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부족, 기숙사 비워달라” 이재명 긴급조치에 경기대 학생들 상황

2020-12-16 17:11

add remove print link

이재명 지사, 민간시설 첫 긴급동원 조치 착수
코로나19 병상 확보 위해 경기대 기숙사 사용키로

기숙사를 쓰는 경기대학교 학생들 상황이 전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3일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에 따른 병상 부족 사태와 관련, 민간시설에 대한 첫 긴급동원 조치에 착수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 / 뉴스1

이재명 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전시상황에 준하는 엄정 대처를 요하고 있으므로 부득이 관련 법령에 따라 병상과 생활치료시설에 대한 긴급동원조치에 돌입한다. 그 첫 사례로 경기도 내 모 대학교(경기대) 기숙사를 긴급 동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해당 기숙사의 생활치료시설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긴급동원명령이 발동된다. 대학 측과 학생, 학부모들께서 사태의 심각성과 행정명령의 부득이함을 충분히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대학은 경기도 수원에 있는 경기대다. 경기도는 13일 경기대에 '생활치료센터 지정 알림 및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경기대 기숙사는 17일부터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된다. 경기도는 기숙사 1000실(2인 1실) 가운데 500실(1000 병상)을 먼저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고 상황에 따라 이용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경기대 캠퍼스 전경 / 경기대 페이스북
경기대 캠퍼스 전경 / 경기대 페이스북

이런 가운데 최근 경기대 에브리타임에는 해당 조치에 대한 학생들 의견이 올라왔다. 이 내용은 캡처돼 16일 "현 시각 경기대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오기도 했다.

경기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상당수 학생들은 경기도의 조치가 갑작스럽게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갑자기 기숙사 방을 비워줘야 해 당황스럽다고 했다.

한 경기대 학생은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에서 "못 살게 되는 건 둘째 치고 미리 얘기를 해준 것도 아니고 동의를 구한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추후 대책을 마련해 준 것도 아니고요"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우리 학교는 사립대임. 국립대인 한경대 놔두고 왜 우리 학교를...어떤 공지도 없이 그냥 도지사의 말 한마디로? 학생들은 어쩌고? 미리 공지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서럽다 진짜. 안 그대로 억지로 쫓겨나는데 학생들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본인들이 더 이기적인 걸 알까"라고 하소연하는 경기대 학생도 있었다.

경기대 에타에 올라온 학생들의 글 전문이다.

이하 경기대 에브리타임
이하 경기대 에브리타임

이재명 지사는 지난 14일 첫 대상 시설인 경기대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대에서 김인규 총장과 만나 기숙사의 생활치료센터 제공 문제를 논의하고 시설을 점검했다.

이재명 지사는 "갑자기 확진자가 폭증해 사실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기숙사 제공에 동의해줘 감사드린다. 학교와 학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보상해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여러 가지 우려되는 것도 있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공간 제공을) 결정했다"고 협조를 약속했다.

이재명 지사가 지난 14일 경기대 기숙사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이재명 지사가 지난 14일 경기대 기숙사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경기대 기숙사 시설을 점검하는 이재명 지사 / 경기대 페이스북
경기대 기숙사 시설을 점검하는 이재명 지사 / 경기대 페이스북

이재명 지사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병상 및 생활치료시설 긴급동원조치에 착수합니다>

감염병 공포와 경제적 어려움을 힘겹게 견뎌내시고 방역에 적극 참여해 주신 도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한편으로 도민 여러분의 희생적 협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데 대하여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국내 첫 감염 발생 이래 11개월이 다 되어 가는 동안 우리 정부는 해외 선진국들의 총체적 셧다운 및 대규모 확진자 발생 상황과 달리 통제가능한 범위에서 방역을 유지해왔지만, 지금 3차 대유행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조만간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됩니다. 3단계는 지금까지와 달리 훨씬 불편하고 힘드실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수십만 개 영업시설이 문을 닫게 됩니다. 수많은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프리랜서, 특수고용, 무급휴직자 등 취약 계층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외신에서 자주 보는 외출과 통행 등 모든 활동이 금지되는 전면봉쇄조치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고통을 막기 위해 작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듯이, 전면봉쇄 상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거리두기 3단계 강화가 불가피하여 중앙정부에 3단계 조기격상을 건의했습니다. 단일생활권인 수도권의 특성 때문에 서울, 인천과 공동행동도 중요한데 여의치 않을 경우 경기도만이라도 선제적으로 거리두기를 강화할 것을 검토 중입니다.

아울러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의료시설, 의료역량,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기도가 가진 모든 공공의료 인프라를 총동원 하고, 민간자원 동원을 위해 협의와 설득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병실과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환자발생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 확산세가 전시상황에 준하는 엄정대처를 요하고 있으므로, 부득이 관련 법령에 따라 병상과 생활치료시설에 대한 긴급동원조치에 돌입합니다.

그 첫 사례로 경기도내 모 대학교 기숙사를 긴급동원키로 했습니다. 해당 기숙사의 생활치료시설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긴급동원명령이 발동됩니다. 대학 측과 학생 및 학부모 여러분께서 사태의 심각성과 행정명령의 부득이함을 충분히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도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는데 주저함이나 이해타산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절대 코로나19 앞에 도민의 안전이 방치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 정부와 경기도를 믿고 방역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앞장서주십시오. 반드시 코로나 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당당히 항의하되 경청하고 양해해 준 경기대 학생들, 정말 고맙습니다>

항의하기 위해 나온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코로나 환자 병상 확보를 위해 경기대학교 기숙사를 찾아간 길이었습니다.

비상 상황인 만큼 도지사로서는 비상한 대처가 필요했지만, 현재 기숙사에 살고있는 학생들로서는 우려가 많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기말고사도 앞두고 있고 당장 기숙사에 살며 알바를 하는 학생도 있다고 하니까요.

저는 아시다시피 이런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시민들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격앙되어 계시더라도 소상히 설명하고 진심을 다해 말씀드리면 결국에는 서로간에 협의의 공간이 생깁니다.

병상을 확보하는 일이 사람을 살리기 위함인데 여러분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는 점,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학생들이 머물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고, 경기도와 학생들 사이의 소통창구 또한 만들어 질 것이라는 점 등을 차분히 설명드렸습니다.

놀랍게도 우리 학생들, 경청하고 양해해주었습니다. 악수하고 길을 내어주었습니다.

학생들을 비난할 일이 조금도 아니겠지요. 긴급하게 결정된 일인 만큼 오해가 있으면 정확하게 안내하고 협의하면 됩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민주사회의 풍경입니다. 저는 외려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말하고 토론하고 끝내 양해까지 해준 청년들이 고마웠습니다.

1천명 대를 넘나드는 3차 대유행의 와중에도 우리가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이렇게 서로를 향한 선의와 합리적인 태도를 가진 시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집단지성의 위대함을 믿고 불철주야 속도감 있는 방역에 앞장설 것입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