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킬링필드’ 주범 77세로 사망… 수감자들 생체실험도

2020-09-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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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메르루주 정권 당시 교도소장 카잉 구엑 에아브
1만6000명 살해 혐의

카잉 구엑 에아브. 사진출처 / 데일리메일
카잉 구엑 에아브. 사진출처 / 데일리메일
170만 명을 학살했던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1975∼1979년) 집권기에 학살과 고문으로 악명높았던 투올 슬랭 교도소장이었던 전범 카잉 구엑 에아브(76)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병환에 시달려온 에아브는 전날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병원에서 77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병원 대변인은 “에아브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으나 곧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에아브는 1975년 4월 집권한 직후부터 유토피아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1979년까지 약 170만 명을 학살한 ‘킬링필드’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의 핵심 인물이었다. 1985년 제작된 영화 ‘킬링필드’는 현대사 최대의 비극 중 하나인 이 학살을 다뤘다.

‘두크’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에아브는 프놈펜에 있던 악명 높은 교도소 투올슬렝에서 소장으로 있으면서 1만6000명을 살해하고, 아이들을 구타했으며,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죄수 대부분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강제로 자백해야 했다. 희생자들은 때때로 자신의 무덤을 직접 파야 했다. 투옹 슬랭 교도소에서 살아남은 희생자는 수십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잉 구엑 에아브. 사진출처 / 데일리메일
카잉 구엑 에아브. 사진출처 / 데일리메일

그는 정권의 적으로 보이는 수천 명의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이들을 가둬놓고 학대하고 학살한 혐의로 유엔이 지원하는 캄보디아 국제전범재판소(ECCC)에서 2014년 전쟁 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로 종신형을 받았다.

재판에서 그는 자신의 범행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가족이 해를 입을까봐 두려워 그런 일을 했다고 진술했다.

2009년 법정에서는 “적어도 1만2380명의 생명을 앗아간 데 대해 전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며칠 뒤 무죄판결과 석방을 요청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

에아브가 숨지면서 킬링필드 주범들에 대한 단죄는 더욱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범재판소(ECCC)에는 에아브를 포함해 전범 5명이 기소됐으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이는 없다. 재판 도중 피고인 2명이 숨졌고, 2015년 종신형에 처해진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도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모든 학살을 주도한 폴 포트 전 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장 겸 총리는 기소되기도 전인 1998년 사망했다. 현재 생존한 사람은 체아 전 부서기장과 함께 종신형을 받은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뿐이다.

home 장원수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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