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녀가 '벤츠' 끌고 와 노숙인 무료급식소서 꽁짜 밥 달라고 했습니다”

2020-12-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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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신부, 페이스북에 분노 표해
벤츠 몰고 와 당당하게 노숙인 도시락 요구한 모녀

이하 김종하 신부 페이스북
이하 김종하 신부 페이스북

"오늘은 아주 괴로운 날입니다"

한 신부가 무료급식소에 벤츠를 몰고 와 '공짜 밥'을 당당하게 요구한 사람을 맞닥뜨리고 분노를 표출했다.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긴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늘은 아주 괴로운 날입니다.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김 신부는 "흰색의 비싼 차(벤츠) 한 대가 성당에 왔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내렸습니다. 두 분은 태연하게 노숙인들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그분들을 막아서고 '어떻게 오셨어요? 따님도 계시고 좋은 차도 있으시기 때문에 여기 오시면 안 됩니다. 도시락이 모자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신부는 "그런데 아주머니는 오히려 저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이분은 저희 어머니이고 여긴 공짜 밥 주는 곳이잖아요? 왜 막으세요?' (라고 했다) 저는 아주 화가 났습니다. '안 됩니다. 도시락은 노숙인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아주머니와 할머니 때문에 다른 분들이 먹지 못합니다' (라고 말했다)"라고 했다.

김하종 신부에 따르면 신부가 제지했음에도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도시락을 받아 가야겠다고 했다.

김 신부는 "저는 이분들의 행동과 말에 기분이 매우 나빴습니다. 이분들의 행동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고 이분들의 말은 우리 친구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말이기 때문입니다"라며 "특별히 요즘처럼 코로나 시기에 우리가 '모두'를 생각한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겠지만 '나'만 생각한다면 사회는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30년 전 제가 처음 한국에 와서 가장 좋다고 느낀 것은 '우리'라는 문화입니다. 공동선을 추구하고 기꺼이 남과 나라를 위해 희생했기 때문에 한국이 발전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요즘에는 '나'라는 문화가 커지면서 자신만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의 일을 통해 봤기 때문에 너무 속상했습니다"라고 했다.

김종하 신부는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안나의 집'을 설립하고 대표로 있다. 한국 나이로 64세인 김 신부는 34세이던 지난 1990년 고향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왔다.

home 김은경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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