변신’과 ‘서번트’를 얻으려면 유료 재화를 사용해야 했다. 상당수 유저가 강한 능력을 가진 ‘영웅 변신’ 등을 얻기 위해 유료 재화를 구매했다. 그런데 ‘오픈 기념 이벤트’부터 갑자기 리세마라 요소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를 눈치챈 일부 유저가 이벤트 기간동안 게스트 계정으로 접속하고 받은 ‘상급 변신 11회 뽑기권’으로 뽑기를 진행했다. 그 뒤 ‘영웅 변신’이 나오지 않으면 새 게스트 계정으로 접속해 ‘뽑기권’을 다시 받고 이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유저들이 비싼 금액을 지불해 얻을 수 있었던 ‘영웅 변신’이 일부 리세마라 유저에게 무료로 풀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기존의 ‘R2M’ 유저들은 강한 캐릭터를 갖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가며 뽑기를 시도해왔다. 0.088%뿐인 확률을 뚫고 힘들게 ‘영웅 변신’을 획득한 유료 구매자들로선 리세마라 유저들의 방법이 통했다는 것은 허탈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현금을 지불했는데도 확률에 따라 ‘영웅 변신’을 획득 못한 유저들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게임 시스템을 정당하게 이용하고 큰 돈을 들인 유저들이 ‘꼼수’를 이용한 유저들보다 캐릭터의 강함에서 뒤쳐진다면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태를 파악한 웹젠은 이벤트를 즉각 중단했다. 이벤트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유저들에게 지급됐던 ‘상급 변신 11회 뽑기권’은 모두 삭제됐다. 하지만 이미 리세마라로 ‘영웅 변신’을 획득한 유저들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무료로 지급된 ‘영웅 변신’ 역시 회수되지 않았다. 이들은 게임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을 뿐, 규정을 위반하거나 버그를 악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료 구매 유저들의 억울함을 해소할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웹젠은 운영 실수에 대한 보상으로 모든 유저에게 런칭부터 이벤트 중단 시점까지 적립한 유료 구매 마일리지만큼 추가 마일리지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마일리지는 100만원 이상의 유료 구매를 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크게 효용이 없는 편이다. 운영진의 미숙으로 유저들이 받은 불쾌감이 큼에도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공식 커뮤니티가 분노한 유저들의 항의 글로 도배되는 이유다.

현재 공식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는 “영웅 변신이 무료로 풀린 데 대한 보상을 달라” “운영자들은 반성하라” “15년 전 운영과 다를 게 없다” “이럴 거면 오픈 전 테스트 뭐 하러 했나” 등 운영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웹젠 측도 ‘R2M’ 유저들의 불만을 알고 있었다. 웹젠 관계자는 26일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상황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회원들이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서버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벤트 전에는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날지 몰랐는지, 마일리지 외에 추가로 보상을 지급할 의향은 없는지 물었으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