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필름이랑 똑같네!” 배우 박서영을 만났다

2020-09-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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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 '치즈필름' 배우 박서영 인터뷰
최근 장편영화 '베이스먼트'로 새로운 연기 도전

'치즈필름'은 옴니버스 웹드라마다. 학교를 배경으로 매회 서로 다른 학생들이 출연한다. 그만큼 여러 배우들이 치즈필름을 거쳐 갔지만 유독 오래 출연하는 배우도 있다. 박서영이다.

박서영은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의 여학생 '서영' 역을 맡았다. 치즈필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얼굴을 보이고 있다. 제작자와 시청자의 사랑을 모두 받고 있지 않다면 어려울 일이다. 이 어려운 걸 해내는 박서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그를 만나봤다. 인터뷰는 9월 9일 마포구 상암동 위키트리 사옥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중인 박서영 / 이하 위키트리 권상민 기자
인터뷰 중인 박서영 / 이하 위키트리 권상민 기자

Q. 치즈필름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A. 2018년에 필름메이커스에서 치즈필름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웹드라마랑 단편영화 두 분야를 모집했는데 나는 사실 단편영화를 지원했다. 그런데 면접 보던 감독님께서 웹드라마를 해볼 생각은 없냐고 물으셨다. 시켜만 주시면 감사하다고 바로 말씀드렸고 그렇게 합류하게 됐다.

Q. 재미있다. 조금 더 말해달라.

A. 감독님이 (원하는 배역과) 이미지가 맞다며 면접 중에 바로 '같이 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그 다음 주에 교복 의상 맞추고 바로 촬영했다. 솔직히 얼떨떨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지금이야 감독님께 감사하지만(웃음). 그렇게 '달빛여고 MYC단'에 처음 출연하게 됐다. 여고생 셋이서 영상 동아리를 하는 내용인데 지금처럼 옴니버스가 아니라 시리즈물이었다.

Q. 오랫동안 여러 편에 출연했다. 유독 기억에 남는 편이 있다면?

A. '학생 연애' 시리즈 1화 '여사친이 여자로 보일 때'다. 치즈필름 초창기였는데 그 영상을 사람들이 정말 많이 봐주셨다. 제가 농구하는 장면도 있는데 촬영도 재미있었다.

Q. 농구를 말하니까 생각난다. 농구부 매니저라는 얘기가 있더라. 사실인가?

A. 정식 매니저가 아니라 농구부 쫓아다니는 사람 정도? 18살에 한창 농구에 빠져 있었다. 우리 학교 농구부 주장이랑 친했다. 농구에 '꽂혀서' 방과 후에 농구하고 놀았다. 시합 있으면 보러 다니고 선수들 물도 챙겨줬다. 선생님이 '너 왜 이렇게 농구에 미쳤냐, 농구부 매니저 해라'고 하셔서 (농구부 매니저로 불리게 됐다).

Q. 친구가 많아 보인다. 학교에서 '인싸'였나?

A. 생각보다 엄청 많지는 않다. 인싸와 아싸 사이... 중싸 정도?(웃음)

Q. 친구들이 치즈필름을 보고 뭐라고 하나?

A. "이거 연기가 아니라 그냥 넌데?"(웃음) 자기가 나온 것도 아닌데 부끄러워 못 보겠다고 하더라. 말은 그렇게 하는데 제 대사랑 행동을 다 외우고 따라 한다. 고마운 친구들이다.

Q. 치즈필름 시청자들 반응도 궁금하다. 유튜브 댓글, 인스타 디엠 주로 어떤 내용을 받나?

A. 기본적인 질문이 많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전공이 연기인 건지, 치즈필름은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같은. "치즈필름 오디션에 지원했는데 너무 늦은 나이 아닌가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시면 좋겠다.

Q. 말 나온 김에 치즈필름 오디션 팁 좀 알려달라.

A. 자신만의 이미지를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내가 이런 이미지를 살릴 수 있겠다, 싶은 걸 파악해야 한다. 저는 그렇게 못했지만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찾아주셨다. 털털한 이미지.

Q. 치즈필름이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이 치즈필름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치즈필름 만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보면 뭔가 '주황주황'한 느낌이 있다. 사실 처음에는 색감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이런 걸 사람들이 좋아할까요?"라고 물었는데 감독님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 (이제 보니) 정말 그렇다. 댓글 보면 치즈필름 특유의 감성이 좋다는 분들이 항상 계신다.

Q. 치즈필름이 첫 연기인가?

A. '언필링'이라고, 아는 오빠가 고등학교에서 찍은 웹드가 있다.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는데 영상을 보지 못하겠더라. 너무 부끄러워서 (마음 속에) 묻어두고 있다.

Q. 연기는 어떻게 배우게 됐나.

A. 어렸을 때부터 배우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열다섯 살 때 부모님께 말씀도 드리지 않고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러다 에이전시에 붙어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에이전시 계약이 끝난 후로도 (그 선생님께) 따로 연기를 배웠다.

'여사친이 여자로 보일 때' 편 / 이하 치즈필름
'여사친이 여자로 보일 때' 편 / 이하 치즈필름

박서영은 최근 장편영화 '베이스먼트' 촬영도 마쳤다. 핵 공격을 받은 도시에서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밀실에 갇혀 지내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부모에게 까칠한 사춘기 소녀 '지선'을 맡아 새로운 연기에 도전했다. 영화는 후반 작업 중으로 하반기에 웨이브에 올라올 예정이다.

Q. 베이스먼트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A. 지인분이 먼저 연락을 주셨다. 독립영화 출연할 생각 있냐고. 오디션을 보는데 감독님이 (제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아 (사춘기 연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엄청 떨면서 결과를 기다렸는데 다행히 축하한다는 지인 연락을 받았다. 합격이었다. 너무 기뻐서 그날 가족들이랑 고기 먹으러 갔다.

Q. 치즈필름과 달리 90분 가까운 장편영화였다.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아침 일찍 일어나 밤 늦게까지 그렇게 '빡센' 촬영은 처음이었다. 눈물 연기를 많이 해보지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오열하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그런게 조금 힘들었다.

Q. 치즈필름 서영과 베이스먼트 지선의 성격도 많이 다르다.

A. 지선은 사춘기 소녀인데 저는 사춘기를 앓아본 적이 없다. 엄마한테도 물어봤는데 '너는 그런 거 없었어, 그냥 너무 즐겁게 자랐어'(웃음). 그래서 친오빠를 참고했다. 사춘기를 많이 앓았거든. 방에서 나오질 않더라고(웃음).

Q. 베이스먼트에 대해서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A. 보면 후회 안 하실 거예요, 열심히 찍었습니다!

영화 '베이스먼트' 촬영 중 / 이하 제작사 '파란오이' 제공
영화 '베이스먼트' 촬영 중 / 이하 제작사 '파란오이' 제공

고백하자면 기자는 박서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신인 배우들을 여럿 만났지만 이렇게 '하이텐션'인 배우는 처음이었다. 첫 인터뷰라면서도 긴장하는 내색은 없었고 호탕한 웃음 소리와 물개 박수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렇다고 혼자 말하지도 않았고 대화의 티키타카를 탈 줄 알았다. 사람들이 박서영을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대화 주제는 박서영의 일상으로 이어졌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그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동물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드럼에도 꽂혀 촬영이 없는 날에는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 이하 본인 제공
고등학교 시절 / 이하 본인 제공

Q. 밴드라니 멋있다.

A. (손사래를 치며) 전문적인 밴드가 아니라 재미로 하는 밴드다. 올해 드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주위에 악기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모아 만들었다. "스무 살이니까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봐야지, 우리끼리 재밌으면 되잖아"라며 설득했다(웃음). 연말에 우리끼리 공연을 하는 게 목표다.

Q. 추진력이 대단한 것 같다.

A. 원래 즉흥적으로 뭘 하는 걸 좋아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플래시몹을 한 적도 있다. 친구랑 치킨 먹다가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자"며 친구들을 모았다. 스무 명을 모아 뮤지컬 형식으로 학교에서 공연을 했다. 그런 걸 좋아한다. "지금 아니면 하지 못할 일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해보자"는 생각이 있다.

Q. 정해진 틀에 맞춰 사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진부한 질문일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너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거 아닌가?(웃음)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는 편은 아니다, 당장 내일 뭘 먹을지도 모르는데(웃음). 굳이 말하자면 후회 없이 하루하루 보내는 게 목표이자 계획이다.

인터뷰 중인 박서영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