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일본 경제 파괴한다”... 이 말에 일본 젊은이들은 오히려 웃는 이유
2021-02-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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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악덕 업계를 좋은 의미로 ‘파괴’ 중인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돈으로 ‘싸대기’를 때리는 중”
일본 경제의 다양한 분야 중 가장 발전한 하나를 꼽으라면 애니메이션(이하 애니) 산업을 들 수 있겠다. 90년대부터 대대적인 인기를 끌어온 일본 애니 업계는 현재도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애니 업계 내부의 사정은 좋지 못하다. 낡은 기업 문화를 고집하는 오래된 회사들과 인력을 하찮게 여기는 업계 전반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탓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좋은 의미로 일본 애니 업계의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루리웹, 에펨코리아, 더쿠, 클리앙, 개드립, 인스티즈, 이토랜드 등 국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본에서 난리 난 넷플릭스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일본경제신문이 지난 12일 보도한 ‘넷플릭스 일본 애니메이터 육성 지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캡처한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매체는 “넷플릭스가 일본에서 애니메이터 육성을 지원한다”라며 “6개월 동안 소규모로 교육하며 1인당 매달 15만엔(약 156만원)의 생활비와 60만엔(약 627만원)의 학비를 부담해준다”라고 전했다. 이어 “졸업생은 넷플릭스 독점작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넷플릭스가 일본 애니 제작사 위트 스튜디오(ウィットスタジオ)와 제휴를 맺고 12일 발표한 ‘WIT 애니메이터 학원’ 소식을 다룬 것이다. 넷플릭스가 18~25세의 젊은 일본 애니 제작 꿈나무를 모집, 본격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내용이다.
해당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누군가 분석한 ‘넷플릭스의 발표로 난리 난 일본 애니 업계 현황’을 함께 첨부했다.


글쓴이는 “넷플릭스가 일본 애니 업계 잔뼈가 굵은 사람들과 협업하여 선생들에게 억대 연봉을 주고 육성 스튜디오를 차렸다”라며 “그곳에 들어가면 생활비와 기숙사 전액 지원이고 졸업하면 바로 넷플릭스 취직에 연봉도 업계에서 제일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해외 기업이라 일본 기업에 비해 인간적인 대우를 해준다고 했다. 또 이 소식을 접한, ‘외주로 원화 그려서 간간히 먹고 사는’ 중년 애니메이터들이 “경력 10년차인 우리보다 (넷플릭스 수강생들이) 잘 번다”라며 통한의 분노를 드러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일본 거대 애니 제작 업체 카도카와(KADOKAWA)와 일본 애니 제작위원회는 “초년생들에게 잘해주면 업계 전체 연봉이 상승하여 애니 퀄리티가 안 좋아진다”라는 고루한 소리를 했다.
이에 일본 젊은이들은 “넷플릭스가 업계를 혁신하고 있다”며 더욱 열광하는 분위기다.
글쓴이는 “일본 애니 업계가 10년간 연봉 동결, 24시간 근무 시키기, 급여 떼어먹기 등 악습이 많았다”라며 “넷플릭스가 돈으로 ‘싸대기’를 때리는 중”라고 현 상황을 요약했다.
이어 애니 업계를 꽉 잡고 있는 카도카와를 버리고 전부 넷플릭스로 가는 것이 대세라고 글쓴이는 덧붙였다.

해당 정보를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댓글을 통해 “업계 ‘고인물’들이 반대하고 욕한다는 건 옳은 방향이라는 말이네” “이 기회에 (악덕 기업들이) 좀 망했으면” “카도카와가 싫어하겠네” “꼬우면 돈을 더 주던가”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