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으면, 조이세요” 중고장터에 믿기 힘든 상품이 올라왔다
2020-11-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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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내용 이해 안 갈 때 신호 보내는 '항문 컴퓨터 인터페이스'
미디어아트 작가 송호준 작업물…“구매하면 설계도와 제작 컨설팅 제공”

'모르겠으면, 조이세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올라온 '항문 컴퓨터 인터페이스'(ACI)라는 제품 설명이다.
상품 설명에는 "한국 학생들은 선생님 말이 이해가 안 가도 질문하기 힘들어 한다. ACI를 사용하면 학생들은 들키지 않고 선생님께 수업 피드백을 보낼 수 있다"고 적혀있다.


"항문 괄약근을 조이면 무선 신호가 컴퓨터로 전송되어 현재 수업 이해 여부를 소극적이지만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상천외한 이 상품의 판매가는 무려 500만 원이다. 구매해도 완제품이 배송되는 건 아니다. 설계도와 1달간 제작 컨설팅이 진행될 뿐이다.
해당 상품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진위 여부조차 의심스러운 이 상품은 사실 미디어작가인 송호준의 요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송호준 작가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 개인 제작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며 주목받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요트로 세계 일주'가 목표다. 목표 자체는 평범하지만 중고판매로 그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이 특별하다.
작업용 도구, 개인 취미 용품 등 온갖 소장품을 지난달 8일부터 번개장터 내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 상점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올라온 상품들을 보면 공구나 가방처럼 실용적인 쓰임새가 있는 상품부터 잡동사니에 가까운 물건까지 다양한 상품이 올라왔다.
누가봐도 장난인 9억 9999만 9999원짜리 방사능 목걸이도 있다. 100년에 한 번 깜빡이는 LED 디자인과 컨설팅은 1000만 원에 판매 중이다.
ACI는 놀랍게도 진심인 것 같다. 상품 판매 페이지에 올라온 영상에서 송호준 작가는 웃음기 하나도 없는 진지한 말투로 실제 3D 설계도를 보여주며 제품 구조와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그는 "메인 수신기는 선생님이 칠판에 가지고 있는 장치다. 만약 30명 학생 중 20명이 괄약근을 조였다면 현재 칠판에 불이 빨간 색으로 변한다. 빨간색으로 변하면 변할수록 '학생들이 내가 하는 말을 이해 못하고 있구나'라고 선생님은 생각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괄약근이냐?"고 자문한 그는 "왜 괄약근이냐? 괄약근말고는 내가 모른다는 의사를 몰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