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친 남친이 맞아죽어도 할 말 없다고 해서 때렸는데 죄가 되나요?”

2020-12-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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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한 여성의 질문
변호사는 “때리라고 해서 때렸어도 죄 될 수 있어요”

픽사베이 자료사진.
픽사베이 자료사진.
양다리를 걸친 남자친구가 잘못했다고 빌면서 때려달라고 했다. 분한 마음에 남친을 딱 한 대 때렸다. 이럴 경우에도 죄가 성립하는 것일까.

한 누리꾼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네이버 지식인에 올렸다.

“남자친구가 양다리 걸친 걸 알고 너무 화가 나서 얘기하다가 자기는 오늘 맞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때리라고 해서 딱 한 대 때렸습니다. 분명 때리기 전에 ‘한 대만 때려도 되지’라고 다시 물었고 때리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폭행으로 고소당했는데 이런 경우에도 폭행죄가 성립되나요.”

안타깝게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네이버 지식인 상담변호사 이재호 변호사는 “때리라고 해서 때렸어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답변을 달았다.

범죄는 구성요건해당성(법률에 명시돼 있는지 따지는 것), 위법성(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지 따지는 것), 책임성(어떤 결과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 따지는 것) 3단계 과정을 거쳐 성립된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피해자 승낙이 있었다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 조각이란 말은 ‘탈락’이란 뜻으로 대략 해석할 수 있다. 피해자가 승낙하면 위법하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아무리 피해자가 승낙했더라도 윤리적적으로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자기 물건을 가져가라고 승낙한다면 당연히 위법성이 조각된다. 하지만 ‘날 죽여도 좋다’고 승낙했을 경우에도 위법성이 조각될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기에 위법하다.

형법 제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는 ‘형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소위 피해자의 승낙은 해석상 개인적 법익을 훼손하는 경우에 법률상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의 승낙을 말할 뿐만 아니라 그 승낙이 윤리적, 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풀이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폭행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피해자가 폭행을 승낙했다고 하더라도 폭행 행위 자체가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므로 승낙을 받고 남자친구를 때린 행위에 대해 위법성이 완전히 조각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의 몸에서 잡귀를 물리친다면서 뺨을 때리고 팔과 다리를 붙잡고 배와 가슴을 손과 무릎으로 힘껏 누르고 밟는 등 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폭행에 의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따위의 일에 있어서 피해자의 승낙은 범죄성립에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는 윤리적,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즉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등의 행위가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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