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7000만원짜리 유명 명품시계, 알고 보니 이 한국인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2021-02-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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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 장인 전용복씨, 세이코 최상위 브랜드서 가장 비싼 시계 제작
프랑스 의류 브랜드 듀퐁·독일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등과도 협업

일본 최대 시계 회사에서 가장 공을 들인 명품시계가 한국의 자개 장식으로 꾸며져 눈길을 끈다. 이 시계를 만든 사람 또한 한국인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일본 시계 브랜드 '세이코(SEIKO)'. 이 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번번이 명품시계 1위 시장의 자리를 스위스에 내줘야만 했다.

연구를 거듭하던 세이코는 2008년 5250만엔(당시 환율 기준 약 5억7000만원)짜리 초호화 시계를 탄생시켰다.
이 시계는 세이코의 최상위 브랜드 '크레도르'의 라인업으로 제작됐는데, 명품시계에서 흔히 보이는 보석 하나 들어있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나라 전통 수공예 기술인 나전칠기에 쓰이는 '자개'가 장식돼 있었다.

한국의 자개 장식과 옻칠이 가미된 이 시계를 제작한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자개·옻칠 장인 전용복(70)씨다.
그가 세이코 시계 중 가장 비싼 모델을 제작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
전씨가 일본에 방문하며 옻칠에 대해 공부할 무렵, 한 일본인의 의뢰로 자개 밥상을 손질하게 됐다.
의뢰인은 일본 국보급 문화재라 칭송받는 도쿄 '메구로 가조엔 호텔'의 관계자였다.
전씨의 기술에 매우 만족한 의뢰인은 호텔의 실내 장식 복원 공사(1조 규모) 총책임자로 전씨를 영입했고, 그는 국내 칠예장인 300여명과 함께 지진으로 손상된 작품들을 완벽히 복원했다.
전씨는 이 같은 성과로 일본 내에서 유명인이 됐고, 세이코와 손을 잡으며 6억원에 육박하는 명품 시계까지 만들게 됐다.
그는 전복이나 발광조개 등을 이용해 현미경으로 하나하나 장식했다.

전씨는 'GBBX998' 이외에도 'GBBE974' 'GBBE975' 'GBBE976' 시리즈도 선보였다. 이들은 각각 357만엔, 367만5000엔, 1200만엔에 판매됐다.
그가 만든 모든 시계들은 발매 당일 완판됐으며 지금까지 경매에 딱 한 번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전씨는 이에 앞서 국내 기업에 옻칠 디자인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지만, '시대가 지났다'는 기업들의 의견에 단 한 번의 기회도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이후 프랑스 의류 브랜드 듀퐁, 독일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등과 협업하며 국내 자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