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입학하기 위해 부모님 설득했어요” 치즈필름 박세영을 만났다
2020-10-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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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 '치즈필름' 배우 박세영 인터뷰
“정해진 틀에 저를 맞추기보다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웹드라마 '치즈필름'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에서 박세영은 유독 인기가 많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첫인상부터가 치즈필름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하얀 피부와 발그레한 볼, 작은 입을 움직이며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치즈필름상'이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박세영은 활동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새로운 웹드라마 '웰컴 투 하와이'에도 출연 중이고 모델 겸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열여덟 살, 어린 나이에도 자신만의 커리어를 빠르게 쌓아가고 있는 박세영을 만났다. 인터뷰는 9월 22일 마포구 상암동 위키트리 사옥에서 진행했다.


Q. 치즈필름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A. 작년에 학교 친구들이랑 서울패션위크에 갔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한 남자분이 명함을 주셨다. 치즈필름 조연출이라며 출연을 제안하셨다. 사실 나는 치즈필름이 뭔지 몰라 별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 친구한테 명함을 보여줬는데 "치즈필름 명함을 받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덤덤할 수 있냐"며 치즈필름이 유명한 웹드라마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치즈필름과) 미팅을 했고 좋게 봐주신 덕분에 출연을 하게 됐다.
Q. 치즈필름에서 첫 출연작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여동생이 오빠 연애를 코치한다' 편이다. 제목이 이게 맞나?(웃음) 촬영이 처음인 데다 연기를 배우지도 않아 긴장을 많이 했었다. 게다가 첫 출연 상대가 하필 치즈필름 '간판'인 서영 언니(박서영 배우)라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언니가 저를 엄청 '둥가둥가'해주셔서 화기애애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Q. 그전에는 연기를 배운 적이 없었나?
A. 초반에 출연했던 여덟 편 정도는 연기에 '백지' 상태였다. 올해부터 학교에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감독님이 연기가 늘었다고 말씀해 주셨다(박세영이 다니는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2학년부터 연기를 가르친다).
Q. 연기 경험이 없었는데 치즈필름에서 계속 불러 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감독님이) 내 연기에 대해 만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치즈필름 분위기에 어울려서가 아닐까. 친구들이 "너는 치즈필름상"이라고 얘기를 많이 해준다(웃음).
Q. 그동안 여러 편에 출연했다. 기억에 남는 편이 있다면?
A. '새로 간 학교에서 애들이 날 피한다'는 편이다. 주인공 샘(천 샘 배우)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에 케이크가 나온다. 촬영 끝나고 케이크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웃음). 그리고 전에는 언니, 오빠랑 촬영을 했는데 이 편에서 처음으로 동갑, 동생들이랑 촬영을 했다. 시끌벅적하고 재미있었다.
Q. 본인이 출연한 치즈필름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A. 처음 봤을 땐 "내 얼굴이 화면에 이렇게 나오는구나"하며 신기해했다. 영상에 담긴 내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들려서 많이 놀라기도 했다. 찍은 편수가 늘어날수록 뿌듯한 마음도 있다. 점점 발전하는 것 같아서 몇 번 씩이고 모니터링을 하며 뿌듯해한다.
Q. 치즈필름 세영이 아니라 실제 박세영 양은 어떤 사람인가.
A.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지만 친해지면 시끄럽고 얘기를 주도하는 편이다. 예고 특성상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소심해 보이지만 저도 나서는 걸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누구한테 뒤지지 않는다(웃음).
Q. 치즈필름 출연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많이 늘었다. 전에 연락 없던 친구들도 연락을 한다. 협찬이나 일 관련 디엠도 많이 받는다. 요즘 웹드라마 '웰컴 투 하와이'랑 '스타일쉐어' 유튜브에도 출연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 룩북 촬영도 예정되어 있다.
Q. 룩북이라면 배우가 아니라 모델 분야 아닌가?
A. 그렇다. 모델과 배우 사이에서 계속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직접 만난 박세영은 생각보다 어렸다. 아이 같은 말투와 쑥스러운 듯이 말끝을 흐리는 버릇, 촬영 중에 먹은 케이크가 너무 맛있었다며 세상 밝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학교 얘기가 나오자 박세영은 사뭇 진지해졌다. 그는 본가가 충남 천안이지만 서울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이하 한림예고) 패션모델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이유를 묻자 박세영은 야무지게 대답을 이어 나갔다.


Q. 한림예고는 일반계 고등학교가 아닌데, 어떻게 다니게 됐나?
A. 원래 배우나 모델, 가수가 되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하기보다 빨리 사회로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내가 좋아하던 아이돌 빅스의 멤버가 한림예고를 다녔다는 사실이 생각났고 나도 한림예고를 다니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Q. 부모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A. 부모님은 내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다니길 원하셨다. 2살 많은 친언니도 예고를 다녔기 때문에 학비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고자 하는 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편이다.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A4지에 내 생각을 가득 써서 드렸다. 엄마는 내가 매사에 진지한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진지한 모습을 봤다며 놀라셨다. A4지를 죽을 때까지 보관할 테니까 (쓴 내용을) 지켜라,며 예고 진학을 허락하셨다.
Q. 대단하다. A4지에 어떤 내용을 썼나?
A. 일단 어떤 과를 가고 싶은지 작성했다. (지금은 패션모델과지만) 원래는 실용무용과를 전공하려고 했기 때문에 어떤 장르의 춤을 배우고 싶은지도 적었다. 배우고 싶은 춤을 가르치는 학원도 찾아 적었다. 만약 합격하면 집에서 학교까지 몇 시간 걸리는 지도 적었다. 마지막으로 맨 뒷장에 다짐을 적었다. 꼭 가고 싶다고 간절하게.
Q. 여러 전공 중에 패션모델과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A. 우연한 기회로 패션모델과 면접을 봤다. 합격을 했는데 사실 (모델 쪽으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아 고민을 했다. 나는 연예계로 진로를 정했고 다방면으로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다. 패션모델과에서 내가 모르던 것들을 배울 수 있겠다 싶었고 결국 이 과를 선택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림예고 패션모델과는 내 운명이 아닐까, 싶다. 만약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면, 혹은 한림예고에서 패션모델과가 아니라 다른 과에 진학했다면 나는 DDP에 가지 않았을 거다. 그러면 치즈필름을 찍을 일도 없었을 거다. (한림예고 패션모델과라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박세영은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듯 보였다. "패션모델과라서 워킹만 하겠지, 생각할 수 있는데 이론 수업과 연기도 배운다. 굉장히 재미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런 박세영에게 고민이 있다면 연기와 워킹이 둘 다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배우를 할지 모델을 할지 매일 고민한다는 그는 "(두 직업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틀에 나를 맞추기보다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