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직접 운영하는 고등학교가 진짜로 있었네요, 시설이 어마어마합니다

2021-02-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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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복지 차원서 개교한 충남 삼성고
'귀족학교'는 편견…특별한 커리큘럼 눈길

삼성그룹은 창사 이래 '인재제일주의'를 핵심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삼성의 인재중시 기조는 회사 내부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성균관대를 인수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자율형사립고(자사고)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직원복지 차원서 개교된 고교

충남 삼성고 전경 / 학교 홈페이지 캡쳐
충남 삼성고 전경 / 학교 홈페이지 캡쳐

충남 아산시에 있는 충남 삼성고(三星高)는 삼성 임직원의 자녀들을 위해 지어진 학교다.

천안·아산 지역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에 근무하는 삼성 임직원 숫자만 해도 2014년 기준 3만60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지역 삼성 임직원 상당수는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자녀 교육환경 문제였다. 삼성의 주요 사업장이 들어서 있는 아산시 탕정면과 배방면, 천안시 성성동 일대에는 그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가 전무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임직원이 배우자와 자녀를 수도권에 두고 혼자 '기러기' 생활을 하거나, 자녀를 인근 지역으로 원거리 통학시키는 불편을 겪어왔다.

삼성그룹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충남도교육청에 공립고 신설을 꾸준히 건의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예산부족 등의 문제로 난색을 표했고, 대신 기업이 출연하는 자사고 설립을 역제안했다.

이에 천안·아산 지역 삼성 계열사들은 공동 출연 형태로 2014년 충남 삼성고를 설립하게 된다.

개교 목적이 임직원 자녀의 교육문제 해결이었으니 이들에게 정원을 할당하는 것은 당연했다.

전체 입학정원의 70%를 천안·아산 지역 사업장에 근무하는 삼성 임직원 자녀에 배정한다. 삼성사업장 중 반드시 충남에 소재하고 있어야 하며, 학생은 충남에서 거주하면서 충남 소재 중학교를 다니고 있어야 한다.

나머지 30%는 일반 전형(10%)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20%)으로 채워진다.

그럼에도 이 지역 삼성 임직원 자녀 모두가 이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 충남 삼성고를 가리켜 삼성 임직원 자녀만을 위한 '귀족학교'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인 셈이다.

충남 삼성고는 개교를 앞두고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공격받았다. 대기업 설립 자사고가 헌법상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입학전형 위헌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삼성 임직원 자녀 전형에 모집인원 70%를 배정한 것은 학교 설립취지에 부합한다"며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별한 커리큘럼이 있다

충남 삼성고 홈페이지 캡쳐
충남 삼성고 홈페이지 캡쳐

충남 삼성고의 시설은 어지간한 대학을 뛰어넘는다. 3층 규모의 도서관, 600명을 수용하는 기숙사는 물론 국제회의실, 각종 실험실, 음악실, 미술실까지 갖췄다.

1회 졸업생 중 9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신생 고교가 서울대생을 9명 배출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2021년 입시에도 10명이 넘는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는 등 지역 명문고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비결은 독특한 수업방식에 있다.

1학년 신입생들이 매일 하는 ‘모닝 스파크’라는 아침운동이 있다. 1학년 학생들은 1년 내내 시험일, 주말, 공휴일 등 특별한 날들을 제외하고는 매일 이 아침 운동에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아침 6시 20분에 기상, 체조와 달리기 등 기초운동을 하고 탁구, 농구, 라크로스 등 개별 자유종목까지 7시 20분까지 1시간 동안 이어진다.

삼성그룹의 관리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MSMP(Miracle of Sixty-six days Melting Pot)라고 부르는 ‘66일, 기적의 용광로’ 프로그램이다. 신입생들은 2월 말일 입교부터 5월 초 MSMP 수료식까지 66일 동안 충남삼성고인이 되기 위한 적응 기간을 가진다. 기숙사 입소, 아침운동과 함께 가장 큰 특징은 휴대전화 없는 삶이다. 휴대폰은 아예 갖고 들어올 수 없고, 교내 도서관에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교사에게 물어보거나, 도서관의 책과 자료를 직접 찾아봐야 한다. 졸업생들은 가장 힘들었던 것과 가장 좋았던 것으로 모두 이 MSMP를 꼽는다.

또한 충남 삼성고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무학년 선택형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다.

국제인문, 사회과학, 경영경제, 예술, 자연과학, 공학, IT, 생명과학 8개 과정 350여개의 과목을 운영하는데 학생은 뷔페식당처럼 입맛대로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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